기노시타 쇼조,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다 - 인간 이봉창 이야기
배경식 지음 / 너머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에서 머리에 뿔난 주인공 살라딘 참차는, 인도인이지만 영국인이 되고자 한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고, 아버지를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영국인의 정체성을 가지려고 한다. (알다시피 인도는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았다)

2. 현실 속의 인간 이봉창도 소설 속의 참차와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조선인이면서 일본인이 되고자 한다. 참차가 아버지를 부정했듯이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기노시타 쇼조), 친구들을 버리고, 가족들을 멀리한다. 하지만 현실은 작품속에서나 역사속에서나 만만하지가 않다. 뿌리깊은 차별은, 영리하고 평범한 조선의 청년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발버둥칠수록, 더욱 처절하게. 

3. 결과적으로 참차가 살라후딘이라는 인도식 자기 이름을 찾고 진정한 인도인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화해했듯이. 이봉창도 이름을 찾고  한 개의 폭탄을 던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하지만..소설과 다른 현실 속에서 가난하게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안타깝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형은 김 구 선생님의 살아계실때에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지만,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다가 돌아가셨다.  현재까지 고단하게 삶을 이어가는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4. 또한 그가 식민지 청년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이, 2008년 현재 이땅의 젊은이들이 겪어내야 하는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놀랐다. 일본의 지배는 더이상 없어졌지만. 가진 자와 못가진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심지어 학교안에서조차 평등하지 못한 청소년들... 얼마나 많은 차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행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청년들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지... 그 시대에 대한 작가의 꼼꼼한 조사와 침착한 문장이 현재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같아 굉장히 인상깊었다.

5.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는 나에게 박제된 민족의 영웅이 아닌 인간 이봉창이 되었다.

그리고 또,  이 작가의 다음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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