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밀실살인을 좋아하는 추리작가 아야츠지 유키토는 처녀작 '십각관의 살인'에서 '사회파' 식의 리얼리즘은 고리타분하다고 단정짓는다. 발이 닳도록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뇌물과 정계의 내막, 혹은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윈 보기도 싫다면서.

이 책은 말하자면, 아야츠지 유키토의 이런 생각에 대해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거의 모든 미디어가 이 사건을 조명한다. 인터넷에 수많은 카페가 생긴다. 형사들은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결국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만이 교훈으로 남는다. 뭐 그런 종류의.

2. 이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책을 읽었다가, 뒤늦게 이 작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내가 놀랬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여성캐릭터가 너무나 한결같다는 점 때문이다.

그들은 히로미의 분신같은, 또다른 히로미.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피해자들. 

잠깐 다녀가는 두부가게 단골아줌마 정도가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참 잘 버무렸다. 이를테면 별거아닌 각종 야채들을 잘 버무려 맛있게 탄생한 샐러드 같은? 그런 느낌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그것도 세권이나 끌어가는 데도 지루하다는 걸 못 느꼈을 정도였다. 1권 중반부터는 거의 휘몰아치듯이 다 읽어버렸는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가는 작가의 문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4. 사족이지만 얼마전에 읽었던 씨네21중에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중략- 나는 여성감독이기 때문에 남자들간의 형제애를 다루는 영화도 꼭 찍어보고 싶다.

-2007, CJ중국영화제 개막작 공원의 감독 인리촨과의 인터뷰. 

이 부분을 읽다가  미야베 미유키가 생각나서.. 잠시.. 생각했다.

그런것일까. 그래서 이 작가도 형제애스런(?) 남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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