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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별
아야세 마루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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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갈 것만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에 그들이 아니면 겪어내지 못할 일들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대학시절 같은 동아리 안에서 친구로 묶여진 네 사람의 이야기가 눈물이 흘려지면서 읽어 내려갈 줄은 정말 알지 못했다.

 

어렵게 낳은 아이를 하늘로 보내고 남편과 이혼까지 하게 되며 홀로서기를 하는 아오코’.

어린 딸이 있지만 암에 걸린 가야노’.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한 일들의 트라우마 때문에 집에만 박혀 지내게 된 겐야’.

출산으로 인해 친정으로 가있는 동안 코로나가 창궐해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만들어져버려 절망의 결혼 생활을 맞닥뜨린 다쿠마’.

네 명의 친구들이 30대가 되어 저마다 사연을 갖고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일상과 감정에 대한 일들이 너무도 담백하게 그려진다.

서로를 위하고, 의지하는 모습들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려지는 후반부까지 내 감정까지 이입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게 되었다.

 

네 친구는 30대가 되면서 그들의 삶의 전환기에 새롭게 다시 만나면서 상처들을 보듬고 서로 위로하며 지내게 되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가족에게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아무런 포장 없이 나타내 보일 때에도 그들은 서로의 위로가 된다.

혼자서만 안고 지내며 치유하지 못할 상처들을 보듬어 주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보며 내 인생, 내 친구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갖는다.

이겨내기도 하고, 털어내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러한 관계를 갖고 싶어 한다.

지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또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도 담백하게 쓰인 글이 가슴을 크게 때려 나도 모르게 놀라기도 했다.

 

새로운 별에 떨어져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띠지에 남겨진 글이 어떠한 의미인지 책을 다 읽고 난 후 진심으로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다.

 

P89

둘이 있으면 늘 이런 식이었다. 어디어디에 가고 싶다, 무엇무엇을 하자, 멀리 보이는 저 건물까지 걷자. 서로의 즉흥적인 생각대로 보내는 맥락 없는 휴일은, 어쩐지 호흡이 깊어지는 듯해 아아코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P130

아냐, 반대야, 반대. 이제 무작정 애쓰지 않으려고. 지금의 나한테 뭐가 제일 잘 맞을지, 얼마만큼의 일을 감당 할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보고 그 이상은 하지 않을 거야. 온통 다 떠안지 않게끔 주의하면서. 그 역시 대단한 일이란 생각을 요즘 들어 하기 시작했어.”

 

P200

가야노.”

다시.”

왜 그러는데? 가야노. 막 사귄 애인 사이도 아니고, 료스케씨한테 불러달라 그래.”

료스케씨한테는 이미 병으로 제정신이 아닌,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어. 입 밖에 내지 못하고, 가야노는 습관적으로 웃었다.

막 사귄 애인이나 같이 산지 오래된 남편이 내 이름 부른다고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들겠어?”

편안해져?”

. 아오코가 불러주면, 엄청 복잡하고 힘들었던 감정이 싹 사라져.”

가야노.”

고마워.”

이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몇 번이고 불러줄게.”

친구에게 그저 가야노로서 이름이 불리면 성당에 홀로 있었을 EO처럼 그 어떤 역할도 부여받지 않은, 완전하고 자유로운 나 자신이 인식되는 느낌이었다.

 

P260, 261

밤바다는 빨려 들어가리만치 캄캄했다. 하지만 그날은 별이 잘 보였다. 소담히 부푼 달도. 별에서 뿜어져 아논 빛이 지구에 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거에 발한 빛이며, 눈에 비치는 모든 별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친구는 존재한다. 사라지고서도 여전히, 빛을 전해주고 있다. 그곳에 존재하는 별도, 존재하지 않는 별도, 빛나고 있다는 의미에선 다를 바 없다.

 

 

 

 





약 3년 전 어느 오후의 일을, 모리사키 아오코는 마치 자신이 새로 태어난 듯한, 생생하고도 잊을 수 없는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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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겠다는 마음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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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단편보다는 묵직한 느낌의 책들인 장편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다.

단편을 읽다보면 왠지 읽다가 끝난 느낌이 들 때가 많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되겠다는 마음이 단편이고,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오만이었고, 자만이었다...

결코 가볍거나 그냥 읽고 지워질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여덟 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 긴 숨이 나왔다.

작품마다 녹아있는 작가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소설이 아닌 일기와 같은 수필의 느낌으로 사실적인 공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일들이 우리 생활 속에 있지. 우리 옆집이나 뒷집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을 거야. 내가 알던 그 누군가가 겪었을 이야기야.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어.’ 라며 혼잣말을 하게 되버렸다.

하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한 판타지적인 요소도 분명 있어서 창의적인 소재에서의 흥미 또한 뺄 수 없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내가 존경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지도 못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에 무한의 존경심을 표한다.

 

여덟 편의 이야기가 한 편의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허희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절대 빼먹지 말고 꼭 읽어야 한다.

요즘말로 바로 컬쳐 쇼크그 자체다.

 

마지막장까지 모두 다 읽고 난 후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라는 띠지의 말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판타지야.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야.

이 소설은 역사이야기야.

이 소설은 여행이야기야.‘ 등등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소설이다.

단편소설을 이렇게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어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말 푹 빠져서 금세 읽어버렸다.

다시 한번 더 읽어 보려한다.

어떤 느낌으로 다시 느껴질지 내 또 다른 기대를 하게 된다.

 

-, 어해 P20,21

어쩌면 배가 다시 울음을 터트린 건 아닌가, 노인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소리는 금광호가 우는 소리나 대형 선적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직 노인에게만 들리는 바다의 소리였다.

 

-핑크 문 P50

여자는 멈칫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에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방독면 아래로 보이는 목덜미가 가쁘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게 포름알데히드의 지독한 연기가 아니라면 방독면의 안경알 두 개가 희뿌옇게 흐려지는 까닭은 분명 눈물에 의한 습기였다. 이 여자는 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나 대신 내가 되고 싶은 것인가. 진정 나는 이 여자의 구원자였던 것인가.

 

-아주 잠시 동안 P79

그가 바라는 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것이었던건가. 그러나 그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다. 그가 한때 미워했던 도돌이표처럼, 그가 사라져버린 건 더는 그 집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창고와 라디오 P204

무언가가 되겠다는 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는 거다.’

강이 체념한 듯 중얼거린 그 말이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경적이 이제 막 항구를 벗어난 노인의 배를 불러 세웠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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