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손가락 길면 게으르다, 허리가 길면 게으르다는 일반적인 통념들.... 확실히 그렇다. 정말 게으르다. 커피잔을 한바퀴 돌고도 남는 손가락을 가진 나, 나무늘보다.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나 싶으면 나무가 어느새 자라 있어서 죽을 때까지 나무 꼭대기에 오르지 못한다는 나무늘보....

'어느 끝내주는 귀차니스트의 이야기? 어! 그럼 내 얘기잖아.' 하고 집어든 것이 이 책이었다. 크크크, 낄낄낄, 쿠하하 눈물 찔끔 흘리며 금세 한 권을 읽어 버렸다. '오호! 이 방법도 있었네.' '맞아맞아. 그렇지.' 하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건 좀 심하잖아.' 하는 과장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든 거짓이든 어떠랴, 기발하고 재밌는 걸!

만일 당신이 꽤 부지런한 사람이여서 계획대로 생활하다 때론 너무 많은 해야할 일들로
가슴 답답하다면, 가볍게 사는 호어스트의 이야기를 읽어 보길! 까짓거 눈 한번 질끔 감아버리면 그만인 일을 필요 이상으로 안달하고,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것은 아니냐고 호어스트는 물을 것이다.

만일 또 당신이 무척이나 게으른 사람이여서 나무늘보나 게으름뱅이라 불리고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는다면, 게으름의 지존 호어스트의 이야기를 읽어 보길! '여보게, 고민할 것 없네. 나에 비하면 자네는 새발의 피도 안되네. 나처럼 되려고
한참이나 더 정진한 다음 그런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네.' 하며 위안을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모든 일들을 한꺼번에 해치울 묘수를 알게 됐다거나, 혹은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경지에 오르게 된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가벼워졌다. 복잡하게 꼬여있던 머리가 단순해졌다. 자, 가볍게 단순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게으르다고 자타가 공인한 내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 준 이 책을 덮으며....
'호어스트, 내가 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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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그림으로 읽기 - 그리스 신들과 함께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주헌씨는 글을 참 잘쓰는 미술평론가입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체계적이고 해박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자 출신답게 논리가 분명하고 긴장과 이완이 율동하는 그의 글은 참 쫀득쫀득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주헌씨의 책이면 믿고 읽지요.이 책도 오래전부터 읽으리라고 별러오던 것인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2>를 읽고 신화의 여세를 몰아 내처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1, 2, 3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그리스의 고대 유적지와 조각 등을 통해서 보는 신화이야기를 비롯하여 왜 그리스신화가 서양 예술의 원류라 칭하게 됐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매우 현세적이었던 사람들로 과거에 집착하거나 내세의 복을 빌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습니다. 현재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며 그것은 곧 변화, 발전이라는 인식을 틀을 잡아 놓았습니다. 그러한 시간의 관념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지배 계급의 과거 중심 시간관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그리스에서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변화와 발전을 받아들이는 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었지요. 이렇게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다 보니 자연히 미술은 인간중심적인 것이 되었고, 신화의 많은 사건들은 곧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의 반영이었던 거지요.

2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모델로 한 그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끊임없이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아프로디테, 또한 그림의 정면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곳곳에서 잔재미를 주고 있는 에로스, 남성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했던 아폴론, 관능의 미로 대변되는 님프 등 우리가 좋아하는 신화의 주인공들이 그림 속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화가마다 어떻게 달리 표현했는지 비교해 보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제우스와 이오의 이야기를 오직 관능에만 초점을 맞춘 화가가 있는가 하면, 이오의 아름다움 앞에 무릎을 꿇고 만 제우스를 빗대기도 하구요.

3부에서는 신화의 이미지를 빌려 영광받고자 했던 여러 지배자의 이야기와 서양화의 알레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처럼 초승달 머리장식을 하고, 화살을 들고 앉아 있는 어느 부인의 엉거주춤한 모습이 참 우스웠습니다. 그렇게 따라 하면 자신도 여신이 되는 줄 알았나봅니다. 지금 우리들은 여신을 따라 하지는 않지만 연예인을 따라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라는 건 시대가 변해도 어쩔 수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처음으로 읽은 이주헌씨의 책은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 2>였습니다. 그때 이주헌씨네 가족은 4명이었는데 5년이 지난 사이 차돌이(막내)가 생겼고, 유모차서 잠자던 방개(둘째)가 마구 뛰어다니는 개구장이되어 있었습니다. 책에 틈틈이 실려 있는 고 녀석들을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고것들이 벌써 저렇게 자랐나 대견스럽기도 하고, 신전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여서요…. 여러 독자에게 읽히는 책인데 개인적인 가족이 사진이 이곳저곳 나와있어 어떤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구면이 아닌(물론 저만 그녀석들을 아는 것이지만) 저는 무척 반갑더라구요.

이주헌씨가 워낙 재미있게 풀어 놔서 그냥 이것만 읽어도 좋겠지만 일단 신화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머리속에 더 쏙쏙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는 이윤기씨 책까지 3권을 펼쳐 놓고 뒤적이며 읽었답니다. 신화에 대해서 쪼끔 알고 났더니 <변신 이야기>를 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론 이것도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아마도 4권의 책을 펼쳐놓고 읽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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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집
르 꼬르뷔지에 / 미건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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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르 꼬르뷔제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와 비슷한 다른 분들이 이 책을 구입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우선은 나름대로 열심히 번역하셨을 역자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다름이 아닌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책을 읽는 내내 너무 괴로운 시간이었거든요.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성문종합영어를 열심히 독해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던 것과 같은 그런...

예문을 몇 개 소개하지요. 읽어 보시고 '나는 무슨 말인지 잘 알겠는걸....' 생각하시는 분만 책을 구입하세요...

*84쪽 마지막 단락
기계로부터 승리를 성취하고, 기계를 제어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한 인간에게 보다 나은 주택이 뒤따르기 전에 또다시 주거를 부여받은 빈민층이나 중산층 가정에게 알맞은 주택에 살게 할 권리를 주지 않거나, 다시 주거를 부여했던 빈밍층의 가정이나, 훨씬 안정된 중산층에 속하는 가정에서 이해하고, 자신을 교육할 시간을 남기지 않게 된다면....
(말줄임표 제가 임의로 한 거 아닙니다. 정말 이대로 끝납니다.)

*114쪽 첫번째 단락
고상한 문화는 산봉우리임을 암시하며, 그곳에 올라가는 것을 약속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대지에서 뒤꿈치를 올리기 위해서, 만일 가능하다면 자기자신 보다 높게 날아오르기 위해서, 때때로 무릎을 연장하는 욕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118쪽 마지막 단락
정신은 이미 말했던 연속선을 다만 굴절시킬 뿐, 거의 자동적인 폐허 대신에 대부분 자동적인 복구가 혼란 속으로 하강하는 것 대신에 질서의 상승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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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얌이 2006-03-05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쫌 심하단 생각이~ 알아서 품절시켰네요~
 
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 탐사와 산책 20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 세계 건축 기행 등을 써서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건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김석철씨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건축가 얘기다.
20세기 현대 건축의 문을 열어 제끼고 힘차게 도약한, 그리고 아직까지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12명의 위대한 현대 건축가에 관한 글이다.

이 책을 펼치면 현대 건축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건축가를 거의 다 만날 수 있어 내용이 어찌 되었건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거기에 안토니오 가우디까지..... (안토니오 가우디는 너무나 독창적인 그의 환상성이 폐쇄된 개인 안에 머무르고 말았다거나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장식이 모던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여 그 개인의 건축은 높이 평가되지만 현대 건축가를 말할 때 제외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현대 건축가로서의 안토니오 가우디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들 외에도 이제까지 몰랐던 루이스 바라간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그 동안 유럽과 미국 중심의 편향된 안목만을 가지고 있었구나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을 접고 좀더 깊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좋아하던 여러 건축가를 한번에 만날 수 있으리라는 양적인 기대는 충족되나, 질적인 기대는 못쳤지 싶은 감이 남는다.

일단 적은 면수에 그 건축가의 일생, 건축 철학, 건축물의 사진과 해설 등을 담아내기는 애초부터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생이면 일생, 철학이면 철학 어느 것 하나 알차다는 생각보다는 아쉽고 미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째는 저자의 사사로운 얘기가 섞여 있어 주가 되어야 할 건축가의 얘기가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들릴 때가 있어 조금 거북했다. 어차피 12명의 건축가를 고른 것은 저자 나름대로의 주관성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정작 주관적인 설명이 필요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았다'에서는 그냥 넘어가 놓고- 대학 때 이런이런 고민이 있었다, 그때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났었는데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책의 큰 흐름을 조금 흩뜨려 놓지 않았나 싶다.

셋째는 사진의 질이 일정치 않아 조금 아쉽다. 좋은 사진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사진의 질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훨씬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건축물이 거무튀튀한 사진 때문에 있느니만 못한 것, 정면에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 아쉬웠다. (애초에 책의 기획에 맞추어 찍은 사진은 아닌 것 같고 내용에 알맞은 사진을 어디선가 구해왔을 것인데.... 개발비를 조금만 더 들여서라도 정말 좋은 책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책 만드는 사장님들, 좀만 더 생각해 보시라구요!)

하지만 이런 아쉬움만 가득한 책은 아니다. 끊임없이 일반인에게 건축을 들려주는 저자에게 고맙고,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할 도시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해 주어 고맙다.

또한 제2의 발터 그로피우스가 필요함과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만의 표현이 담긴 건축이 나와야 한다는 저자의 발언에 일반인인 나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것은 건축가로서 현시대 건축의 문제를 꿰뚫고 있으며 자기비난을 감추지 않는 모습에 희망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제 막 건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듯 싶다. 첫째, 짧게나마 12명의 위대한 건축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둘째, 그 건축가의 대표작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셋째, 독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니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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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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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클로디아와 돈에 관한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제이미가 환상의 조를 이루어 가출을 감행합니다. 클로디아는 딸이고 맏이라서 받는 차별 대우와 따분한 모범생 생활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거든요. 제이미는 똑똑한 누나의 선택을 받아 가출 밑천을 대고 그녀의 계획에 동참하게 되지요. 그런데 똑똑한 클로디아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가출을 간(?)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니요….

크크크…. 그럼, 그렇지…. 메티로폴리탄 미술관을 숙소로 잡은 그 녀석들의 재기발랄함에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어느 왕실의 호화찬란한 침대에서 편안히 잠 잘 수 있지, 아침이면 화장실에서 세수도 할 수 있지, 또 낮에는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 공부까지 할 수는 그런 환상적인 가출지가 어디 또 있을까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연찮게 알아낸 거지만 분수대에서 목욕을 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유익한(?) 시간을 보내던 클로디아는 천사 조각상을 보고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저 천사상은 정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걸까?’ 클로디아는 그 강렬한 의문을 도저히 지울 수 없어서 진실을 꼭 밝히리라 다짐합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가출은 이제 조각상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조금 수정됩니다. 지루한 일상은 탈피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거든요.

그럼 클로디아는 어떻게 달라지고 싶었을까요? 처음엔 모두들 궁금해 하는 조각상의 진실을 밝혀내서 영웅이나 여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바탕 소란으로 그치고 마는 이야깃거리나 남들의 이목이 아닌, 똘똘 뭉친 열정, 그리고 각각의 과정마다 고민했던 흔적과 행동의 충실함이 모두 합쳐진 비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고두고 곱씹으며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두근거림이 되는 그런 비밀말이에요. 그 비밀이란 것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 자신의 의지이기도 하고 비밀을 함께한 자와의 동류 의식이 되기도 하지요.

결국 클로디아는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남들은 잘 알아 볼 수 없겠지만) 처음 집을 나갈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크크크….. 정말 유쾌하고 깜찍한 얘깁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클로디아와 함께 비밀만들기 가출에 동참하여 그들만의 상큼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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