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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ㅣ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소설이라고 하면 한복을 입고 산에서 날아다니는 모습, 혹은 아주 오래 된 역사 등이 생각나지만 다른 작품들 보다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로 마오쩌둥의 사상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고,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루쉰이 빠질 수 없다. 마오쩌둥이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는 루쉰은 작가이자 중국의 정신을 만든 사상가로 나는 왜 그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현대 문학의 창시자인지 왜 마오쩌둥이 사랑하는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을 읽어보았다.
루쉰의 작품 33편 중 10편을 담고 있는 아큐정전 속 특징은 그를 대표하는 '아큐정전'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이 모두 단편작이라는 것이다. 짧지만 경험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시대와 사상을 담고 있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전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완독을 하고 난 이후 작가의 사상에 대해 더 복잡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오쩌둥은 루쉰을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으로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 혁명가"라고 했다.
방대한 양의 글을 썼지만 평생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는 분노하고 저항했으며,
그의 무기는 글, 그중에서도 잡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글은 그 자체와도 같은 모습이다,
그의 일상이고 그의 생각이고
실제로 책의 시작인
'자서'에서 그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러일전쟁 중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선생이 보여주는 시사적인 필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의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던 그는 하나의 필름으로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된 것이다.
한번은 갑작스럽게 화면에서 오래전에 헤어졌던 수많은 중국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중간에 한 사람이 묶여 있고,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멍청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설을 들으니,
묶여 있는 이는 러시아를 위해 군사기밀을 정탐한 자로 일본 군이 본보기로 그의 목을 벨 것이라고 했다.
그를 둘러싼 이들은 이 장거를 감상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루쉰은 병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불행보다 아무리 건장하고 우람한 사람일지라도 우매한 국민이 구경꾼에 불과한 것이 더 불행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정신을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문예운동을 제창하고자 했다. 비록 그의 첫 잡지 <신생>은 담당자와 자본을 대야할 사람들이 도망가면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스스로 느끼는 무료함과 슬픔, 고통의 시간은 그의 최초의 소설 「광인일기」가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 평가받는 작품으로 '식인'이라는 주제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중국인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자극적인 주제로 표현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짧지만 강력한 작품이었다.
생각을 할 수 없다.
4천 년 동안 사람을 잡아먹은 곳.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그 안에서 되는대로 몇 년을 살았다는 것을.
형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누이동생이 죽었으니, 형이 밥이나 반찬에 섞어 우리에게 몰래 먹이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사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망가져버린 아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아큐'정전은 루쉰이 중국의 사상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이유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면서 담고 있는 의미가 깊어 문장 그대로만을 읽어서는 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이 무엇인지,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본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큐는 살아온 내력조차 분명치 않으며 그저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거나 놀림을 당하는 대상이었지만 자존심만큼은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세지도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대한 자부신이 강한 아큐였지만 마을 집안 어른댁에서 일하는 과부에게 수작을 걸고는 더이상 그 허드렛일 조차 할 수 없으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유독 아큐만은 마음속으로 그다지 떠받들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내 아들이라면 더 잘나갔을 거야!... ...
아큐는 한떄 잘나갔고, 식견도 높으며, 게다가 일도 잘했으니 원래는 거의
'완벽한 인간'이어야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역시 근본적으로 약간의 결점을 갖고 있었다. 가장 큰 근심거리는 그의 머리에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부스럼 자국이 몇 군데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구걸조차 받아주지 않았던 마을을 벗어났던 아큐는 어느날 현금과 새 겹옷과 신문물을 가지고 돌아와 사람의 목을 자르는 혁명당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었고 사람들은 그가 마을의 어르신과 같은 급으로 보이게 되었다.
그가 가져온 신문물 역시 혹하는 것들이었다.
너도 나도 필요한 것들을 아큐에게 주문하기 시작했지만 '싹둑'했던 때의 경험담과 다르게 그는 졸개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나마의 인기마저 사그라들고 말았다.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던 혁명당 역시 아큐의 편이 아니었다. 아큐는 무지한 국민들을 두고도 자신감으로 살아가던 권력층을 비유하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 현실을 보여주고,
그 안에 사상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하였던 그의 능력은 필름을 보고 무지한 사람들의 정신을 뜯어고치고자 했던 젊은 시절의 마음이 평생 유지 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수단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문학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많은 작가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몰입도 높은 문체로 현실을 고스란히 그리고 정확하게 반영했던 작가는 몇이나 되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