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미래 - 카라 플라토니

감각의 미래 -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이정모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8월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라는 오감 외에도 시간과 고통, 감정이라는 감각이 존재한다. 내가 『감각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내가 느끼는 고통이라는 감정을 또 다른 방법으로 케어할 수 있는 방법이 혹시는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안타깝게도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그 고통이 주는 경고 신호를 이해했으니 멈춰달라고 전달 할 방법은 책 속에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감각의 미래』 는 내가 생각했던 의학적인 부분보다는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현실로 실현되는 과학기술, 카라 플라토니는 과학전문기자로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감각들이 새로운 인식 기술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지를 아주 전문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각종 자료로 증명하고 있어서 이 과학이 보편화 되기까지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고, 듣고, 냄새로 맡아보는 등의 오감이 아니라 머릿 속에서 느끼는 시간과 고통, 감정과 같은 초감각적인 부분까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더 나아가 새로운 감각을 이식까지 할 수 있다면 글쎄, 과학이 발전 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한계점까지를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기술로 컨트롤하려고 한다는 것에는 딱히 좋을 것인가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만화가 현실이 되는 세상을 궁금해하는 신랑이나 동생은 어려운 이론과는 다르게 아주 이해하기 쉽고 읽는 그대로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도록 그려놓은 4장을 가장 흥미롭게 읽고 좋아라 하긴 하더라.


책 표지에 작가가 누군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 『감각의 미래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껍긴 하지만 백과사전만큼 두껍지는 않은 한 권의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지식의 양이 정말 방대해서 책을 좋아하고 잡다하게 읽는 편인 나에게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인게 우리는 과학시간에 혀를 4등분 해서 단짠맛과 쓴맛, 신맛을 느끼는 부분이 어디인지 배웠는데 지금은 풍미라고 하는 '우마미'가 공식적인 기본맛이 되어 다섯가지로 분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섯 번째 맛을 찾고 있다는 지식의 붕괴부터 찾아오기 시작한다. 여기에 똑같은 브로콜리를 씹어먹어도 세상에서 가장 맛이없는 것을 어거지로 먹고 꾸엑거리는 나와 그냥 반찬처럼 덤덤히 먹는 신랑 사이에는 PTC(페닐치오카 바마이드의 맛을 느끼는 쓴 맛)를 느끼는 유전적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 전 미리 알고 출발해야하는 단어 사회와 문화의 소프트 바이오해킹과 과학기술의 하드 바이오해킹

소프트 바이오해킹이란 우리가 타인과 주변 환경에 대한 중요 감각 정보에 주목받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으로 우리는 평생 소프트 바이오해킹의 영향을 받으며 이를 수동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그 예로는 언어, 문화, 음식, (사물의 이름, 행동방식, 그 것이 나의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 등)과 같은 형성적 경험도 포함이 된다.

이 것들이 중요한건 우리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니 느끼고 있는 감각 경험의 분류나 중요도, 그 것의 이름을 붙이고 떠올리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건 우리는 아프다 라는 단어를 통해 그 감각을 예상하기도 해서 앞으로 경험하게 될 자극을 무시하는 등 감정적 고통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 소프트 바이오 해킹과 관련이 있어서 과학기술의 '하드 바이오해킹'으로 바꿀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건 그냥 바람이었을 뿐

'하드 바이오해킹'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착용하거나 장치를 이식함으로써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과학기술을 활용해 조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인식 형성 장치는 지속적 착용도 가능하고 몸 속 깊숙히 결합할 수도 있어 현재 의료계에서는 몸 속 이식하는 혀태로 많이 이용중이라고 하는데 이게 인간의 삶에 파고들수록 좋은게 무엇일지 주어진 것을 넘어서 사람의 뇌를 기술로 컨트롤 하려고 하는게 맞는건지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여섯번째 미각을 찾는 장을 이어 시각, 청각, 촉각을 연구하는 것도 가볍게 넘겨보겠다. 이걸 다 이야기 하면 아마 페이지가 터져버릴 것이다.

고통 역시 이별 등을 통해 가슴이 아픈 사회적 고통과 뼈가 뿌러짐으로써 느끼는 사회적 고통으로 구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것을 구분짓는게 과연 얼만큼이나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역시 시작은 신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마음에서 아픔을 뇌로 전달해 표현하고 있어 이 장애를 치료하는 것에도 가상 현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는 흥미롭기는 하다.


확실히 이 부분은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 좀 더 알아봐야겠다 싶지만 고통을 줄이기 위해 먹는 한 알의 진통제도 몸에 해로움이 많은데 아직 무언가 확실히 안정화가 되지 않은 가상현실을 이용해 통증을 치료한다는게 그 후에 불러올 수 있는 감정의 전이나 현실에서 부족함을 찾아볼 수 없는 가상현실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깨질 수밖에 없는 불안한 마법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학전문기자라 의학적인 부분이 전문적이지는 못해서 질병과 가깝게 생각하기에는 발전하는 미래의 기술 그 자체라고 보이기도 한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여섯번째의 맛을 찾고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부터 이 것 들이 가져올 파장들이 가장 먼저 상상이 되지만 분명 위급한 사람에게는 간절한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기술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나는 이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가 분명히 부작용이 존재함을 화려한 면의 뒤에 비춰 조금이나마 다뤄 주었으면 좋겠다. 이 것이 현실이 되면 결국 나의 개인정보는 숫자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까지 유출된다고 생각하면 좀 아찔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