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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여러 번의 암투병과 청력 상실으로
마음에 고요라는 것을 찾아 놓기 시작한 철학자이자 시인인 마크 네포, 잠을 자면서도 옆사람의 코골이가
들리면 거의 24시간을 소리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귀가 갑자기 들리지 않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하는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이겠지만 '나'라는
존재가 서서히 역할이 사라져가고, 몸의 일부도 사라져가고 또 사라져간다면 결국 나에게 남는게 무엇일까, 그렇게 아무것도 남아지지 않을 지경이 될 때가 되기 전까지 조그만한 '나'는 그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작가가 아팠구나, 아프구나 해서 슬펐다면 이제는 내가 아파서 이 책이 슬픈가보다 생각이 든다.
슬프기도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밌는 시각이기도 하다.
마크 네포의 안에 고요가 쌓인다는 것은 귀로 들리는
소리 외에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존재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이걸로 들리지 않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소리가 들리지 않아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하고...소리가 들리는 우리
엄마는 나를 낳고나서 처음으로 본 내가 죽을 것 같이 아파하는 모습에 이 못난 자식이 죽을까 명의라 소문난 병원을 찾고 다니시는데 여러 번의 투병과
청각 상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의 마음이란 이제야 보니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대단한 것이었다.
마크 네포는 생각하는 들음의 의미로 확장시키길 바란다고
했다. '들음의 방법들'은
'진실을 언제나 내 앞에 두는 길' 혹은 '받아들임의
방법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들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들'로
바꿔서 이해해보는 것으로 사람이 내는 목소리, 음악이 아니라 지구에서 돋아난 언어의 나무들과 동물들, 별들 사이의 대화, 이런 생명들 속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존재를 알고 우정을 다지는 것이야 말로 비로소 삶이 충만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나는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읽으면서
아프면서도 억지로 놓지못하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음을 배우고 싶었는데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복잡한 마음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만약 내가 사는 삶이 고달프고 비관적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책의 3장.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님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더 마음이 복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문장들 중 한가지는
나를 울리게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같아서 내가 아파서... 그렇게
조금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니까
20년이 넘는 항암치료 때문에 귀가 손상 된 작가에게 처음 찾아 온 것은 답답함과 혼란이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달 검사를 거부하고 그 들음에 대한 거부는 사람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찾아온다. 아무렇지 않은듯 애써보지만 일상은 바로 걷는 듯 하지만 술 한잔 마신 듯 삐뚤고 나는 그걸 모르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형태의 힘과 신호들이 주어진다.
이것들의 활용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생명을 구해 줌을 대신해 인어공주 속 마녀처럼 함앙치료는
들음을 가져갔고, 결국 그는 보청기를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귓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보청기가 귓속으로 들어오고, 전원이 켜지는 순간 그는
눈물과 함께 못 듣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깨달았다. 아프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건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것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한 알의
약은 통증을 줄여줌으로써 그나마 덜 아프다는 것이 건강과 바꾸는 것이긴 하지만 감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삶이 우리에게 다시 조화를 찾도록 요구하기 전까지 우리 자신은 무엇을 포기했는지 모르지만 그걸
알게 되는 순간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기도 하다.
삶의 수많은 가능성들은 우리가 이렇게 멈추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멈춰야 침묵의 중심점에서 그 가능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심점에
이르면, 태어나면서부터 받아온 지루한 가르침들에 억눌리지 않고 삶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잠깐의 방황을 지나고 난 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삶의 진리를 찾기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조금 더 깊고 철학적이라 오히려 나는 그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잠깐의 시간 외에는 방황
없이 약간의 갈등과 지혜들만을 찾으며 살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물론 그가 항암 치료 후 한 번씩
검사하는 시간마다 수많은 감정 속에서 지낸다는 것을 읽기는 하였지만 너무나 지적이라서 말이다.
“너무 여러
가지를,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나 강을 품고 있던 흙무더기가 강물에 씻겨 자유로워지듯,
잃음은 떠남이자 내려놓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경험의 강물은 삶의 작은 그릇을 문질러 닦아준다.”
수많은 지적인 문장들과 이야기들 중에서 그냥 하염없이 보고 또 보게 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세상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잘 모르겠다."
마크 네포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은 철학적이거나 탐구적인 내용도 많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생각한 것들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정리해놓아 한 권의 책이 생각보다 방대해 이렇게 적어나가다간 엉망진창이 될 것 같아 줄여야겠다.
처음은 눈에 쏙 쏙 들어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지만 뒤로 갈 수록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멋진 문장들은 더 많아 그 문장들만 읽으려고 하신다면 기억에 남지 않아도 청력을 잃어가던 어느 사람이 끝끝내 펜을 놓지 않고, 책을 놓지 않고 참 많은 것을 생각했구나 이해하며 훝어라도 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하고 싶다. 또 철학적인 이야기를 모두 이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문장의 철학이 무엇인지 한번 쯤
읽어본다면 아마도 그 문장이 더 빛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