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양태종 지음 / 윌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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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그림과 글을 쓴 양태종 작가의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서 다양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짧은 글은 다른 에세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감성글이라 막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글에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은 한 편의 동화 혹은 작품집을 보는 기분이다.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표지의 그림이다. 어둠을 밝히는 다리 위 조명과 그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과 자전거 한 대와 함께 쓸쓸하게 앉아있는 한 사람, 퇴근길에 무심히 보았던 다리 주변에는 그림처럼 여러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자리해 있었을까?


사실 이 그림은 면접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앉아 쉬던 이가 강 너머 수많은 불빛을 바라보며 저 많은 불빛들 중 내 것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멀리 있지만 언젠가 잡을 수 있는 작은 희망이 빛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한 페이지의 그림과 글만 보면 조금은 우울하고 쓸쓸한 에세이처럼 느껴지지만 양태종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의 날 것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다채롭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넓은 도시에 우울한 사람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있고, 싸우는 사람, 우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행복해하는 사람 정해져있지 않은 사람들과 풍경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자전거 한 대가 그림 속에서 빠지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을 보고 그림과 글로 썼다. 그래서 다채롭고 다정한 책이 완성되었다.










글자가 많지 않고, 다른 에세이처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지만 덤덤하게 써내려간 글에 그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을 넣으면 완벽한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글보다 그림을 보며 더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게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활자중독자인 내 눈이 잠시 휴식하며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라 짧은 글이 나쁘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를 다니며 골목 구석구석 남들보다는 느리지만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도시 여행자 양태종 작가의 책을 다 읽고나서 부럽다는 감정도 들었다.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 갇혀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행사처럼 큰 일이 되어버린 지금 자전거 한 대로 큰 길, 작은 길, 누군가가 아직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까지 바퀴를 굴려보는 그의 자유로움과 건강함이 부럽다.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서는> 4개의 주제로 짧은 에세이를 여러편 담고 있다. 그저 그런 하루가 지나가네, 하루의 이름들, 모르게 지나가는 것들, 기억 저편의 두 바퀴 까지 짧은 에세이는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일기처럼 자전거를 타고 보았던 것, 느꼈던 것을 짧막하게 그림과 글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도 원하는 부분을 펼쳐 보며 공감하는 것도 좋다.


그림마다 빠지지 않고 작게 담겨져 있는 자전거를 찾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주로 저녁이 되기 전의 노을과 밤의 풍경이 많지만 뒤로 가면 좀 더 푸릇푸릇한 작품과 따뜻한 글도 담겨져 있어 그림만 잘라서 액자로 만들어 놓고 싶다. (그 전에 집 안을 먼저 정리해야겠지? 호호)


첫걸음


"천천히 가렴."

아이가 처음으로 두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았을 때

아빠는 왠지 조금 슬퍼졌다.

이제 품을 떠나 점점 자라날 아이의 모습이

문득 보여서였을까.

거친 세상, 넘어지지 않으려 위태위태 나아가야 할

생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까.












집을 정리하는 것도 천천히 위태위태하지 않게 한걸음씩, 아픈 몸을 일으켜 세상에 다시 나가는 것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다보면 네 바퀴에서 두 바퀴의 자전거로 갈아탔을 때의 위태로움도 조금씩 안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에세이를 읽는 내내 30이 될 나의 모습, 그 전에 아직 완성하지 못한 나의 일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너무나 높은 벽들이 책 속의 이야기와 공감되어 현실적인 문제로 날카롭게 돌아와 어지럽게 만든다. 그림을 보고 힐링하다 눈 앞에 닥친 현실에 비틀비틀


영하


지친 하루를 삼킨 듯 고개 숙인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나도, 사람들도 말없이 모두 봄을 기다리는데

차가운 계절을 좀처럼 말이 없다.


그림은 아름답고 글은 현실적이어서 에세이인데 꼭 나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옆에 두고 수시로 보고 싶은 책이라는 거 하나는 확실하다. 가볍게 떠오르는 샛별들처럼 나의 근심들도 가볍게 훨훨 떠올랐으면 좋겠다


가볍고 무거운 하루


가볍게 떠오르는 샛별들,

무겁게 가라앉는 오늘의 근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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