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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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으로 이름을 알린 엘레나 페란테는 실명이 아니라고 한다. 실명이 아니지만 그 작품만큼은 자신의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한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집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번 나쁜사랑 3부작 시리즈는 1992년 출시된 <성가신 사랑> 2002 <버려진 사랑>, 2006 <잃어버린 사랑>을 모아 나쁜 사랑 3부작으로 독자에게 인사하게 되었다.


나쁜 사랑 3부작은 엘레나 페란테가 아픈 사랑을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원초적인 언어선택으로 조금은 자극적일 수도 있으며, 세 가지의 소설 속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해 여성의 정체성을 찾고자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페렌테의 작품은 활자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어려운 추상적인 표현에 의미를 혼돈할 수 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매력에 빠져 계속이 다른 작품을 찾게 되고는 한다.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을 통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배울 것이라 생각하면 그 것 역시 착각일 것이다. 그동안 여성을 주제로한 소설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에 성공하거나 어려운 삶 속에서도 꿂을 잃지 않고 가부장적인 시대상 속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나쁜사랑 3부작에서는 좀 더 잔혹하거나 부부나 모성애의 은밀하고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출판사 소개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여성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 우리가 아름답고 숭고하다고 정의하는 여성의 역할 이면에는 생살을 찢는 고통과 타자에 의해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여성의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자아 탐구라는 주제를 파헤친 '나쁜 사랑 3부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진지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잔혹하고 아름다운 페미니즘 소설이다."


한가지 분명한건 여성이 처한 상황이 현실 속에서 쉽게 벌어질 수 있는 폭력이라는 것이며, 이 폭력은 본인이 아픈 것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엮여가며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나쁜 사랑 3부작 중에서도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성가신 사랑>은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는 딸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독서를 하는 내내 범을을 찾으며 쫄깃한 심박수가 두근거리기만 하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탈이아에서 영화로 제작되었을 만큼 구조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가신 사랑>은 페란테만의 날 것 같은 단어선택과 문체를 그대로 읽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자식에게 부모는 거울이며 인생의 또다른 동반자이다. 그러나 엘레나 페란테 <성가신 사랑> 에서 딸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몹시나 위험하고 치명적인 느낌이다. 5월의 말이 다가오기 몇일 전날 밤 40대 초반의 만화작가인 어머니는 50년대 후반 가족들이 여름 휴가를 보내던 곳의 바닷물에 빠져 죽었다.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만 해도 집에 찾아오는 어머니는 불편한 존재였다. 나보다 내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내가 정해놓은 정리규칙을 본인 맛에 맞게 변화시켜 놓고 떠나가버리는...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불안한 존재


가끔 기차를 놓치던 어머니는 다시는 딸이 있는 곳의 기차를 탈 수 없게 되었고, 바다에서 브래지어만 걸친 채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던 어머니를 보며 델리아는 어머니의 죽음보다 평소 입지 않던 세련 된 속옷과 군데 군데 생긴 멍과 눈 주위의 짙은 화장을 보며 즉음에 가려진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신과 떨어져 살면서 딸로써 가족으로써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하나씩 알아나가는 과정은 충격과 반전으로 뒤섞여 있었다. 얼마 전부터 찾아오기 시작한 키가 훤칠하고 점잖아 보이는 양반과 얼마되지 않은 낡은 가구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텅 빈 속옷 서랍, 유일한 고급 남성 셔츠, 가난했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누군가를 만나거나 꾸민다는 것 자체를 질투하는 어버지를 위해 외모를 꾸미지 않은 습관이 들어 누더기같은 옷만 가득했던 어머니가 옷장을 통째로 가져다 버리기로 결심한 계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아내의 아름다움으로 자신이 버림받을까 두려워 할 정도로 아내에게 집착하면서도 아내의 누드화를 상인에게 판매한 아버지, 복종하지 않는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는 결국 어머니를 가족 여행지에서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인 것일까, 소설 결말부에서 결국 델리아는 어머니같은 딸이 되고 싶어했지만 어머니처럼 될 수 없다는 복잡한 감정과 어머니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 본인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중간의 스토리가 생략하였지만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버지 뿐만 아니라 델리아 또한 어머니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만들어낸 사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성가신 사랑>은 나폴리4부작 시리즈보다 문체가 깔끔하고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게 독서할 수 있으면서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서 모녀간의 사랑으로 만든 비극적 결과와 격정적인 감정의 묘사를 심리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보면 또 다른 시점에서 책의 내용이 머릿 속으로 들어오고 이해된다.


단순히 속옷만 입은채 죽음으로 발견 된 어머니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가정이 현재의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과 반전의 결과는 잔혹하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조금 더 긴 스토리로 이러한 상황에 빠지게 되어버린 델리아의 유년시절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다. 각기 다른 사랑을 주제로 만든 한길사 나쁜 사랑 3부작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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