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페미니즘 My Little Library 8
박준우 지음 / 한길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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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어렵고 솔직히 입에 함부로 담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어렵다 이야기하는 것은 담긴 글이 난해한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지 않은 나의 입장이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래하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렵게 생각 할 필요가 없다. 정말 우리가 자주 듣던 팝음악을 통해 꾸준히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사람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변화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인 것이다. 제목에 연연하지 말고 음악에 담긴 그 의미 자체를 곡과 같이 들으면서 이해하는 것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독서였으며 우리가 스쳐지나가듯 듣는 음악 중 팝 페미니즘이 꾸준히 존재했고, 그 인물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대교체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돈나에서 신디 로퍼, 레이디 가가 팝음악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들 중에서 우리는 어떤 페미니즘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 단순히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성폭력, 임파워링(힘모으기) 등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문화의 변화가 페미니즘을 넘어서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자칫하면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저자는 역사적인 순서대로 음악을 통해 어떻게 발전하는지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진과 가사, 그리고 글로 전달하고 있어 이해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 속 구절을 발견해 내는 재미도 담겨져 있는 <노래하는 페미니즘>

 

팝 음악 내에서의 페미니즘을 칭하는 팝페미니즘은 뚜렷하게 정의된 바는 없지만 저자는 음악 내에서의 페미니즘과 팝 문화가 소비됨으로써 형성되는 파퓰러 페미니즘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가 팝페미니즘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을 거슬러 18세기와 20세기의 사이로 돌아가봐야한다. 남성 연주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재즈 시장, 위문공연, 유흥으로 인한 장벽으로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높은 그 록과 재즈의 결합으로 새로운 장르를 연주한 FIG는 보컬 매기 니콜스와 바순 연주자 린지 쿠퍼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으로 남성중심 사회에 도전장을 던진만큼 평단의 반응이 좋지는 못했지만 퀴어에 대한 차별을 판대하는 퍼포먼스 등으로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를 노래를 들어보면 멜로디나 가사가 흥겨우며 담긴 의미가 잘 전달 되는걸 느낄 수 있다 (약간의 독특함도 있다)

 

<노래하는 페미니즘>을 읽다보면 페미니즘의 대상은 여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를 비롯해 인종차별까지 사회 전체에 대한 분위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걱정했던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팝노래와 그걸 전달 하고 있는 저자의 의도가 너무나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 "Gloomy Sunday"라는 노래로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는 빌리 홀리데이의 이 노래는 지금까지 흑인사회에서 회자되는 작품으로 그 의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인종차별은 심했고, 폭력은 무서웠다. 그 부분을 지적하고 노래로 담는 것 역시 페미니즘의 일부라면 그 영역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Strange Fruit], 즉 이상한 열매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두 흑인남성의 시체다. 백인 자경단원이 흑인에게 린치를 가한 후 나무에 매달아놓은 모습을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 세상에 알렸고, 이를 본 고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백인계 유대인 아벨 미로폴이 시를 지었다. 이후 이 시는 빌리 홀리데이라는 훌륭한 가수를 만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는 이런 노래들이 많지 않고,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가사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팝노래처럼 한국의 노래들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면 영어가사를 해석하지 않아도 좀 더 귀에 찹쌀떡처럼 잘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러나 대중음악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노래를 분석해서 그 의미를 보기 좋게 정리한 책의 내용은 다른 어떤 책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어 꼭 한 번 읽어봐야할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팝노래가 페미니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먹고 살기 위한 생계수단이며, 상업적인 음악시장이라는 점은 동의하는 바이다. 좀 더 자극적인 가사와 컨텐츠로 주목받고자 하는 것은 가수들의 수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대가 지나올 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곡들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만큼 자유로워진 세상에서 좀 더 깊은 생각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넌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생각하겠지

네가 날 떠나서 날 망쳤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너에게 돌아갈 거로 생각하겠지, 넌 날 모르는거야

왜냐하면 넌 완전히 틀렸어

고통을 이겨내면 더욱 강해져, 더 굳건히 설 수 있고

내가 혼자라는 것이 내가 외롭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거든

Kelly Clarkson, [Stronger] 중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주목해야 할 곡은 데이트폭력과 이별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요즘처럼 데이트폭력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시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지만 결국 혼자 일어설 수 있다는 중요한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흘려들었던 노래 속에서 페미니즘을 찾고, 또 그 안에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신선한 주제이자 자극적인 내용인 것 같다.

 

논의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의견도 나올 것이고, 상업시장에서 자극적인 요소는 계속 던져질 것이다. 팝노래 속에서 페미니즘을 찾는 것 자체는 분명 좋은 것이지만 그 중 좋은 것을 넘어서 '지나치다'라고 생각되는 점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노래를 전달 하기 위해 그만큼 자극적인 요소를 넣고자 하는 것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이고, 그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잘 여과해서 하나로 만든다면 남성, 여성을 넘어서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주장하고, 동의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노래하는 페미니즘의 세상은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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