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다. 보통은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소설을 보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반대. 그럼에도 소설이나 영화 모두 퀄리티가 완벽했다. 오히려 영화의 몰입도가 높아서 소설을 읽으면서 주고 받는 대사들이 약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할 정도 였으니 캐스팅이나 상황의 연출이 대단했다고 칭찬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익현은 매니저들의 주문을 받아 넣는 신참브로커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갑과 을이 있다면 을에 속하는 자리라고 해야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치열한 여의도 증권가에서 혼란스러운 신입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번호표가 나타나게 된다. '번호표' 증권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번호표라는 존재가 고객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의 피라미드 같은 서열사이에 왕 중에 왕이 번호표 이다.

 

특히 소설과 영화 <>에 등장하는 번호표는 정말 은밀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유지태가 그 역할을 맡았는데 정말 제대로 소름끼치게 배역을 소화하지 않았나 싶을정도였다. 평소 유지태의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그 목소리로 이런 연기를 보여주니 훠우...

 

익현이 손을 잡게 되는 번호표는 위험한 인물이다. 손잡는 순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익금을 안겨주는 건 분명하지만 대포폰을 사용하고 만남 자체가 은밀하다. 하지만 익현에게는 동아줄과 같은 존재로 같은 회사 과장의 소개로 번호표를 만난 익현은 고민 끝에 그의 손을 잡게 된다.

 

돈은 올림픽의 메달과 똑같아. 진정 메달을 갈망하는 자만이 정말로 메달을 딸 수 있는 것처럼,

돈도 그것을 움켜쥐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만 가게 돼 있어







새움 소설 <>에서 묘사하는 장면들이 리얼리티가 넘치는데는 작가의 이력이 베이스가 된다. 실제로 20대 후반까지 금융가에서 법인 브로커로 근무하다 비합법적 사금융업체인 '부티크'를 설립해 일 년만에 10억원의 돈을 모았다는 작가 장현도,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글로 표현했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리얼리티가 책 속에 고스란이 녹아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증권가 사이에 존재하는 갑과 을,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부티크나 번호표와 같은 존재까지 리얼리티가 넘치는 면에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문득 떠오르는데 김진명 작가는 깊으면서도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무겁게 묘사하고 있다면 장현도 작가의 소설은 아직 문체 자체는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를 먼저 보아서 인지 조금 끊기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약간 다듬어지지 않은듯한 그의 문체가 전문성을 만나면서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탄생하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솔직히 말한다면 앞으로 쓰는 글들이 발전한다면 어떤 작품을 써내려갈지 기대되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작가에서 내가 흔치 않게 기대하게 되는 작가가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입체적인 존재감을 뿜고 있다. 익현이 번호표의 손을 잡게 된 것에는 묘하게 열등감을 주는 장석현의 존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 된다. 물론 브로커 임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적으로 쓰린 속을 안고 있는 익현이지만 잘나가는 사업가의 아들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좀 더 큰 일을 맡고, 유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이사와도 밥을 먹는 존재, 그리고 자기를 제대로 빛나게 보여주는 남자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장석현은 묘하게 익현에게 열등감을 주고, 더불어 자신을 챙겨주지 않으면서 힘들게만 하는 같은 팀의 차장은 상대방의 사수와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배울 것이 없다.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

 







영화에서 익현의 기본급은 300만원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외에 모든 수입은 단 하나이다. 매매를 통해 받는 '수수료', 건당 몇천 원에서부터 매매금액의 몇 퍼센트 혹은 그 것보다 더 작은 단위인 0.01%(bp라 부른다)까지 그렇게 때문에 브로커는 자리에 앉아서 전화만 받을 수 없는, 일종의 을이자 영업사원과도 같은 것이다. 자신에게 높은 수수료를 챙겨줄 수 있으면서 고정적으로

 

그런 매니저를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을이 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일을 빠르게 신속하게 해내냐 이다. 익혀는 이 것이 어려웠다. 옆자리에 있는 박시은 브로커는 증권사를 핫하게 하는 브로커이다. 여자, 브로커, 을이 아닌 갑같은 브로커, 매력적임, 일을 잘함 정리하면 이런 인물이다. 물론 영화나 소설이 진행될 수록 그녀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있다. 익현은 이런 시은이나 석현을 보며 더욱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애인이 있음에도 성공함으로써 시은 같은 존재를 옆에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는 것을 책을 보며 묘하게 느끼게 된다.

 

만약 지금 네 수수료의 1,000배를 벌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바칠 수 있어?

 

그런 익현에게 찾아 온 존재, 같은 팀의 소리 없이 일 잘아하는 유 과장, 이미 유민준 과장은 번호표와 같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 부티크에 대한 설명과 유혹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곳은 연 출입 회원권이 7,000만원인 클럽

 

유과장이 아무리 브로커로 일을 잘한다고 해도 회원권을 사기에는 한정된 월급쟁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에이스라고 불리는 그가 연회비 7000만원, 하루 1인당 500만원인 클럽에 익현을 데려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번호표로부터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번호표, 브로커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악마가 될 수 있는 사람, 솔직히 영화나 소설을 보는 내내 그 많은 돈과 사람들을 부리면서 끊임 없이 부티크 등을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그의 탐욕을 채울 수 있는 것인지, 꼭 이렇게까지만 해야하는 것인지 심리적 갈등이 오는 장면도 있다. 이는 익현도 동일하게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기에 <>의 마지막 부분 사라진 브로커 라는 장면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이다.

 

번호표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다. 이름도 모르고 과거도 모르고, 분명한 건 그가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 터지고, 총이익금을 항상 1/3으로 1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나눠 배분한다. 그리고 큰 금액을 금감원에 걸리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나눠 지급해준다. 현금, 무기명채권, 고액 상품권, 회원권, 7,000만원의 회원권은 유과장이 자투리로 남은 금액들 대신 선물로 받은 것 중 하나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익현은 번호표의 손을 잡게 된다. 부도 명예도 얻는다. 여자도 얻게 된다. 대신 그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 돈을 벌기 위해 잃어야할 것의 가치를 과연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읽는다면 흐름 속 진행되는 이야기에 울고, 웃게 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건 끝까지 익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밉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부를 얻어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랬고, 바른 길을 가길 바랬다. 그 길을 도와주기 위해 나오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풀어보며 읽는 것도 소설 <>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영화도 성공이고, 소설도 성공이다. 무엇을 먼저 보던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녹여 현실적인 작품으로 만든 만큼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 그리고 몰입도 강렬하다. 물론 조금 더 다듬어진다면 그 뒤에 쓰여질 그의 작품들은 어떤 내용으로 나올까 훗날까지 기대되는 장현도 작가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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