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건축기행 - 유토피아를 디자인하다 My Little Library 7
강영환 지음 / 한길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아시아 건축기행> '그들다움'을 발견하고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작가의 시간이자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여행지에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들, 보고도 아 이런게 있구나 생각하고 마는 것들에 사회적, 역사적 배경지식을 넣어서 지금껏 이해한듯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문화를 솔직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좁은 우물 속에서 동전만 한 하늘을 보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내 자신이 큰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문화적 지식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유럽건축양식이나 그리스문화는 줄줄이 외우는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아시아건축에 대해서는 왜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시간이 없었는지 새삼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 속에 문화가 알려주는 역사가 너무나 흥미롭고 가까운 현실같은데 어렵기만한 건축기법이나 연도만을 보며 살아왔던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시아건축에 대한 역사적, 문화작 이해는 어쩌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겉핥기에 그칠 수도 있는 방대한 주제였다. 하지만 나는... ... 한 건축역사가가 낯선 도시와 건축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제 우리가 무언가를 보면서 알아야 할 것은 문화의 존재 유무를 넘어서 그 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역사가 우리와 어떻게 다르게 흘러왔는지를 비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 사이사이 우리의 문화가 작게나마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건축기행>에 이어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한국과 너무 막연하고 거창하게만 느껴졌던 해외에 대해서도 책으로나마 배울 수 있으면 어떨까 싶은 애정도 전한다.

인도에서부터 인도네시아를 거처 참파와 캄보기아에 이르는 힌두문명의 전파과정

남인도에서 출발해 스리랑카, 인도차이나 반도, 마얀마, 타이, 라오스에 이르는 남방불교

히말라야를 목쵸로한 북방 여정은 카트만두 분지에서 중세 힌더 도시 속으로 이끌었고, 부탄에서는 히말라야의 산속에 감춰진 탄트라 불교의 신비와 조우했다.

애정을 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지역에 도착해 그 나라의 문화를 보고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책은 시중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문명을 따라서 여행지를 계속 따라 내려오는 것을 설명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글로 담은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속에 역사가 있었다. 그냥 섬세하다 지나칠 수 있는 석조건축은 신들을 경배하기 위한 그들의 노고였고, 왕궁과 문화양식은 식민시대를 대신해서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였다.

식민양식의 왕궁, 향락의 정원, 유토피아라 무엇인가, 샹그릴라를 꿈꾸다 등 각 부마다 시선을 끄는 부분들이 무언가는 꼭 하나씩 존재한다는 것도 <아시아 건축여행> 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타이에 자주 여행을 가면서도 문화는 뭐 그냥 화려한데 재미는 없잖아? 꼭 봐야해? 생각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조금 더해졌다. 올해 떠나는 타이여행해서는 책에 표시해 두었던 것들을 보면서 내가 자주 오는 이 곳에 문화가 주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짧게나마 직접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리라.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향락의 정원, 타만 사리

인도네시아 하면 이슬람문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당연하다 생각했다. 나만 그랬나 :)

재밌게도 인도네시아는 고대국가 성립시기에는 인도를 통해 힌두교가 유입되어 힌두 왕조를 번성시켰고, 뒤를 이어서 불교세력이 들어와 불교왕조를 세워 보로부두르 같은 역사적 유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15세기 이후 수마트라를 거쳐 세력을 확장한 말라카 왕국이 이슬람이라는 새로운 종교를 바탕으로 새 사회와 문명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식민지배를 통해 기독교가 유입되고, 유교문명 등도 접하게 되지만 인도네시아는 현재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자 문화의 성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종교의 유입은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식민시기를 거치고 정권이 변하면서 다양한 종교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밀려나고 그 흔적을 남기고는 한다. 우리나라 역시 그렇게 다양한 종교들과 사상이 역사를 통해 들어오게 되었고

타만 사리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이슬람 문명의 유산이자 또 다른 인도네시아 문명을 반명하는 존재로써 이슬람 왕조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하게도 성문에서 정원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는 통로 사이사이 마다 천장을 두어 비밀스러우면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렇게 모든 구역을 지하터널로 연결해 오고다니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방어적 수단이거나 감추고 싶은 행위를 위한 장치였음을 의미한다는데 내란을 통해 지배권를 획득한 술탄의 심리적인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 유적이 아닐까 싶다.

실제 18세기 술탄의 왕궁유적에 포함되는 타만 사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내란을 통해 욕야커투라의 지배권을 획득했던 술탄의 아방궁 같은 궁궐과 사치와 향략을 누리고자 했던 그의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문화로 볼 수 있는

타만 사리는 왕궁의 후원으로 아름다운 정원이자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인공호수와 수조를 기반으로 사진과 같은 공간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본래는 거대한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네 개의 구역을 나누어 섬과 수조, 조경으로 만든 18개소의 정원과 파빌리온을 건설했다고 한다. 여기에 모스크라는 이슬람교 사원과 기도실, 욕탕을 포함하는 58개소의 건물이 더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인데

그 모든 구조들이 지하도로 연결되어 터널 끝에 원통형 공간으로 이어디는데 해리포터 마법의 계단도 아니고 사방(네방향)에서 쭉 이어지는 통로는 하나의 원통형에서 계단으로 만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술탄의 향략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도 안될만큼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유적에 감탄이 연발이었다. 다른이는 볼수없게 아치형으로 높게 벽을 두른 곳의 속사정은 정자를 만들어 두어 술탄이 수조 중앙에서 벌거벗은 여인을 보고 손수건을 던져 여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니 오로지 그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가!!

영국의 침략과 지진으로 많은 곳이 무너지고 남아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하는 기대감이 살짝 맴돈다. 항상 유적지는 그 모습 그대로 남겨져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침략으로 인해 훼손되어야만 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그렇게 훼손함으로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것이 조금이나마 망가졌다면 그들은 가만히 있었을 것인가 침통할 뿐이다.

라오스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방비엔은 지상의 마지막 유토피아, 배낭여행자의 천국, 시간이 멈춘 곳, 순수의 나라 등 역마살을 자극하는 문구가 등장한다고 한다. 역마살을 자극하는 문구라는 표현이 재밌긴 하지만 실제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들 중에 이 곳을 안가본 이가 있으며, 한 번 가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을정도로 나에게도 로망인 곳이다.

방비엔은 모른 것이 느리다. 지금에와서야 느리게 사는 삶을 사는게 아니라 이들의 시계가 수백 년간 살아온 환경과 방식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풍경자체는 시골의 강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고 사람들 모두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강변의 휴양시설인 평상이나 원두막에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보내는 시간들

그들은 그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환경을 유지하면서 행복을 찾고 시간을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저자는 질문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남겨주고 있을까?

시간의 혹독함을 잊기에 행복한 세상이 있다면 학원버스에 납치당하는 아이들에게 해리포터 같은 엉뚱한 상상력을 기대할 수 있냐는 마지막 말이 씁쓸하기만하다.

아시아 건축기행은 한 권의 숨겨진 역사의 비밀이라는 책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문명을 따라 내려오는 다양한 나라들과 그 속의 유적

그냥 존재함이 아니라 무엇으로 인해 존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현재 그 곳을 찾아갔을 때 어떤 시각으로 보일지까지 설명하고 있어 루즈하지가 않다.

바람이라면 정말 강영환 교수님만의 필력으로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건축기행까지 다양하게 좀 더 많은 것을 담아 보여주셨으면 할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