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나래바! - 놀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박나래 지음 / 싱긋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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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방송은 무한도전 말고 보는게 없어서 JTBC 뉴스만 보고 살다가 나래바를 운영하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아 왜 내가 결혼을 이렇게 빨리 했을까 어차피 독립해야 될 시기였다면 결혼을 하지 말고 혼자 사는 인생을 좀 더 즐겨볼걸 후회하고는 한다. (물론 그 후회는 죽기 직전까지 할 것이다.) 톡 까놓고 유쾌한 사람이다. 10년의 무명을 지냈다고 무조건 아끼기 보다 자신이 받았던 것 만큼을 되돌려 주기 위한 사람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 줄 아는 작지만 당당한 여성인 것이다.


<웰컴 나래바>를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젊은데 벌써 자서전 같은 책을 쓴 것일까 약간의 염려도 들었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오히려 책으로써 자신의 무명시절과 연예인으로써의 외로움 or 화려함만을 보여준다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팬으로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솔직했고, 시종일관 유쾌했다. 사람을 원하는 사람이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자 남자들의 사랑을 받을 준비 된 내조의 여왕이 아닐까? 유쾌한데 조신해, 으리으리한거 같으면서도 여자여자한 뇨자 박나래


아무리 팬이라도 재미없는 책을 보고 서평을 쓰려고 하면 노트북 앞에서 스페이스바만 따닥이면서 내가 왜 논문을 안쓰고 또 이러고 있을까 자책감이 드는데 재밌다. CRPS 진단을 받고 우울감이 심해지면서 주치의 교수님들이 취미를 재미를 찾으라 수없이 조언했지만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아도 잠이 오지 않고, 24시간을 365일처럼 잠만 자봐도 상쾌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정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책을 읽게 되어 기분이 좋다. 나래바를 읽으며 수개월만에 맥주 한 잔을 했으니 이야기는 일어나서 이어가기로 하자.


Good night


<숙취 없이 취할 것 같은 그런 책>


이 책은 에세이도 아니고 요리책도 아니다. 놀 때 기획하고 컨셉 따지고 놀면 재미가 없다. 일단 개념 없이 생각 없이 놀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딱히 컨셉이라고 할 것이 없다. 딱 나다운 책. 나래바 박사장다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 단 한 가지, 나는 개그맨이니까 재밌고 신나는 책을 써야지.


<웰컴 나래바>를 읽어보기 시작하는 순간 아 이건 행복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실제로 맥주 한 잔을 하고 일어난 다음에도 책을 보았던 생각이 떠올라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는 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래바 셔터를 올리다. 2. 나래바 영업중 3. 나래바 셔터를 내리다 4. 번외까지


이야기는 단순한데 재미있다. 그녀 특유의 변장한 모습이 사진으로 다양하게 담겨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글들 자체도 웃음이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명으로 10, 재미있기 때문에 끈기하나로 10년을 버텨 지금의 박나래로 이름을 알렸고, 사람이 좋아 나래바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 하나 하나까지 읽어본다면 그녀의 인생,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10년의 무명, 잘나가는 선배나 동기에게 맛있는 밥이나 술을 얻어마셨던 박나래는 개그맨으로 뜨지 못하면 술집을 차려준다는 선배가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개그맨 사이의 서열까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엄격하다면 엄격하고, 무명으로 뜨지 못하면 일반 직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데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고마움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는 그 신세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나래바를 오픈하게 되었다.


방송에서 보면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가는 곳이 나래바 같아 보이지만 친한 사람들과 편하게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나래바처럼 보이는 건 책 속의 내용 때문일까? 취하면 손으로 음식을 먹는 후배부터 얼굴담당, 정치담당 개그우먼들은 물론이고 잘생김이 덕지덕지 예쁨이 그득그득한 모델부터 배우 성훈, 성현주, 전현무 등이 단골이자 나래바 스쿨의 학생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의외였던 건 나 혼자 산다에서 워낙 캐미가 좋았던 멤버들 모두가 단골이 아니었다는 거? 어쩜 일러스트로 다 담지 못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와 행복을 느끼고 갔을지도 '-'b


<웰컴 나래바> 에서는 술에 대한 설명도 있고, 안주를 만드는 방법도 쓰여져 있다. 그리고 나래바 사장님의 인생과 추억도 공유하고 있다. 특이한 분장을 해도 귀여운 느낌이 많이 드는 매력적인 나래바 사장님의 어린시절은 지금보다 좀 더 예뻤던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성격 하나로 씹어먹어 학생회장을 하였고, 면접관이던 교감선생님께 "전라도 목포에서 온 박나래고, 뽑을라면 뽑고 말라면 마쇼잉"라는 당당한 한마디로 안양예고에 합격을 했다. 이정도면 그녀는 진짜 자신만의 매력을 어린시절부터 어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학생 때도, 어려웠던 시절에도, 지금도 그녀에게 필요한 건 ""


어려웠던 시절은 힘들었으니 속상하고, 즐거웠던 날들은 또 돌아오지 않아 우울한 나와 다르게 그녀는 그냥 도전했고 그때는 그때라 좋고, 지금은 지금이라 좋다고 한다. 그 순간마다 경험하고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 할 줄 아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변하지 않는 밥심 하나가 꼭 더해져 있다는 거 (?)


잘되고 나서 소속사에서 요구사항을 물었을 때도 "힘들고 고단한 건 괜찮은데 밥은 굶게 하지 말아 달라. 내가 원하는 건 밥이다!"라고 말한 그녀


인스턴트를 싫어하고 군것질을 싫어해서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흥이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 사이사이에도 집에 빼놓지 말고 두면 좋은 식재료부터 야키소바, 육전, 병어찜, 산낙지, 갈비, 인절미 정말 가지각색, 산해진미의 요리들이 등장한다. 음식을 먹으면 레시피를 알아내고 장을 봐서 만들어 먹기까지 이틀이 걸린다는 것이다. 백종원 아저씨가 방송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도 아... 저렇게 하는구나 보고 마는데 꼭 우리 엄마처럼 음식을 먹으면 이건 뭐가 들어갔고, 저게 들어갔네 생각하는 모습이 준비 된 자취생이요, 미래의 새색시이다.


"다음에 술 한잔 해요"라는 멘트를 보내는 사람은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다음주 금요일 오후 5시 홍대에서 보자"는 멘트를 날리는 사람이 중요하다.


<웰컴 나래바>의 주제는 다양하고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화려하고 바쁘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교훈 같은 단단한 한 마디가 들어있다. 무언가를 원해서 관계가 지속되길 원하고, 그럼으로써 들이대는 관계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 그 불편한 인맥을 그리고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가장 못하는 인간관계, 부탁은 다 들어줘야하고, 외로워서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바라는 집착같은 이 마음이 사라져야 자연스럽게 내 사람이 남고 갈 사람은 떠나가면서 더욱 단단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학교 동기도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은 나보다 20살 이상 씩은 많은 사람들이라 공통분모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블로그를 하면서 고슴도치를 키우는 이웃들을 만났고, 한동안 좋았다 나빴다. 그리고 지금은 지지고 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아프냐고 연락해주는 언니들이 생겼다. 잘 못하는 인간관계이지만 책을 보면서 딱 이정도 나의 그라운드 안에 내가 챙겨야 할 사람, 나를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지금 이 순간 감사함이 듬뿍 든다. 절이라도 해야할까?


그쓰에서 예쓰로 변하였어도 개그여신은 변함 없다. 조금 더 화려해진 옷을 입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났을 수는 있겠지만 마인드 자체는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바보 같은 나는 훅하면 휙하고 나자빠져 굴러가는데 참 단단한 사람이다. 쓰레기는 한 번의 쓰임이 있었기에 쓰레기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예쓰 역시 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의 기회가 무궁무진 할 것이라 믿는다.


자서전은 아니다. 걱정했던 것처럼 무명의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다고 줄줄이 쓴 것도 아니고 글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다. 대신 다양한 사진과 임팩트 있는 문장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오프라인의 나래바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은 책 속의 <웰컴 나래바>에 빠져 사는 재미를 배워보는게 어떨까, 사는 재미를 모르는 나는 여기서 재미를 인생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면 30이 되었을 때 내가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행복한 기운을 줄 수 있는 유쾌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진지한 말이 어울리는 사람보다 가벼운 말에 위로와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출입조건 : 없음 (성별제한 없음, 나이제한 없음)

(, 우울한 사람은 우울증이 완쾌 될 수 있으니 주의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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