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이야기에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퍼스트 러브>라는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드는 작품

 

참고로 시마모토 리오는 열일곱살에 데뷔햐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로 흡입력 있는 필체로 일본에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작가와 비교하자면 한강 작가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퍼스트 러브>의 표지의 문장은 책 속 이야기를 가장 잘 축약해 표현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가까이 또는 가장 깊이 자신을 아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 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외모와 학력, 부유함 등 모든 것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만 같았던 여대생이 아나운서 시험을 보던 어느날 아버지를 죽이고 길가를 떠돌다 살인범으로 체포되고, 임상심리학자인 마카베가 살인범의 살해동기를 책으로 쓰기 위해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런데 이 관계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연결되어 줄타기를 하는 듯한 아슬아슬함을 글로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취업과 압박 같은 현실적인 문제 속에 심리적인 섬세한 묘사는 책의 오묘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마카베는 방송국 카메라맨으로 일하는 가몬과 결혼해 사이에 아이를 두고 있는데 그의 동생 가쇼와는 대학동창임에도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살인범과 마카베가 만나게 되면서 살인범을 변호하고 있는 변호사가 가쇼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사이 안에도 숨겨져 있는 관계가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라 책을 읽는동안 숨막히는 기분이 계속되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구치소에 있는 살인범은 히지리야마 칸나 22살의 아나운서 지망생이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고 그게 살인으로 이어져 버렸지만 스스로가 왜 구치소에 있게 된건지, 아버지를 죽이는 인간으로 되어버린건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친구와 남자친구도 있고,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존재였는데 무엇 때문데 이렇게 까지 되어버린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재판에서 불리해 질 수 있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 자체가 용서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인생은 자신의 것인데 무언가 강요받고 비난받는 다는 것은 부모라 할지라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칸나와 같은 학생들이 수두룩 하다. 아이들의 꿈을 미리 설계해놓고 그대로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부모, 그 욕심이 아이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심심치 않게 부모의 욕심으로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하는 일을 뉴스에서 접할 수 있어 더욱 안타까운 소설 속 이야기

 

하지만 이 안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복선이 있다. 아버지를 죽인 딸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머니가 딸의 편이 아닌 검사 편에서 증인을 선다는 것이다. 자식의 선처가 아닌 처벌을 요구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가족간의 관계에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한 평범함과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보며 읽게된다.

 

엄마는 자기 스스로는 작품을 창조할 능력이 없는 터라, 옛날부터 재능 있는 남자를 동경했다고 합니다.

미의식이 높았던 아빠에게도 역시 엄마는 이상적인 상대였을 거예요. 대학에서 손에 꼽히는 미인이라고 평판이 자자했다고 하니까요.

엄마는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내가 내세울 건 미모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상한 일을 당하는 일도 많았지만, 그런 상태에서 꺼내 준 사람이 아빠였다고요.

 

<퍼스트러브 P.58 중에서>

 

반면 임상심리학자 마카베에게도 가족은 어려운 관계이다. 남편과의 관계도 좋고 의젓한 아들은 사랑스럽기만 하지만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웠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한 편으로는 딸을 비난하는 친정엄마, 서로를 용서할 사이가 아니라는 시동생이자 친구였던 가쇼까지

 

그녀는 아기처럼 엉엉 울어 마음 속 고인 감정을 털어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만큼의 체력도 따라주지 않고, 집 안에서 그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남편과 아이가 있어서 였을까,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들어 나는 사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언론 속에 비춰지는 것은 단편적인 것이라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고 있다는 것, 때로는 과한 생각이 현실을 괴물처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간혹 우리가 뉴스에서 가십을 접하고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 조차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연약하고 당연히 피해자라고 보이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그 연약함이라는 가면으로 진실을 숨길 수 있다는 것까지

 

필력이 좋아서 두시간정도 만에 <퍼스트 러브>를 완독할 수 있었는데 장면 장면 하나가 묘사가 섬세하고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다.

 

특히 일본소설은 끝이 허무하거나 로맨스 or 추리로 장르가 확연히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 안에는 그 감정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 또 새로운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 기회가 된다면 시마모토 리오의 다른 일본소설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하며 다른 분들에게도 <퍼스트 러브>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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