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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겨울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평점 :
겨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추움, 외로움, 쓸쓸함, 공허함 등과 같은 시리고 쓸쓸한 의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들고는 한다. 아마 2018년 8월의 뜨거운 여름을 몸과 다르게 마음이 겨울처럼 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무민의 겨울"을 쓸 때 작가 토베 얀손 또한 무민 코믹 스트립을 연재하면서 장시간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그 심리적인 감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표현된 시리즈로 생각 되기도 한다. (무신 코믹 스트립과 별도로 토베 얀손은 8권의 무민 연작시리즈를 출간하였고, 무민의 겨울은 그 중에서도 다섯번째 작품에 해당된다.)
한 번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적이 없던 무민이 잠들어있는 가족들을 두고 혼자만 깨어나 봄이 오기 전 긴 겨울을 눈으로 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무서우면서도 외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무민의 겨울을 읽으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봄을 홀로 보내야만 하는 무민이 꼭 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홀로 버텨내야 하는 시간들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하지만 생각처럼 봄은 빨리 찾아오지 않고 그 사이 느껴야 하는 감정들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생소하고 무섭게만 느껴지는
그래도 무민은 긴 겨울을 끝내며 첫 봄을 맞이 하였고, 그 사이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겨울의 고통을 모험담처럼 봄 여기저기에 이야기 하고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내게도 언젠가 그런 봄이 찾아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겨울잠 자는 내 이불 주위에 뿌려놓게 되었다. 무민의 가족들처럼
집 안은 따뜻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토탄이 지하실 보일렁서 천천히 타고 있었다. 달은 창문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며 하얀 겨울용 덮개에 덮인 가구와 튈로 감싼 샹들리에를 비추었다. 무민 가족은 거실에 있는 가장 커다란 난로 주위에 자리를 잡고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무민의 겨울" 책은 얇고, 안에 있는 내용은 심오하며, 기억에 남는 구절은 많다. 무민이라고 하면 코믹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속에서는 인생에 남을 부분들이 짧고 굵게 한 권의 작품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반복해서 읽게 되는 봄바람 머금고 있는 작품이다.
무민 가족들은 조상들 대대로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잠을 잤다. 모두 전나무 잎을 잔뜩 먹었고, 침대 옆에는 이른 봄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마음으로 이것저것 모아 놓은 물건을 놓아놓고,
물건들은 귀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른 봄이 오면 꼭 필요할 아주 사소한 것들 이었다. 반면 이른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나의 주변에는 아둥바둥 거리는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상반 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씁쓰름한 웃음도 번진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무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어두컴컴하고 외로운 겨울이 무섭기만 했다. 무민마마는 일어나지 않았고,
먹을 것은 주스 반 병과 먼지 쌓인 말린 빵이 전부였으며,
싱크대 밑에는 부끄러움이 많아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무언가가 살고 있고 무민파파의 옷장 속에서는 겨울이면 나타나는 투티키가 있었다.
“안녕.
겨울잠 잘 자고 슬퍼하지마. 따뜻한 봄이 오는 첫날, 내가 다시 와 있을 테니까.
댐은 만들지 말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줘.
스너프킨이”
“죽어 버렸어. 내가 잠든 동안 온 세상이 죽어 버렸아.
이 세상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곳이야.”
평소 다름없이 달려있던 샹들리에 크리스털의 딸랑거리는 소리조차 음울하게 느껴지는 무민은 밖으로 나가 편지 속 스너프킨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려 했지만 겨울잠을 자기 전처럼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겨울의 찬 바람과 눈이 문도 잠궈버리고, 창문도 파묻혀버리고 땅 속에 파묻힌 듯한 거실은 그 어느때와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세상만사 여유롭고 순해보이는 캐릭터가 무민인지라 어린아기 같은 존재에게 처음 보내보는 겨울은 무서운 존재이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봄을 홀로 보내야만 하는 시간들은 너무 막연하기만 할 것이다. 아니 그랬다.
하지만 무민은 혼자가 아니었다. 비록 만남과 이별, 공포와 행복, 죽음, 모든 감정을 경험해야만 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무민파파의 옷장 속에 있는 투티키와 싱크대 밑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아리송한 존재들, 다람쥐, 정신없는 미이, 스키를 타는 헤물렌과 추위를 피해 무민의 집을 찾아온 많은 손님들
이 수 많은 친구들은 무민이 홀로 겨울을 보내지 않게 도와주는 친구임과 동시에 "나 혼자만 힘든게 아니구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친구들이 함께함으로써 무서운 겨울 속 모습들 하나 하나가 가족들과 보내던 모습들처럼 해를 끼치지 않은 신기한 모습일 뿐이구나 깨닫게 된다.
“어디 한번 마음껏 겁을 줘 봐. 이제 널 제대로 알게 됐으니까.
너한테 익숙해지기만 하면 돼. 너는 이제 날 못 속여”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가장 먼저 깨어난 무민마마를 보자 무민은 갑자기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책임을 벗어버려 홀가분해진 아이는 성장통을 경험한 후 아무런 걱정 없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 무민은 겨울내내 혹독했던 경험이 무서운이야기가 아닌 모험담이 되어 무민가족들에게 소개해 줄 있었다.
비록 성장통은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잘 이겨내고 난 후에는 더 이상 그 것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어렵지도 않고 두꺼운 책도 아니지만 자체만으로 나에게
8월의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 "무민의 겨울" 이 시간을 이겨내고 나에게도 푸릇푸릇한 새싹이 자라나는 봄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기다린다. 무민을 통해 세상을 사는 법을 배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 책추천. 남은 7권 역시 소장하고 싶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알아서 헤쳐 나가도록 내버려 두자.
어려움을 조금 겪고 나면 훨씬 잘 자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