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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스릴러소설의 제대로 된 걸크러쉬가 나타났다, 5개국어의 외국어를 하고 체격은 있지만 꾸준히 체조를 하는 소녀, 외교관인 아버지 때문에 많은 이민을 다니면서 간혹 하나 있는 사립학교를 다니면서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 독재자같은 자제들이랑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그들을 멍청이라 지칭할 줄 아는 소녀 "그웬돌린 블룸"
그웬돌린이 걸크러쉬라 이야기하는 건 비엔나에서 맞춘 5천불짜리 신발을 신고다니는 멍청이에게 당당하게 자기할 말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그동안의 스릴러소설에서 여자는 범죄의 대상으로 누군가에 의해 삶이 끝나버린 것과 달리 처해진 상황을 모면하지 않고 극복하고 더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에서 느낀 기분이다.
「크루얼티」에 집중해야할 또 다른 한가지 주제는 숨겨진 정체, 스콧 버그스트롬은 반전에 반전 속에서 관계가 엉켜있고, 조금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을 인식하고 살아간다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여행 내내 시선을 끊지 못하는 스릴러소설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른다.”
5개국어도 공부도 잘하는 그웬은 10년 전, 7살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아빠의 생일이자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는 날이었고,
죽음으로부터 미친듯이 도망쳐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국무부 소속 외교관인 아빠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유일하게 그녀를
'그웬'이라 부르기도 하며 함께 하면서 서로 많은 것을 대화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녀
그러나 사실 그녀는 출신을 모른다.
생물학적인 아빠도 모른다. 중위였던 엄마와 결혼해서 법적인 의미를 포함해 모든 것을 함께하는 아빠도 모르는 출신을
10년 전 그 날,
그들이 알아맞춰보려고
했다. 마피아들이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열댓 명, 스무명의 남자들이 차창을 통해 그웬의 차안을 들여다 보면서 국적을 알아맞혀보려고 한다.
엄마는 아빠에게 돌아가자 고함쳤지만 아빠는 뒤에도 사람이 있다고 후진을 했고 그순간 싸구려 칵테일에 헝컵 조각과 가솔린을 넣은 화염병이 차 위로 던져졌지만 실제로 자동차는 영화에서처럼 활활 타지 않아 화염병을 맞으면 멈추지 말고 최대한 멀리 위험에서 빠져 나갈 때까지 계속 달려나가면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짓으로 차는 공회전했고, 엄마 쪽의 문이 열리며 고함을 질렀고, 아빠는 그웬을 끌어안은 뒤 불붙지 않은 문 밖으로 나와 골프채와 야구방망이의 모든 타격을 대신 맞으며 도망쳤고 두리번 거리다 다시 뛰었다 총소리는 뛰는 부녀를 향해 계속 울렸지만 어린 소녀는 기절 했고, 엄마는 가슴과 목에
14개의 찔린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마침
멍청한 아이가 그웬에게 시비를 건 날이 아빠의 생일이자
10년 전 그날이었고, 그녀는 평소처럼 조금 더 참지 못하고 시비에 대답해 버리게 되면서 며칠간의 정학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 정학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라는 학교의 지시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정학은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부랴부랴 찾은 아빠의 생신선물인 만년필은 최고로 빛났지만 케익은 살짝 뭉게졌다.
이틀로 떠나는 아빠의 출장 동안 달콤한 데이트도 했다.
출석부를 해킹해
3일 정학을 받은 테런스와는 재즈를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했고,
공원을 산책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2시
42분 행복한 시간에 무심코 꺼버린 아빠의 전화가 살짝 걸리기는 했지만
멍청이들도 부러워할 곳에 사는 테런스의 배려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재빨리 입도 맞췄다.
나쁘지 않은 정학일이었다.
하지만 이 정학이 쭉 이어져 앞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될지 몰랐다,
테런스와의 달콤함이 사랑으로 커지기 전에 도움을 받는 사이가 될 지도 몰랐고, 2시
42분 받지 않은 아빠와의 전화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것부터 그동안 알고 있던 아빠의 모습이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 주변에서 알고 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
더이상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질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그웬이 이전과의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아빠가 자신이 실종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은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었다는
것이 아닐까,
엄마가 죽는 모습을 목격한 그 이후로 유일한 의지할 힘이 되었던 아빠의 진실을 이해하고 합리화 시키기 전에 살아있는 그를 찾기 위해서 스스로의 삶을 달리 선택하는 모습, 그리고 어쩌면 엄마의 죽음조차 이러한 것들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아무도 구하지 않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걸크러쉬를 넘어 죽음조차 무던해져야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으며, 잠을 자는 시간보다 훈련을 받는 시간이 더 많고, 쫓고 쫓기는 사이 속에서 쉼없이 머리와 몸을 움직이기 바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잔혹한 세상
Cruelty ; 잔인함, 학대
/ 잔학 행위
/ 불공평한 일
세상은 그녀에게 공평할 수 있을까,
그녀는 살아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