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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삶이 변화 된 사람들도 많고, 이제는 그 아픔을 글로 쓰는 작품들도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영리』는 '나'라는 사람이 전근한 곳에서 만난 '히아사'라는 인물이 알수록 더 형체가 흐릿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결혼하고자 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헤어지고 도호쿠에 내려와 만난 히아사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낚시도 같이 다니고 산나물도 캐고, 온천이고 드라이브도 잘 다녔다. 청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었고, 주량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친해진 그에게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었다. "어떠한 거대한 것의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
그는 작은 화재에는 냉담했지만 커다란 산불을 보면 감명을 받았다. 장대한 사물에 한정적이었지만 공감이 아닌 감명을 받는 그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얇은 책 한 권에 담긴 히아사는 독특하다는 표현을 넘어 선명한 형태가 보이지 않는 인물과도 같았다 어떤 때는 창고에서 박스를 나르는 나이 든 아저씨의 모습, 또 어떤 날은 에도시대 중기의 인물처럼 유유자적 뱃놀이를 하고 공상을 하는 사람, 다른 날은 정장에 넥타이를 갖춰 입고 뾰족하게 머리를 세운 영업사원의 모습까지, 낯선 모습의 그는 대지진 이후 사라져버린다.
동일본대지진의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면서 뭔가 형태가 또렷하지 못하고 자꾸만 변화하는 히아사는 내용 속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원래
'영리'라는 뜻은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인생을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얇은 책 속에 숨겨진 비밀과 생각하는 것에 따라 많은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는 심리적 묘사가 이 책을 읽는 이유였다. 낚시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이번에는 내가 잡힐 것이오'
예고하지 않듯 삶에 대한 것도 예고도 정답도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책 속에서 찾아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묘한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깊게보면 보이는 것, 얼핏보면 보이지 않는 것
한 번 더 읽으면 또 다른 진실이 보이는 것, 하지만 또 완벽히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
"아들은 안 죽었소"
깊은 못에서는 첫 낚시부터 입질이 왔다. 상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애매한 당김새였다. 다시 그 황어와 재회하게 되나 하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낚아 올린 물고기는 무지개송어였다. 아감딱지에서부터 꼬리자루에 걸쳐 짙은 담홍색 줄무늬가 있었다.
자연하천에서 번식하는 사례는 혼슈 이남에서 드물다고 하는데, 누가 방류한 것일까.
어쩌면 상류에 양어 시설 같은게 있어서 거기서 도망친 개체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