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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조재면 지음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427/pimg_7230641891894882.jpg)
학생들은 논술시험을 위해서 학원을 다니거나 쪽집게 과외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논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독서와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손자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고 그 과정과 결과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진정한 논술의 의미를 전할 수 있는 기회로 전달하고자 한다.
각 장에 있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책머리에 적혀 있는
"2대에 걸친 사설 공부"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썩어 빠진, 빌어먹을 군대!"
1장, 단 하나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가, 2장, 기업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가, 3장. 청소년의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가,
4장.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5장.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역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조정래 작가와 손자가 서로의 시각에서 같은 주제로 논술을 쓴 내용들은 주제 자체도 흥미롭고 내용도 눈길이 가는 것들이 많다. 고등학생의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글을 쓰는 실력도 뛰어나서 아 이게 정말 논술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 번에 다시 다루어 보기로 한다.
2대에 걸쳐서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군대 폭력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인명사고의 문제, 나는 첫 페이지에 이 내용이 논술의 첫 문제로 논해봐야 하는 점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작가의 아들이 군대에서의 폭력으로 인해 목디스크로 고생을 했고, 창군 이래 폭행으로 죽었지만 권력으로 조용히 묻혀져버린 죽음의 수가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야전 도끼 자루로 엉덩이를 50대 맞아 한 달 이상을 눕지 못하고 엎드려 자는 고통을 당하며 제대를 한 후로 28년여가 지났는데도 내 아들이 또 밤마다 구타를 당해 평생토록 앓아야 하는 목 디스크 환자로 제대를 한 것이다.
돈을 들여가며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논술을 공부하고, 우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만 그 답들은 입학을 위한 정답으로 이용 될 뿐 세상이 변하는데 이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논술이야기를 생각해보기 전에 논술이라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그 자체가 나는 궁금했다.
일본군 출신들이 장악한 군대는 그대로 일본식으로 운영되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폭력으로 군기 잡기였다. 그 폭력 행사는 6.25를 거치면서 더 거칠어졌고, 5.16을 거치면서 시정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일본군 출신들은 5.16을 계기로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장도 되고, 국무총리도 되고, 국방장관,참모총장 등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는 판이었으니 군대라는 성곽은 더욱 높고 견고해지면서 폭력은 군기 잡기의 신효한 약으로 장수를 누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 2세대가 지나서도 변하지 않는 현실 속 그저 치열한 입시에 불과한 논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양한 책 읽기라는 기본 바탕이 없는데 학원이 또다시 '주입'해주는 약아빠진 요령만으로 좋은 논술이 씌여질 것인가. 사막에서 물 솟기를 바라는 것이고,
겨울에 꽃 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이 책머리 부분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논술이 필요한 이유,
어떤 논술을 써야하는지, 세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글을 쓰는 것, 아마도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그런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리랑』, 『한강』, 『태백산맥』의
소설을 쓴 작가의 아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밝힐 수 없었다.
아버지의 책은 금서로 분류되었고,
반공 단체는 그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빨갱이로 고발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현실의 문제점과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작가로 꼽히는 사람이다.
논술이라는 것도 그런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서 없는 이야기이지만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이전에 읽었던 할머니와 손자가 주고받았던 편지를 담은 책 그 이상을 넘어서 여러 사람들의 논술 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책이라 나도 이 책을 읽고 전달하고픈 느낌들이 많다. 피곤한 오늘을 보내고 다음에는 좀 더 정확한 마음을 설명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