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BBC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를 접하면, 일단 그 황당하고 비참한 스토리에 멍하다. 그런데, 오페라 음악을 들어보면 한번에 귀에 확 들어온다. 대신, 많이 들으면 살짝 지겨워지기도 한다. 원래 첫번에 귀에 확 들어오는 것은 좀 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영상을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그의 다른 영상물을 찾다가 이 DVD를 선택했다. 

1막 2장의 두 연적의 결투 장면은 정말 볼 만하다. 보너스 영상에서 주인공들이 악보대를 칼대신 장난스럽게 잡고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호세 쿠라는 역동적인 장면에서 노래하기가 힘든다는 점을 얘기한다.  실제 결투 장면에서 레오노라를 사이에 두고 둘이 죽일듯이 싸우며 노래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불꽃 튄다.  

아주체나의 연기와 노래도 아주 좋았다. 이 오페라 내용상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그녀다. 사실 말로 하다기 힘든 처절하고 비참한 역할이다.  

나의 주시 대상,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외모나 의상, 노래 모두 카리스마 철철 넘친다. 오네긴 영상이 2007년이었고 이 영상이 2002년인가 2004년인가 암튼 더 젊을 때인데, 역할 때문인지 2007년의 모습이 더 멋지다. 하지만 약간은 너무 힘들어간 느낌도 있다. 조금만 더 노련하고 부드러웠으면 정말 100% 멋진 루나백작이 될 수 있었을텐데.  

이 영상에서 처음 접한 호세 쿠라의 모습은 멋지다. 잘생기고 연기 자연스럽고 덩치 좋고^^ 하지만, 어쩌나.. 노래는 좀 내 취향 아닌듯.. 그나마 'Di quela pira'는 좀 괜찮았는데, 크게 노래에서 감동적이지는 않다. 뭐, 그래도 이시대에 이 정도 해내는 테너가 있어야말이지.. 

이 영상의 가장 문제는 그녀. 레오노라다. 오페라 대본상으로도 좀 억지로 만들어넣은 느낌이 드는 현실감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레오노라를 부른 베로니카양 4막 1장을 혼자 다 채워야하는데, 완전 안습. 고음이 불안하기 짝이없다. 극에 몰입해서 눈물 줄줄 흘리며 열연하지만, 노래가 안되니 어떻하나. 연출상으로 장면도 정말 멋진데, 그녀의 눈물때문에 마스카라 지워진 팬더눈에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번들거림까지도 불안한 고음부를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외모로는 멋진 두 남자가 피튀기며 싸울 충분한 이유가 될 법한데, 아이구.. 노래는 ... 

그녀만 좀 멋지게 불러 주었다면 이 영상물 인기 대단했을법도 한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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