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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어렸을때 학교에 갔다 오면 대문앞에서 부터 크게 엄마를 부르며 들어왔지요... 그런데 엄마가 집에 안계시면 그게 그렇게 서운할수가 없었답니다. 이상하게도 20살이 넘어서도 집에 왔을때 엄마가 안계시면 왠지 허전하고 서운하고 그런 맘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어디 멀리 가신것도 아니고 옆집에 잠깐 가신것인데도 내가 들어갔을때 엄마가 안계시다는것이 ...... 그랬답니다. ^^
엄마의 마흔번재 생일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엄마인가?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이고, 여자인데 그것을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집에서 그저 살림잘하고, 아이들 잘 돌보고, 시부모님을 잘 돌보는 그런 사람이 훌륭한 엄마라고 누군가 이야기 하면서 그것을 강요한다면 나도 가영이 엄마처럼 참지 못하고 자아를 찾아 떠났을까?
가영이의 엄마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두고 마흔살 생일에 갑자기 화실에 나가겠다고 선언을 한다. 가영이의 아빠는 누나만 다섯인 딸부잣집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는데 어머니를 돌보지 않고 화실에 나가겠다는 아내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하지만 가영이 엄마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가족회의를 열어 요일을 정해서 시누이들에게 어머니를 하루씩 번갈아 가며 돌보라고 이야기 한다. 낮에는 화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밀린 집안 일을 하는 고단한 생활을 하면서도 가영이 엄마는 화실에 계속 나간다.
가영이 아빠는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가 모두 시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 화실에 나가는 아내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3짜리 큰딸 가희는 집안에 도는 냉냉한 기운이 싫기만 하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큰딸,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씩씩한 둘째딸.... 점점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가영이 엄마는 집에 들어오면 시어머니를 극진하게 보살핀다.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 가영이 엄마가 화실에 나가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시어머니 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다.
시어머니가 젊었을때 자식들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살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삶은 살지 못한것을 치매가 걸리고 나서야 느낀 것인지.... 가영엄마에게 지난날에 대한 자신의 삶을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영엄마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계속해서 화실에 나가 자신이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가영이 할머니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고, 가영엄마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다. 모두들 엄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것이라고 여기고 있기도 하다.
나또한 두 아이를 키우느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두 아이를 키웠다. 육아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것을 여자에게 돌려버리고 뒷전일 때가 많다. 아이키우고 살림하는 것은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것을 후회할때가 있다. 나는 어느새 내 이름을 잃고 누구누구의 아내이며 누구누구의 엄마로서만 남아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때.......
나는 두 아이의 엄마지만 아이들을 위해 내 모든 것을 희생할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나쁜 엄마인것인가? 나의 어머니도 당신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삶을 희생하셨는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한것일까?
이 책은 정말 고학년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인듯 싶다. 엄마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도 있을것이고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엄마의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을것이다.
책을 읽고 정말 아이들이 느끼는 점이 하나 없이 " 엄마는 이 아줌마 처럼 되지마" 라고 말한다면 정말 슬플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엄마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