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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평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는 것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목은 다소 충격적이게 다가온다.
이 책은...
어느 날부턴가 서서히 몸안에 갇혀버린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이다.
자식이 갑자기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전신마비가 오고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저런 말을 하는 엄마를 우리는 질타할 수 있을까?
비교적 어릴 때 나는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 가는 경험을 하게된다.
초등학생이어서 얼떨떨했지만
아직도 대기실의... 안개가 낀 것 같이 뿌옇고 무거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때...
우리는 희생적여지면서도 이기적여지는 것은 아닐까?
책의 주인공 마틴은,
열두살이 되던 해 갑자기 서서히 사지가 마비되어 간다, 원인도 모른채.
그렇게 곧 식물인간이 된 마틴,
그러나 4년이 지난 어느 날 마틴은 아무도 모르게 깨어났고,
모두들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리가 없다.
마틴은 얼마나 더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할까?
이야기는 마틴이 깨어나고 나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잠든지도 모르고 잠들었다가 깨어난 마틴은
홀쩍 4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었고
자신의 몸과 자신의 신체 능력에도 차이는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변의 반응과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꿋꿋이 버텨야만 했다. 아프다고도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다고도 말할 수 없고 적을 수 없었기에.
마틴은 곧 자기가 생각하고 인지하고 원하는 만큼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병과 함께 상실한다.
마비는 아니지만 전신마비와 다를 것이 없고 움직임이라기보다 경련에 가까운 몸짓.
마틴은 세상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새 열 여섯이 되었고 그는 혼자서 하루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여전히 그는 평일 오전에 돌봄센터에 가고 오후면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하지만 그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돌봄센터의 한 여자였다.
제목이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엄청 자극적이지는 않다.
(제목만 보면 매정한 부모와 상처받은 아이의 이야기 같은데 말이다)
오히려 놀라움의 연속, 한 사람에게 거는 기대감 등을 더 자주 느끼게 된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놀라운 건 주인공 마틴이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어쩐지... 감정 표현이나 나로서의 상황묘사가 되도록 세부적이다, 했더랬지.ㅎ)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소설인줄 알고 읽다가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찾아보게 되었다. ㅎㅎㅎ;
아무튼 다시 책 이야기를 하자면,
음... 뭐랄까?
이 책은 책의 재미와 신선함, 뭐 그런것들을 떠나서_
내가 알 지 못했던 세계로 들어가보는 것의 의의가 있다.
(잠수종과 나비는 안 읽어봤다.) 나는 알 수 없는거, 그렇다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 이긴 하지만...
멀쩡했던 한 소년이 사지가 굳어가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이야기를 재밌게(?) 읽을 수 있겠냐만은,
이야기가 막연하게 어둡지 않고, 한 에피소드가 비교적 어렵지 않고,
어딘가 희망이 느껴지는 책의 분위기에 나는 책장을 경쾌하게 넘길 수 있었다.
어느새 열 여섯살이 되고 스무살이 되고...
그도 나이가 들어가고 몸이 자라고 있다, 남들과는 좀 다르겠지만.
그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누구라도 포기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기적 같은 일들이 책 안에는 있다.
나는 그가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것에도 많은 감동을 했지만,
가족과의 유대감,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 등은
내가 마치 마틴을 키운 누나가 된 느낌을 받게 했다. ㅎㅎ
"안녕, 킴."
내 몸과는 다른 곳에서 나오는 컴퓨터 음성이 말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
죽느냐 사느냐 중
스스로 다시 삶을 살아나가고자하는 그의 의지도 대단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의식과 노력, 희생이 필요충분 조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를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과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흔히, 지체아동을 낳은 부모는...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기를 바란다고 한다. (물론 마틴은 정신적으로는 학습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길을 다니다보면 그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보게된다.
예전에는 나도 언젠간 부모가 될지 모르니,,, 왠지 짠하는 마음이 컸다면.
오늘 아침 두 청년이 서로를 의지해서 무언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도 그들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 있겠구나,
그들도 나와 사실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간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빠는 비틀거리는 내 발걸음을 바다 쪽으로 몇 발자국 더 움직일 수 있도록 인도하면서
계속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안전해”
하지만 바닷물이 내 발과 다리 주변에 밀려들자 나는 두려움으로 새파랗게 질렸다.
나는 바다에 휩쓸릴 테고 결국 떠밀려 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불현듯 아빠가 내 곁에 더 바짝 붙어 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가 네가 떠내려가도록 놔둘 것 같니?”
아빠는 파도 소리에 맞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데 내가 여기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게 할 것 같아?
아빠 여기 있다, 마틴. 내가 널 붙잡고 있어. 아무 일도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무서워 할 필요 없어."
나를 꽉 붙들고 있는 아빠의 팔과 나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아빠의 힘이 느껴진 순간,
나는 아빠의 사랑이 바다로부터 나를 지켜주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넘칠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바다에 서서 중
희망에 가득찬,
자기계발서이면서 마치 아닌척,
네가 긍정적이라면 온 우주가 너를 도와줄거야 같은 책을
나는 딱! 싫어한다.
우선 그런 책이 아니어서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어서, 그 점도 좋았다.
그와 그의 책은 성장, 그 자체였다.
우리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 한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게 되었고
저절로 마틴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를 바라보며 한때 희망을 버렸었노라고 엄마가 시인할 때, 나는 지나간 상처가
어떤 방식으로든 아직도 엄마에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음을 느낀다.
레고를 좋아하던 아이는 내게 낯설기만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손에 잡힐 듯 또렷한 존재인
것이다. 그 소년은 그들이 사랑했고 잃어버린 아이다.
굿바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