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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지음, 최수민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고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 상상을 해봅니다. 이번 추석에는 긴 시간 걸려 시댁에 가지 않을거야. 며칠씩 부엌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요즘은 잘 먹지도 않지만 그래도 손님접대와 뒤늦게 나타나는 시누이들 식구 싸가지고 갈 것까지 전이며 부침게를 부치고, 등짝이 무너질 것같이 앉아 송편을 빚어대지 않을거야. 밥먹을 사이도 없이 '음식 하면서 먹어서 별로 입맛이 없네요.' 하면서 음식 차리고 설거지 하고 또 후식 차리고 또 설거지하고 간식 차리고 또 설거지하고... 손님 오고 또 차리고 설거지...
그나마 요즘 남자들은 수고했어 한마디 하지만 이젠 그 말 하는 것도 얄밉고... 먼 길 가도 쉴 틈도 없이 바로 음식을 해대야 하는 것을 탈피해봐야지. 그 맏며느리는 남편에게 휴가계획을 세우자고 한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억지로 휴가일정을 잡지만 설마 명절에 정말로 여행을 가자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남편은 생각한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부모, 동서, 시누이, 친정부모, 언니, 오빠, 동생, 아들과 딸 등등 모두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맏며느리로 20년도 넘게 되풀이 했는데 이제는 한번쯤 건너뛰고 싶은데. 남들은 명절이 1년에 몇 번이나 되냐고 하지만 왜 명절은 그렇게 틀에 박히게 보내야 하는가. 2000년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정말 그러면 안되는지. 해외여행은 못가더라도 통나무집에 가서 자신을 좀 돌아보고 싶다. 가족들이 같이 가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가고싶다. 아니면 시부모님 모시고라도 가고싶다. 다른 날 가도 되지 않느냐고들 한다. 후후- 결국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귀성길에 들어선다. 며칠동안 욕만 실컷 먹은채, 명절을 다르게 보낸다는 게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가.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아주 흠뻑 빠져들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스릴도 있고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도 있고 처음 계획대로 여행을 못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생기고.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겨울은 아니지만 지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그리 무겁지 않은 쉽게 읽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