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곰
메리언 엥겔 지음, 최재원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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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_ 강화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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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장 오래된 문학의 주제이다. 수많은 이들에 의해 사랑은 노래되었고 기록으로 남겨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여러 모양의 사랑을 향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고 어쩌면 죽음조차 껴안는다. 모두가 사랑을 향해 가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랑은 서로를 부정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깨달음은 진리이지만 종종 흔들린다. 


『나의 곰』에서 이야기되는 사랑은 위험하다. 그저 위험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담보로 했고 사회적 용인과 이해를 아득히 넘었다. 그럼에도 이 사랑 안에서 두 개체는 서로를 알아보고 동시에 오해한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처럼 둘을 하나로 용접해 버린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고유성은 흔들리고 질문, 회의, 분노에 노출된다. ‘이것이 사랑인가’라는 질문은 ‘이것만이 사랑이다’라는 선언과 서로 충돌되며 이야기로 엮인다. 


결국 이야기 속에서 우린 사랑의 본질이자 태초의 모습을 목격한다. 너와 나를 하나로 오해하게 만들고 목숨마저 던지게 만드는 사랑의 본질은 그리 안전하고 길들여질만한 동물 같은 것이 아니다. 너무 위험하기에 우린 사랑을 자꾸 인간의 관습, 종교의 계명, 미디어의 상품화 등으로 포장하고 묶어두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랑은 모든 것을 넘어서려고 하고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은 위험하고 위험하기에 사랑이다. 


『나의 곰』에선 자연의 사랑이 오랜만에 서사의 중심에 서서 그 폭력성과 난폭함을 마구 드러낸다. 여기서 사랑은 자유롭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이들은 해방된다. 물론 그 대가는 평생 흉터의 모습으로 남지만, 후회한다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이미 답변된 것처럼 예상된다. 여기 위험하고 끔찍한 사랑이 있다. 



"짐승의 냄새를 풍기는 여자, 공허하고 화가 났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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