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합본) 신 :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김용규 지음 / IVP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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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판되었던 책

한 친구가 정말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분의 대표작은 절판되었고 친구는 옆에서 자기는 절판된 책이 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의 다른 저작들을 보기 시작했고 그의 독특한 문체와 방대한 이야기를 맛보게 되면서 친구와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그의 절판된 책이 다시 개정되어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친구의 추천이 다시금 떠올라서 책을 잡게 되었다. 그 책이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ivp)"이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 오늘날 신에 대하여 다시-말하기

저자는 디아트리베라는 문체로 글을 이끌어간다(17). 이 방식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식 글쓰기가 아닌 독자와 대화하는 것과 같은 질문과 대답이 섞여 있는 대화법을 가리키는데 이 방식 때문에 무려 878쪽에 달하는 책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자칫 주제가 주제인 만큼 너무 무겁게 다루어질 수 있는데 저자는 문체에 대한 배려와 숙달된 이야기꾼의 재능으로 마치 고대 도시를 둘러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그는 신에 대해서 주로 목소리를 내던 신학, 종교학만이 아니라 인문학의 영역인 철학, 예술, 문학의 영역에서 신에 대한 관점들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권위주의적 독백과 같은 설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사의 강연의 느낌으로 이라는 주제를 설명한다.

저자는 크게 서양 문명을 배경으로 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여기서는 신이란 누구인가(1), 신의 존재성(2), 창조(3), 인격성(4), 유일성(5)을 크게 다루면서 세세하게는 서양 문명에서 그려내는 신의 모습들(49~66), 신 존재증명(2), 창조에 대한 여러 입장과 진화론에 대한 입장(4), 신의 예정(6~7), 신이 전능하다면 악은 왜 생기는가?(8), 삼위일체 논쟁(9), 종교의 배타성(10)을 이야기한다. 이 방대한 이야기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해석과 함께 당대 인문학의 여러 입장들(대표적으로 문학, 철학)이 소개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현대 사회와의 연결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서 그는 1부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말하면서 논의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르네상스 대표 화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를 통해서 서양문명이 가졌던 신에 대한 이해, 표현을 소개한다(23~54). 그리고 종교가 해석했던 신의 모습들을 서술하고 당대 철학에서의 유사한 정의들과 연관 지어준다. 이를 통해서 독자는 단순히 주제에 대한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다층적 의미들을 미술, 철학, 신학의 관점으로 배워가는 것을 경험한다.

또한, 그는 서양문명과 그리스도교 역사 내에 있던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주제들을 다루는데 이때 플라톤으로부터 바울, 세네카, 어거스틴, 안셀무스, 토마스 아퀴나스, 존 칼빈, 키르케고르, 찰스 다윈, 칼 바르트, 칼 라너 등의 인물들의 삶, 사상이 나온다. 그렇기에 우린 사상들의 결과 함께 시대를 보는 시야를 조금씩 보게 되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8장이 흥미로웠는데 저자는 신의 인격성과 신의 부재를 같이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신정론에 교과서적 질문인 전능한 신은 왜 악을 허락하는가?”에 대해서 여러 답변이 소개되는데 악은 인간의 선택으로 생긴 것, 신의 더 큰 목적을 위한 허용 등의 해석들이 서로 대화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논쟁에 참여하기보다는 한 주제에 대한 여러 관점을 비교하면서 계속해서 어떤 것이 더 수긍이 가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앞에서 나온 관점의 반대 관점을 소개하면서 고통 앞에서 저항하는 것을 권면하기도 한다. 자칫 순환논리로 끝날 논쟁이 여기선 여러 해석 사이에서 우리에게 결정권을 넘기면서 마친다. 이것이 이 책이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저자는 강요가 아닌 해석의 나열들로 우리에게 해석의 주도권을 가지도록 권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고민하게 돕는다.

 

3. 경건함 + 백과사전적 지식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의 지식에 우선 놀랜다. 그는 전공인 철학, 신학만이 아니라 미술, 문학에도 백과사전적 지식을 나열하면서 적절히 소개해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여러 학문, 분야에서 지식이 생기면서 동시에 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입체적으로 보게 도와준다. 그리고 책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모습에는 경건함이 있다. 그는 안셀무스의 기도로 글을 시작하고 포프의 인간론의 글귀로 글을 마치면서 지식의 한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그는 종교인이면서 자기가 속한 종교에 잘못을 드러내면서 그 안에 오해를 설명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신을 향한 태도로 자신의 견해 사이사이마다 잠시 멈춘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종교인/신앙인이 있었을 때 하나님에 대한 갈망, 사모함을 더욱 느끼게 하여준다.

무엇보다 오늘날은 거대 종교끼리의 갈등, 사상들의 대립으로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간절하다. 우린 지금까지 오해 가운데 서로를 제대로 볼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 가운데 신에 대한 종교와 서양 문명의 대화는 서로를 건강하게 만들고 만날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 종교인 모두가 만들어갈 건강한 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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