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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같이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적이 없는 것 같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가 더 격렬히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시기에 보수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신작이 나왔다. 영국의 대표적 보수 지식인 로저 스크러튼이 쓴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가 그 주인공이다. <How to be a Conservative>가 원제로 2014년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저자인 로저 스크러튼은 영국사회에서 '그 누구보다 보수주의에 대해 가장 훌륭하게 정의를 내리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어떻게 그는 보수주의자가 되었을까?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하층 중산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동조합원이자 노동당원이었는데 로저 스크러튼은 그런 사회주의자 아버지에게서 조국과 자유를 사랑하는 뿌리 깊은 보수주의 본능을 발견한다. 이후 그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F.R리비스,T.S엘리엇, 쇤베르크 등 문화 보수주의자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후 "과거를 지키면서 근대적이어야 하고, 전통을 지키면서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되고 그의 정치적 성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로저 스크러튼의 보수주의는 우리 뜻대로 살 수 있는 기회, 고충에 응답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공정한 법의 확실성, 특정 이해당사자들 마음대로 점유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공유 자사인 환경의 보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개방적이고 탐구적인 문화, 대표자를 선출하고 법을 통과시키는 민주적 절차 등의 유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보수주의자들이 이와 같은 훌륭한 유산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한다.
스크러튼의 보수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보수주의에 대해 시선을 돌려 보았다.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강조하는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은 스크랜튼이 말한 보수주의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일까? 그들이 대중앞에서 한 말들, 보여진 행태들을 보면 전혀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보수주의의 탈을 쓰고 자신의 이득과 기득권만 생각하는 가짜 보수주의자들에 가깝다. 보수의 가치인 '민주적 절차'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과연 그들이 '보수주의'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른 진영을 빨갱이, 포퓰리즘 등 극단적 단어들을 사용해가며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그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