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3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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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문학의 젊은 거장,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대서사시 <나의 투쟁> 제3권이 나왔다.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했던 제1권을 지나 상당히 일상적이고 평온했던 제2권을 거쳐 어느덧 제3권까지 크나우스고르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제3권은 제2권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에 적혀있는 문구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 여름 하늘의 번개처럼, 가을 하늘의 오로라처럼"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제3권에서 크나우스고르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생긴 여러 에피소드에 대해 담담히 풀어낸다.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다

   크나우스고르는 린다와 연애 끝에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며 바쁜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이번 책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글을 쓰려고는 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쟁이라고 해도 언젠가 글이 잘 안써지고 영감이 안 떠오르는 슬럼프를 경험하게 되는데 크나우스고르도 그런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지난 제2권에서 도스토에프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면, 이번 제3권에서도 문학가들에 대한 생각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그의 철학. <나의 투쟁>을 놓지못하고 제1권부터 제3권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바니아의 탄생, 그리고 다가온 육아

   아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아내가 산통을 하다가 분만을 하여 첫째 아이 바니아를 낳는 장면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린다의 어머니, 크나우스고르의 장모님과의 트러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느날 크나우스고르는 장모님이 술을 마신 상태로 바니아를 돌본다고 의심을 하게 되고, 아내와 크나우스고르가 없을 때 술의 양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다. 술병에 펜으로 선을 그어 남아있는 양을 표시해놓았기 때문에 장모님이 술을 마신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로 한동안 크나우스고르와 장모님 사이에 냉전 기류가 흐르지만 후에 장모님의 사과를 받아낸다. 

   린다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에도 이들 부부간에 언쟁이 생긴다. 린다가 크나우스고르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임신테스트기를 산 후 임신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이를 자주 찾는 테라피스트에게 먼저 말한다. 크나우스고르는 왜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린다와 약간의 말다툼을 벌인다. 조울증을 계속 달고 사는 린다는 밤에 이 사건 때문에 잠을 못자고 흐느끼며 크나우스고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를 바라보면서 이제는 크나우스고르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것을 이번 제3권에서 느꼈다. 제1권에서부터 그의 행동, 말투는 정말 한결같다. 조울증을 항상 달고 사는 린다의 모습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매우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젠 '익숙함'이 베어나는 그의 이야기

  '익숙함'. 제3권에서 내가 꼽고싶은 키워드다. 제1권과 2권에서 크나우스고르가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신선함'이 보였다면 이제는 '익숙함'이 느껴진다. 시간순으로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제는 내 옆에서 말해주고 있는 친구의 모습같기도 하고 옆 집에서 오손도손 사는 가족의 모습같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번 제3권의 후속편에서는 아마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담기지 않을까? 아이들의 학교 문제, 연애 문제 등에 대해 크나우스고르는 어떻게 대화하고 해결했을까. 내년 3월 출간 목표로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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