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한길사에서 출간된, 주목할 만한 책이 있다. 제목은 <나의 투쟁>.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나의 투쟁'을 입력하면 히틀러 자서전 <나의 투쟁>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히틀러의 자서전 제목으로 유명한 <나의 투쟁>을 저자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정했다. 저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결코 문학적 충격이나 상업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저자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1968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베르겐 대학에서 문학과 예술을 전공했고, 1998년 첫 소설 <세상 밖에서>로 노르웨이 문예비평가상을 받았다. 2004년 두 번째 소설 <어떤 일이든 때가 있다>를 내놓았고, 2009년 세 번째 소설 <나의 투쟁>을 집필했다. 그의 인생은 <나의 투쟁>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총 인구 500만 명인 노르웨이에서 무려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나의 투쟁> 1권은 크게 1장과 2장으로 나누어진다. 1장에서는 첫 사랑의 추억, 고등학생 무렵 밴드를 결성했던 이야기 등과 같이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2장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저자는 당시의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서 담담히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소설임에도 과장된 꾸밈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나의 유년시절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책의 결말에 다가와서는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날이 그날처럼 묘사되는 뻔한 일상들, 그런데 왜 그것이 보고 싶어 죽겠는가.
이 기이한 욕구.
<나의 투쟁>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작품이다."
-프랑스 누벨 옵세르바퇴르
소설이 출간된 이후 큰 인기를 끌면서 노르웨이에서는 '크나우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첫 번째 뜻으로 어떤 일을 너무도 세세하게 기억한다, 두 번째 뜻으로 크나우스 책 <나의 투쟁>을 읽는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19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외모도 잘생긴 편이다. 큰 인기의 배경엔 그의 외모도 한 몫 했다.

한길사에서도 책 표지에 이를 잘 반영해주셨다. 겉 표지에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심오한 얼굴이 프린팅되어 있는데 "무의미한 것을 쓰겠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난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날개를 펼쳐서 안쪽을 들여다 보면 그의 전신 사진이 숨어있다. 마치 뮤지션 CD의 히든트랙을 보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2>와 <나의 투쟁 3>이 출간되었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상의 서사를 담았다고 한다.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