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만나다

 

 

 

   이 책의 지은이 장하석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이자 '과학철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았다. 그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했는데 이를 한국 사회에 맞게 수정하여 이 책을 썼다. 영어로 하던 강의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저자는 이 책을 정비했는데, 서문에서 "한국 학계에서 쓰는 전문용어나 학자들의 상투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책의 이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일반 대중, 학생들을 위한 '과학철학 입문서'이다. 과학철학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리 어려운 개념만은 아니다. 과학과 철학. 어찌보면 서로 동떨어져 있는 개념같이 보이지만 과학의 본질은 철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은 매우 밀접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하면서 과학은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이공대학교에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교수들에게 던졌다. 하지만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교수들 대부분은 "학부생 주제에 철학적인 소리 지껄이지 말고 숙제나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p.45)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제 1장 <과학이란 무엇인가>였다. 과학철학 분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명의 철학자가 있는데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이다. 먼저 칼 포퍼는 '반증주의' 철학이론을 내새웠다. 어떤 이론에 기반을 두고 예측했는데, 실험 결과 예측과 달리 나오는 상황이 있다면, 이론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간단한 반증의 논리를 칼 포퍼는 과학의 가장 기본으로 생각했다. 또한 포퍼는 과학적 태도란 곧 비판적 태도라고 말했다. 항상 자기 이론으로 모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은 과학이 아니면서 과학인 척을 하는 사이비과학(pseudosicience)라고 비판했다. 진정한 과학자들은 항상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과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포퍼와는 다르게, 토마스 쿤은 자기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독단성이 과학자의 전형이라고 보았다. 토마스 쿤은 1962년에 나온 책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패러다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규범이 되는 본보기, 둘째는 본보기를 따라가다가 생기는 전통이다. 쿤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혁명적인 일이 일어날 때만 제외하고, 과학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는 어떤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면서 이런 기반 위에서 연구가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12장에서 다원주의를 언급한다. 과학이라는 하나의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의 이론들을 수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원주의적 사고로 각 과학 분야에 패러다임이 한 개뿐이라고 주장하는 토마스 쿤의 논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저자는 다원주의의 이점, 다원주의에 대한 우려에 대한 생각을 밝히면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책의 가장 마지막 문단이 인상적이었다. 철학에 대한 장하석 교수의 개인적의 견해였다. 철학은 일상생활에서 쓸모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쓸모 있는 학문이다. 이 한 문장이 내 가슴을 내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피하려 한다. 철학과를 졸업한 대학생들은 경영학, 경제학 등을 공부한 대학생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멸시받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저자는 철학은 언젠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책을 끝맺는다.


 

"철학자는 이렇게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대신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탄탄해지고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상투적인 사고에 도전함으로써 사회의 경직화를 막고 사회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것이 철학과 철학자가 가진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p.413

 

장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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