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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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무라카미 하루키만큼 한국에서 많이 읽힌 일본 작가를 꼽자면 단연 다사이 오사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인 <인간실격>은 1948년 잡지 <텐보>에 3부작으로 연재되었다가 단편집 <굿바이>와 함께 출간되었다. 연재가 완결된 지 한 달 후 다자이 오사무는 다마강 상류에 몸을 던져 자살하면서 삶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의 인생은 인간 실격이었을까. 그 반대였을까.


이 소설에는 '나'라고 호칭하는 인물이 쓴 서문과 후기, 그리고 '요조'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 편의 수기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유복했지만 불행했던 집안 환경, 실패하고 방황하는 청년 시절, 결혼과 약물 중독 사건 등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요조는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하게 되는데, 실제로 강에 투신자살한 다자이 오사무 본인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그와 많이 닮아 있어 보였다. 

154페이지의 짧은 책이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짧고 임팩트있게 충격을 주는 문장들이 굉장히 많아서 읽으면서 내 머릿 속이 많이 복잡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영주들이 재산을 몰수당하고 경제공황이 찾아와 대혼란이 빚어진 시기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저자 자신이 살아온 불안전한 인생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함이었을까. 여러 번 곱씹으면서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p.14

그러니까 결국 내겐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아직도 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서로 엇갈린 것 같다는 불안,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신음했고,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행운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만 언제나 사는 것이 지옥 같았고, 오히려 날 보고 행운아라고 말한 그 사람들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p.53

비합법. 내겐 그것이 은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통용되는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난 두려웠고(거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를 예감하게 됩니다) 그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서, 창문도 없는,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그 방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서, 밖은 비합법의 바다라 할지라도 그곳으로 날아들어 헤엄치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게 내겐 훨씬 마음 편할 것 같았습니다. 

p.143

지옥.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최후의 수단. 이게 실패하면 다음엔 목을 매다는 수밖에 없다고 신의 이름을 걸고 결심하고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 안에다 나의 실상을 전부(여자에 관한 일은 차마 쓸 수 없었지만) 고백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습니다. 좀 기다려보라든지, 그냥 그렇게 살라든지,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와 불안 때문에 난 오히려 주사량을 늘려야 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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