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 앤서 -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
뉴욕주민 지음 / 푸른숲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뉴욕주민 <디앤서>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뉴욕주민님의 두 번째 책 <디 앤서(The Answer)>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책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는 지난 12월에 구매해서 읽었다. 전작이 미국 주식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 <디 앤서(The Answer)>는 뉴욕주민님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 트레이더가 된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한국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로 진학하여 21살의 나에 조기 졸업...그리고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고충까지 현직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있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공매도와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가장 뜨거운 핫이슈다. 기관들이 공매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대략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었다. 뉴욕주민님의 첫 번째 트레이딩이 공매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어려웠을까. 평소에 공매도하는 기관을 개관이라고 욕하며 증오했는데 뉴욕주민님의 이야기를 읽고 어쩔 수 없이 공매도를 해야만 하는 트레이더들은 욕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단어들, 예를 들어 '헤지 트레이드', '플롯(float)', '커버(cover)' 등과 같은 전문 용어들은 아래 각주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주린이를 배려한 이런 디테일함, 정말 칭찬하고 싶다.
많은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식 매매 꿀팁이 있을 거라고 큰 기대를 할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뉴욕주민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설명해놓았으니 그 부분을 유심히 잘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 하나를 인용하며 글을 끝마친다. "냉철한 분석력과 시장의 심리적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 본성이 가장 큰 성공 요소라고 단언한다."
p.12
'투자'란 수학적, 경제적 지식보다 인문학에 훨씬 더 가까운 행위다. 물론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 필요한 기초적인 재무, 회계 지식은 있어야 하지만 결국 시장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다. 원칙과 철학, 내가 투자하는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매매 행위는 투기일 뿐이다. 무지를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투기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행동이 투기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그러한 위험한 사고와 행동 패턴이 사라지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 '투자'를 했다면서 매수한 종목이 '왜 안 오르지?라며 하루에도 수십 번 차트를 확인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속 시원한 해답 없이, 듣기 싫은 소리로 가득 찬 책일 수도 있겠다.
p.93
인생은 누구에게나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다만 월스트리트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대가가 매우 가혹하다. 한 건의 투자 성공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며 단번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의 잘못된 투자 판단으로 재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져 버리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한 번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면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그 자리는 새롭게 진입하는 펀드매니저들로 금세 채워진다. 이런 자연 소멸과 생성의 사이클은 그리 길지 않은 내 커리어 기간 동안에 수없이 지켜봤다.
p.156
장기투자를 목표로 삼고, 수익률이 조금씩 오를 때마다 오히려 투자규모를 늘려나가야 하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실현에 급급해 매도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정말 어려운 일은 수익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매매를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포지션 규모를 늘리는 일이다. 시장의 저점과 고점을 예측하는 것은 어차피 아무도 할 수 없으니, 심리적인 요인과 시장의 가격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감정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 펀더멘털 분석이다.
p.180
단순 직업이나 연봉이 인생 목표, 비전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막상 그 단계에 도달하고 난 후에는 삶을 계속 이끌어줄 '그다음'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뭔가? 현상 유지? 또 다른 직업? 더 높은 연봉? 아무런 의미도, 동기부여도 될 수 없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다수가 그러한 물질적인 인센티브에 의해서 움직인다 한들, 그에 동요되어 휩쓸려간다면 절대 이곳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경험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지금까지 간접 체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256
모르는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역으로 내가 투자한 기업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길 가다 마주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내 핸드폰을 빌려주는 것조차 꺼리면서, 왜 내 재산 증식(혹은 감식)을 좌우하는 주식투자에는 그렇게 거리낌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기업에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슬롯머신 앞에서 101번째 슬롯을 당기며 잭팟을 바라는 심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