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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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먀베 미유키..
추리소설만으로는 좀 약해 보이지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로 읽다보면.. 정말 읽는맛이 각별하다..
한번 잡으면 손을 뗄 수가 없다..
읽으면서 아 재밌어 아 재밌어 그러면서 읽었으니까..

 
1. 탁월한 묘사력..

우리나라 역사물을 읽어도 머리에 쥐가 나는데.. 낯선 일본의 시대물을 읽어나가려니 책앞부분을 읽을때면 짜증이 솟아났다..
하지만.. 지난번 <외딴집>을 읽을때.. 그 부분을 잘 넘기면 충분히 보상받을만한 세계가 펼쳐지는걸 아는지라
이번엔 아예 각오를 하고 앞부분을 읽어나갔다..
역시나.. 앞부분의 난해함을 극복해 치고 나가면 그 이후엔 엄청나게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워낙에 생생하게 묘사를 해놓는지라.. 마치 영화를 보는듯..
내가 그안에 들어가 사는듯.. 그네들의 삶이 손에 잡힐듯하다..
그러니 시대물인데도.. 큰 이물감 없이 그들의 삶이 느껴졌다.. 
사람삶의 보편성은 어디나 같구나.. 사람으로 지켜야할 덕목같은건 이렇게 통하는구나.. 새삼스럽게 깨달아가면서..

 
또 미미여사는 사소해 보일듯한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힘이 있는데..
가령..
사카치는 헤이세이에게 니헤이가 간다고 알리는 장면에서 자신의 까마귀인 칸쿠로를 보내는데..
허리가 삐어서 꼼짝도 못하는 헤이시로는 까마귀가 와도 쳐다볼 엄두도 못낸다..
새날개짓 소리를 들고
"너, 칸쿠로냐? 칸쿠로가 온게냐?" 묻는 장면은 사실 소설로는 큰 의미가 없는 부분인데.. 그 부분이 정감있게 읽혀져 몇번을 다시 읽기도 했다..

 
헤이세이가 오타쿠에게 농지꺼리를 던졌다가..
비오는날 꼬치를 먹다가 쫒겨난 부분은 그 모습이 환히 그려지면서 정말 웃기고 재밌었다.. 

 
2. 손에 잡힐듯한 캐릭터의 생생함..

 
캐릭터의 생생함도 미미여사책의 미덕.. 
스스로를 얼간이라고 칭하는 하급무사인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의 조합도 재밌지만..
미미 여사책에 자주 등장하는 계급은 낮지만 강인하게 삶을 꾸려가는 여성 캐릭터도 여전히 흥미로웠다...
<외딴집>의 '호'나 '우사'랑 통하는 캐릭터..
이책에선 '오타쿠'란 이름을 가지고 등장하는데.. 이사람도 남편은 죽고 혼자서 간이식당을 경영하면서 사는데.. 자기의 삶을 온전히 꾸려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깊다..
딱히 명민한건 아니지만.. 노동을 통해 자신만의 강건한 삶을 이끌어가면서..
더불어 어려워진 다른사람들에게 어깨까지 빌려줄 수 있는 넉넉함 마음가짐의 소유자이기도..

 
어딘지 어른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아이인 유미노스케도 귀엽고..
눈을 까뒤집고(?) 암기에 애쓰는 짱구도 귀엽고..
어딘지 유쾌한 헤이세이의 부인도 기분좋고..
마음씀이 남다른 사키치도 그렇고.. 모든 캐릭터에서 작가의 고른 애정이 느껴졌다..


** 이책의 번역자가 이규원 이던데.. 난 이 번역자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기본적인 정서야 작가의 몫이지만.. 미묘한 익살스러움을 잘 살렸다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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