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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건 늘 새로운 도전이지만..
이책은 정말 '도전'이라고 할만한 소설이였다..
첫번째 당황..
제목이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이라니..
살아있는 시체하면.. 팔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이상한 각도로 꺾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개떼들처럼 몰려다니는 좀비를 생각하는지라..
시체가 또 죽는다는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좀비의 특징이라면.. 죽여도 죽여도 또 지긋지긋하게 살아나는 불멸성 아닌가..
음..
어쨌든 누가 지나가다 나를 보면 왜 저사람은 왜 저딴책을 읽나.. 꺼릴듯한 책표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두번째 당황..
분명 일본 추리소설작가가 쓴건데.. 소설의 배경이 미국의 묘지마을에.. 등장인물들도.. 전형적인 백인들이다..
(주인공인 그린이 일본계 혼혈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어물쩡 배경만 미국으로 하면서 일본정서로 그리는것이 아니라 모든 정서자체가 철저하게 미국적이다)
작가의 자기의 내셔낼러티를 벗어나 쓴 소설.. 내기억이 맞다면.. 내가 읽기로는 처음인듯하다..
세번째 당황..
주인공이 죽는다..
무려 주인공이..
물론 그 주인공이 죽고 끝.. 그런건 아니고 다시 살아나 탐정역할을 하지만.. 주인공이 죽다닛..
(여기선 주인공이 죽었다는건 결코 스포일러가 아니다..)
네번째 당황..
시체가 살아난다..
시체가 살아나다닛.. 이런게 추리소설이 되긴하는거야.. 황당해졌다..
사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살인이고..
살인이 주목받는건.. 죽은자는 말이 없다.. 라는 대전제가 깔리기 위함 아닌가..
말이 없는 죽은자의 주변인이.. 시체의 말할수 없음을 대신 말해주는거.. 그게 대부분의 추리소설의 재미이거늘..
시체가 일어나..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주절주절 떠들고.. 자신을 죽인자에게 대들어 목을 물어뜯어 죽이고..
심지어 그 목을 물어뜯긴 사람도 살아나 같이 인간사냥을 나서고..
어이구.. 머리야.. 소설을 읽기전에 내 머리부터 터지겠네 그려..
그래도... '199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선정, 과거 10년간 최고의 추리소설 1위!' ^^ 를 믿어보기로 했다..
모든것이 상식적이진 않지만..
상황이 상식적이지 않아도.. 그것을 설득해내는 힘이 있다면 오케이..
심지어 그러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더욱 이나 오케이..
한번 부딪쳐봐야지..
소설은 참 진도가 안나갔다..
소설이라는것이 특히 추리소설이라면.. 처음부분은 내가 읽지만..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책이 나를 읽어야 하거늘..
이건 원~ 중후반이 지나도록 영 책에 몰입이 안되는거다..
그래도 뭔가 있지 않겠어.. 떨어지는 몰입을 다잡으면서.. 읽어나가는데..
서서히 마지막 부분에서 퍼즐이 딸깍딸딱 맞기 시작하더니..
상당히 근사하게 퍼즐이 맞춰졌다..
그러면서 앞의 황당하다 싶은 설정등이 상당히 깊고 우아하고 멋진 그림들로 재탄생된다..
어떻게 보면 어둡지만..
좋은소설이 인간의 깊은곳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공명을 일으키듯.. 이 소설이 그랬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읽고나니.. 멋진 추리소설뿐 아니라.. 속깊은 로맨스 소설까지 한권 읽은기분이다..
그만큼 이책이 좋았고..
쉽사리 몰입이 되지않는 여러부분들을 꾸준하게 읽은 보람이 생겼다..
브라보~
다 읽자마자 다시 촘촘하게 읽고싶은 생각에..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었다..
이책을 읽을 사람 : 추리소설 입문서로는 부적격.. 재미와 몰입도가 떨어진다.. 추리소설의 골격, 클리쉐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질수록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책은 그동안 나온책의 추리기법의 종합선물 세트 같은 책이니..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니(스포일러)..
존이 시체상태로 일어나서.. 이사벨라가 범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부분과..
윌리엄이 범인이 아닌걸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윌리엄이 범인이라고 소심하게 우기는 부분이 참 웃겼다..
물론 사건의 진상을 모를때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진상을 꿰고보니.. 그 부분이 얼마난 웃기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