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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참 특이합니다..
이 작가의 책 한권을 읽으면.. 와.. 대단한걸.. 이 작가의 다른책도 찾아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야.. 싶다가
다른책 찾아 읽어보면.. 에게.. 시시해.. 뭐 이래..
얼마있다 다른책 읽어보면.. 우와~ 최고 엄지 손가락이 저절로 추켜세워집니다..
그렇게 이 작가는 나에게 롤러코스터를 태운듯한 감상기를 늘 안겨주지요..
그러니.. 좋네 싫네.. 해가며 꾸준히.. 찾아 읽게 되네요..
하지만.. 후진 작품은 진짜 후지기 때문에.. 선택에 조심스러움은 있지요..
가장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유성의 인연>입니다..
현재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근작이지요..
2008년에 일본서 출간되었고 한국에는 바로 다음해(2009년) 번역되어 나온걸로 기억하는데..
느낌은 나쁘다.. 까지는 아니였지만.. 그저 그렇던걸요.
그냥 가볍게 읽을꺼리로 만족했어요..
자.. 이제는 좋은책 차례인데..
성공할수 있을라나..
음..
성공했어요..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추리소설가다운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확실히 결코 만만하게 보거나.. 함부로 폄하할 작가는 아닌게 분명해요..
아주 깊은 시선을 담았다거나.. 경천동지할 반전으로 읽는사람을 미치게 할정도는 아닙니다만..
뭐랄까.. 장르소설로서 아주 기본에 충실한.. 성실한 모범생 같은 소설..이예요..
일단 읽는맛이 참 좋아요..
이사건이랑 저사건을 그물처럼 잘 짜고..
그속의 인물배치가 적절해서.. 다음이 어떻게 될지.. 도대체 범인은 누군지..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덮을수가 없더군요..
추리소설의 묘미는.. 책을 읽을때..
내가 안개속에 갇힌듯한.. 도무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불가능한 미묘한 답답함인데..
이책은 충분히 그런 기능을 하더군요..
다만.. 한가지 흠을 잡자면..
이책이 비교적 정통추리소설(사회파소설에 반한다는 의미로)쪽인데.. 정통추리소설의 단점을 가져왔더라구요..
혀를 내두를 트릭에 비해.. 살인동기가 약해보인다는거..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파쪽으로 쓸때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꽤 보이는데.. 정통쪽은.. 동기를 충분히 소설에 녹이질 못했더군요..
아.. 또하나..
이 소설의 배경을 여자고등학교로 했을땐.. 충분히 이유가 있겠죠..
물론 작가는.. 여자고등학생의 생활이나 습성을 소설속에 살리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나의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면..
내가 지나온 나의 고등학교시절을 회상해볼때... 또 나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려볼때.,.,
사실 이러지 않거든요..
흔히 여고생..하면..
스치는 바람에도 우는.. 감수성..
이슬만 먹고 사는 듯한 순수함...등등의 이미지를 갖는데..
그 나이때의 예민함이 있다치더라도.. 그냥.. 살아온 한과정일 뿐인데..
오히려.. 지나치게 예민하게 정형화된 느낌이예요..
이 소설은 이런 여자고등학생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쓰거든요..
마무리는 깔끔하네요..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실마리를 풀고나면.. 그이후 모두가 행복하게 잘먹고 잘살았다..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속의 사건들이 마지막이랑 보기좋게 엉뚱하게 맞물려버리니 인상적이였어요..
(스포일러~)
사실.. 살해된 두선생을 보고 있지면.
참 딱하다 싶죠..
선생이 여자 고등학생 제자들을 불러놓고 내앞에서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봐라.. 하면 바로 성추행이고.. 변태대마왕이지만..
주범인 '에미'는..
자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 집에서 문 딱 걸어잠그고 하던가..
아니면.. 합숙생활때이니 철처하게 보안을 유지하면서 할것이지..
무방비상태로 자위를 하다가.. 선생들이 그모습을 보게 해놓고는..
그거 봤다고.. 선생이 동네방네 소문내서 개망신을 준것도 아니고..
그냥 쓱 지나쳐줬건만..
그거 민망하다고.. 살의를 불태우고.. 결국 선생을 죽이니..
죽은 두 남자선생은 아닌밤중에 홍두깨지요..
여자고등학생을 지나치게 예민한 성정의 소유자들로 보는바람에
오히려.. 이렇게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네요..
나도.. 여자지만.. 이건 넘 심해요..
이런 살인이 특별한 성격을 가진 한 여고생의 이상행위..라고 보면.. 뭐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으니.. 하면 되는데..
주변 고등학생들이 같이 살의를 불태울 정도면..
이런 예민함(?)을 여고생들의 보편적인 정서로 본거죠..
책을 보면
"그건 뭐랄까, 꼭 우리 마음속에 흙 묻은 발로 들어오는 거랑 같은 거에요"
하는식으로 살해의도를 정당화 시키는데..
두번만 흙묻은 발로 들어오면 떼살인나겠어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