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진짜 지인의 추천이 아니였다면.. 선뜻 집어들 책은 아니였지요..
얼뜻 보기엔..
잘 찍은 사진 몇장에.. 그에 따른 에세이..
사실 적당히 철학적 문구 좀 집어 넣은.. 하나마나 들으나마나 한 얘기..
이런책은 흔하니까요..

이책은 다르더군요..
책은..
읽어나갈수록.. 알래스카와 작가의 무한매력에 빠져드네요..  
일본에서 19년을 살다가.. 이후 알래스카로 옮겨서 사진을 찍고있는 일본인 작가..호시노 미치오는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백하게 펼쳐놓습니다..
근데 그 느낌이 되게 맑고 깊어요..

사진도.. 처음엔 그저 잘찍은 풍경사진쯤으로 생각이 되는데..
책과 같이 읽어나가면.. 그 풍경이 예사롭게 느껴지질 않지요..
사진에 담겨있는.. 그 대상을 하나의 사진을 찍기위한 피사체로만 바라보고 있지않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히 읽혀지거든요.. 

가장 인상깊은 꼭지는 '카리부의 여행을 찾아서'이네요.
작가는 카리부라는 동물의 떼사진을 찍기위해 5월에 알래스카 북극권에 혼자 떨어집니다.. 7월에 프로펠라 비행기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까지 꼼짝없이 남아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지요..
알래스카도 나름 4계절이 있긴한데.. 대부분의 겨울과 짧은 봄/여름/가을.. 인가봐요..
봄은 6월부터 시작을 하는데.. 정확히 나와있진 않지만.. 아마도 9월이나 10월 되면 겨울의 추위에 들어서겠지요..
작가가 홀로 캠프를 시작하는 5월에도 쉴새없이 눈보라가 몰아친다 합니다..
6월엔 눈은 녹지만.. 대신 24시간 태양이 떠있는 백야가 시작된다고 하구요..
겨울엔.. 영하 68도까지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날엔 체감온도가 영하 100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날씨입니다..
시야에 아무것도 걸리는것이 없는 눈바람 날리는 알래스카 대지에 나홀로 텐트생활을 해야하는 일..
사진작업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지만.. 그 두달간의 작가의 절대고독이 참 막막하게 느껴지네요..

가장 마음이 쨘했던 꼭지는 '카메라를 훔친 이리'입니다..
뭐 내용이야.. 마주쳤던 이리 한마리가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뛰고.. 작가는 그걸 따라 뛰고..
결국 길에 놓고간 자신의 카메라를 찾는 평범함 이야기이지만.
그 꼭지 끝에 이런글이 나옵니다..
'언젠가 내가 늙었을 때 이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구요..
나름 작가는 재미난 에피소드로 기억되기에 적은 글이겠지만..
그 글을  읽는 독자는 그가 '늙지못함'을 알기 때문에 목에 메이죠..
43세의 나이에  불곰에 물려 사망한지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책을 낸게 1991년이니까.. 꼭 5년후에 사망했네요..
죽음은 안타깝지만.. 어쩌면 가장 '그다운'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여행기.. 라고 단순하게 말할수 없는 삶이 이책에 있는데..
아무리 무딘 감성의 사람이라도..
이책을 읽고.. 알래스카로 떠나고 싶다란 생각이 안드는 사람은 없을껍니다..
두달을 나홀로 눈바람속에서 텐트생활을 견딜사람은 많지 않더라도..
드넓은 눈평원.. 오로라가 춤추는 밤(이건 이책 한꼭지의 제목이기도 하죠).. 뼈속까지 시릴듯한 추위..
혹시.. 평원을 건너는 카리부떼를 만나거나..
무스고기 스테이크를 먹게 되는건.. 행운으로 여겨야겠죠.. 아니 오히려 무스고기 스테이크는 돈주고 사먹을수 있을테니 쉬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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