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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마다 소지하면 나름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책을 접하는건 처음이죠..
요사이 추리소설.. 그것도 일본미스터리에 열광하면서 읽은목록을 추리소설로 채워나가고 있네요..
독서라는것이..
한번 흥미를 잃으면 뭐를 읽을지를 몰라 읽을것이 없는반면..
한번 습관을 들여놓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을것이 차례로 줄을 서지요..
그렇게 시마다 소지는 다가왔네요..(지나치게 거창하네..^^)
추리소설을 읽을때면 사실 처음 부분은 어느정도 지루합니다..
하지만.. 책말미의 탄탄함을 위해서는 앞부분의 상세한 서술은 필수적이지요..
책 처음부터 지루함 없이 읽히는 추리소설 작가를 꼽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쯤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잘 읽히는것에 비해 깊은맛은 떨어지는 흠이 있어요..
그렇다쳐도.. 이책 초반은 거의 고문수준이더군요..
살해된 헤이키치가 40여년전에 쓴 수기형식의 글로 시작을 하는데..
난해하게 쓰여져서 읽어도 무슨뜻인지 알아먹기가 힘들어요..
또 '본 내용'이랑 구분짓기 위해 해놓은 글씨체는 눈의 피로만 가중시킬뿐이고..(이 수기부분이 언제 끝나나 한숨을 쉬며 읽었다는..)
<--- 이 죽일놈의 글씨체.. 사진으로 보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데.. 실제 만나는 이 글씨체는 눈에 경련이 일어나게 만듭답니다...
오히려 본편을 어느정도 읽고 다시 수기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제서야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들어왔지요..
(오죽하면 이 수기를 읽은 소설속의 주인공 미타라이도 "전화번호부를 읽은 것 같군" 그럴려구요)
이소설은 거의 '미타라시 기요시'와 '이시오카 가즈미'라는 두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야기이지요..
이미 40여년전 사건이라서 현장에 나가 조사하고 말고 할께 없어요..
마타라시가 이시오카에게 이야기를 듣고 추리하는 과정이 대부분입니다..
책 종반부..
범인을 찾기위해 교토엘 다녀오는 장면정도가 아마도 외부장면정도일 정도로 말 그대로 본격추리소설입니다..
소설은 범인과 진상이 밝혀지는 종반부를 향해 치밀하게 전개가 됩니다.. 그 쌓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죠..
그러다보니
미타라시가 범인을 알아냈다며..
"이시오카. 이쪽은 우리가 존경하는 우메자와 가 점성술살인사건의 범인이셔"
할땐 책읽는 내가 긴장감으로 거의 숨을 쉴수가 없더군요..
그러면서..
작가가 직접나서..
'이 수수께기를 풀어봐라 이제와서 말할것도 없지만 이미 독자는 완벽 그 이상의 자료를 얻었다. 또한 수수께께를 풀 열쇠가 아주 노골적인 형태로 독자의 눈앞에 제시돼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하면서 독자에게 2번이나 도전장을 내밉니다..

나같이 범인이나 트릭 절대 못맞추는 사람도 작가가 완벽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말에..
불끈~ 내가 진상을 한번 파헤쳐볼테야.. 의지를 다져보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짐작해내지 못하죠...
나에게 그 진상를 말해달라..고 진짜 극중 이시오카처럼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그만큼.. 이 소설의 전개는 뛰어나지요..
또한 극중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기위해 쓰여진 점성술은 신비로운 느낌까지 더합니다.
(스포일러~)
사실..
범인이 잡히고 트릭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워낙에 치밀하고 흥미로운지라..
막상 모든것이 밝혀지고 나서는 약간 시시한 생각도 들더군요..
40년동안 전 일본을 경악케한 미궁의 사건(물론 픽션입니다)이란 말이 끊임없이 나올만큼 도무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혼란스러움이 이 소설의 매력이거든요..
또.. 제목에도 점성술이 들어가있고..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점성술이 언급될만큼 상당히 중심적인 포티프인데..
정작.. 이야기의 트릭에는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아이고 허무해라!!!)
추리소설이라는것이 앞의 모든 단서가 유기적으로 모여서 마지막에 꼭맞는 퍼즐을 맞췄을때의 쾌감이 중요한것인데..
엉뚱한 퍼즐판에서 뻘짓을 했다는 느낌이죠..
결국.. 점성술이란건 맥거핀일 뿐이에요 ..
(소설의 뼈대가 되었던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닛..)
또하나..
도키코의 대량 살해배경이 계모/의붓딸의 갈등때문이였다는것도 솔직히 진부하네요..
아무리 하늘아래 새로운것은 없다지만..
너무나 많고 많이 본 소재이지요..
그나 다행인건.. 그 증오심을 단순히 계모나 의붓자매들에게만 돌리지 않았다는거..
사실 원인제공을 한사람은 아버지인데.. 아버지부터 깔끔하게 처리(?)한것이 마음에 들어요..
많은 이야기를 보면.. 원인제공을 한 남자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여자들끼리 칼같은 증오심을 가지고 서로를 파멸시키잖아요..
(바람핀 남편은 가만히 두고.. 바람난 상대여자의 머리끄뎅이만 잡아당기는 아이러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