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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을 읽었다.
이 책은 한국의 가족..이라는 걸 들여다본다. 특히 가족내의 가장 작은 인간인 아이들을 특히.
한번 읽고 얼마나 좋은지 바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또 한번을 읽었다. 자꾸자꾸 읽어서 막 기억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첫번째 읽을땐 파란줄을 긋다가 두번째 읽을땐 빨간줄을 긋는 바람에 책은 오색찬란 만신창이 되었지만 말이다.
좋은 책을 읽고나면 뭔가 이 책에 나온걸 말하고 싶어져 가족 누군가를 붙들고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버릇이 있는데(주로 우리집 고딩이가 나한테 붙잡혀 얘기를 듣는다) 인상깊은 부분을 하도 떠들어대니 우리집 고삼이가 그 바쁜 와중에 이 책을 잡고 부분부분 읽기도 했다.
모든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가장 먼저 화두로 삼는 건 가족내 폭력.
그러면서 '체벌'을 없애자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사실 가정 내 체벌을 학대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체벌은 애가 미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되라고 하는 것..이란 생각이 아직도 있다. 오죽하면 귀한자식일수록 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속담이 있을 정도.
하지만 부모의 체벌 덕분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지 말고 부모의 체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어떤 종류, 어떤 강도의 체벌도 안된다는 것을 법의 언어로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하는데 강력히 지지한다.
(난 이전부터 체벌에 관하여 절대 반대다. 체벌을 해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자체가 아주 틀려먹은거라고 생각한다)
또, 동반자살이란 단어의 불합리성(자녀살해후 자살이라는 명징한 단어를 써야 한단다. 이렇게 쓰니 의미가 확 들어온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친권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렇게 하니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기준이 잡힌다.
190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 안에 내면화한 부모의 모습과 싸우고, 달래고, 도망치고, 협상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곧 사람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나의 아이가 올해 19살로 이제 가족의 틀을 떠날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지라 그것에 대해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인데 도움이 되는 말이다. 이건 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말인데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잘 받은 사람이 잘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부모에게 잘 떨어져 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하는 것, 그게 부모의 할 일 일꺼다.
저자는 벤치마킹할 나라로 '스웨덴'을 가져온다.
일단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라고 한다. 이 나라는 '어린이를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가 아니라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으로 간주하여 보호제도를 운영한다고. 아이들의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을 사적영역으로 밀어두지 않고 가족 내에 개입한다 한다.
부모의 친권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을때,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부모의 권리보다 우월하고 정당하다' 고. 맞고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한 꼭지는 218쪽부터 231쪽까지의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편.
또 재미있는 건, 가족의 기존개념을 깬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 차이에 대한 관용의 정도를 이야기 하는데 출산율이 회복된 나라들에는 혼외출산을 '정상가족에 대한 도전이나 일탈로 간주하며 차별하는 배타성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단다.
'가족주의'에 대한 판타지가 강하면서 역대 최저율을 기록하는 한국의 경우. 기억해야 할 말이다.
적어도 여성을 '움직이는 자궁'정도로 인식하는 한 출산율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