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 모녀관계, 그 끝없는 애증의 늪에 관한 가이드북
사이토 다마키 지음, 김재원 옮김 / 꿈꾼문고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선택 포인트는 제목이였다.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니. 게다가 부제가 '모녀관계, 그 끝없는 애증의 늪에 관한 가이드 북' 이란다. 그러기에 책을 발견하자마자 주문했다(1판 1쇄가 2017년 12월인 최신간이다)
난 내 아래로는 모녀관계가 있을 수 없지만(나의 유일한 아이가 남자이니) 위로 모녀관계인데, 솔직히 나는 이 관계가 항상 고민스럽다. 물론 지극히 잘 지내고 있다! 고 생각하고 그렇게 보여지기도 하지만 난 늘 어딘지 풀지못한 끈 같은  것이 있다고 느끼니 말이다(솔직하게 말하자면 엄마 앞에서 나는 아직 어린딸 느낌. 조금은 주눅이 들어 있는. 적어도 지금 우리 나이의 모녀관계라면 이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책에 반색을 할 수 밖에.
그런데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였다.
마지막장을 다 읽고 집어 던지면서 한마디 했다. "참 개소리도 정성스럽게 했네"   

분명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글에는 부분부분 기억할만한 점이 있다. 나도 쓸만한 말에 꽤 줄에 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엄마와 딸을 어떻게 들여볼지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다. 그런게 그게 다다.
띠지를 보면 '엄마 죽이기는 왜 어려운가'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적어도 여기엔 충실하다. 왜 어려운지를 조목조목 따져주니까.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거다.

- 엄마 죽이기는 어려워..
   - 그래서?
- 어렵다고..
   - 그래서 어떡하면 좋아?
-어렵다니까. 끝이야.

저자도 이걸 안다. 그러기에 마지막 장인 '관계성 회복을 위하여'에선  '조금 변명 같은 말을 덧붙이자면 저는 모녀관계 같은 종류의 테마를 다룬 책에 꼭 '해결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붙인다. 필요하지 않은게 아니라 해결편을 내놓을 능력이 없어서겠죠.
이렇듯 족히 10년도 전에 일본사회를 들여다 보면서 쓴 책을 한국출판사가 뭔가 팔리겠다 싶은 제목을 붙여 번역해 놓은 것이다.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니 가이드 북이니 하면서 말이다. 사실 저자의 전문분야는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은둔형외톨이, 즉 히키코모리다(그래서 글을 보면 유난히 은둔형외톨이에 대한 얘기가 많다)

게다가 저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관점을 많이 가져다 쓴다.
이걸로 모녀의 관계를 풀기도 한다. 그런데 난 이게 이상하다 못해 짜증스러웠다.
'딸은 자신에게 페니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됨 과 동시에 어머니에게도 페니스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페니스 선망'이 시작되어 이 시점에 '페니스가 없는 무력한 어머니를 버리'게 된다 한다.
이후 '페니스의 대리물이 되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고. 즉 '페니스 선망론'이다. 
프로이트의 남성 중심주의 지긋지긋해. 뭐 페니스를 가진게 아주 벼슬이네 벼슬.
그러면서 자기가 생각해도 이런 얘기가 안 먹힐줄 아니까 점잖게 덧붙힌다. 이런 개념에 공감하는 여성이 거의 없다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이건 무의식 속 욕망을 파악하기 위한 기법이라나. 즉 자신의 얘기에 토 달지 말란 소리다(작년에 유행했던 단어중에 '맨스플레인'이 있는데 이런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화법)

또, 저자는 대중문학 속의 모녀의 모습을 많이 끌어다 쓰는데 시도자체로는 새롭지만 십여년전의 일본 대중문화를 모르는 나같은 독자는 이 과정들이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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