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생각을 여는 철학자의 사고실험 - 살면서 누구나 생각해야 할 11가지 문제
이브 보사르트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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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은 영어로 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라고 하며 정보전달을 핵심 요소로 본다. 이는 참 우스운 일인데 아름다운 것과 정보전달이 일치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면 이미지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움의 선을 지키려면 정보를 제한해야 한다. 『세상과 생각을 여는 철학자의 사고실험』의 표지는 전자에 가깝다. 판독성이 좋지 않은 글자체에 번잡스럽기 그지없는 배경은 더욱 화면의 리듬을 까먹는다. 별로다, 그러나 확실하다. 철학의 흐름을 보기좋게 정리한 지도로서는 좋은 배경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세상과 생각을 여는 철학자의 사고실험』은 무엇보다 내용이 충실한 책이다. 보기 좋은 책이 읽기 좋으면 좋겠지만 세상 다 그렇듯 책도 그렇지 못하고, 보기 좋은 책이 내용까지 좋기 어렵기 쉬우며, 딱 보기 좋지 않은 책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살면서 누구나 생각해야 할 11가지 문제”라는 부제가 알려주듯 행복, 인식, 도덕, 미와 예술, 자유, 법과 정의, 뇌와 정신, 신과 신앙, 논리와 언어, 공간과 시간, 자아라는 개념들을 생각 게임 안에 던져넣는다. 철학적 사고 유희 혹은 철학적 사고 실험이라고 하는 이 책의 생각 흐름은 탄력 있는 공의 움직임처럼 읽는이의 생각을 운동하게 한다. 책의 전반부에 있던 행복, 인식, 도덕, 미와 예술, 자유, 법과 정의는 내게 비교적 익숙한 생각들이었으나 뇌와 정신, 신과 신앙, 논리와 언어는 여전히 내게 힘겨운 생각들이었고, 새로이 파고든 공간과 시간 부분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마지막 자아의 생각유희(?)를 마친 나는 바로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금 ‘행복’을 찾을 수밖에. 꼬박 두 번 책을 넘기는 가운데 유연해지는 머리와 펄럭이는 뇌세포가 반가웠고, 수많은 학자들의 사고 실험들에 경의를 표했다. 역시, 안다는 건 생각한다는 건 펄럭인다는 건 좋은 거다.

자주 들춰보지 않는 철학책들을 가끔씩 붙들고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고마움이 있다. 안 가본 길을 걸어가는 낯설음과 새로움, 또 다른 즐거움. 삶은 그 모든 불편함에도 걸어갈 만한 가치가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세 번을 읽어도 여전히 돌덩이같은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에 다시 밑줄을 그으며, 미워도 철학은 아름답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 준 『세상과 생각을 여는 철학자의 사고실험』에 인사한다. 너, 정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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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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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름, 나는 품 안에 두 개의 책을 끼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Hello 유럽 미술관, 박물관』 1권과 2권은 30여일간의 여행길에 멘토와도 같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가이드북 두 권은 한 장 두 장 넘길수록 마음에 불을 붙였다. “비행기를 타야겠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려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열흘간 생식 두 개로 점심, 저녁을 때우며 유럽 미술관과 박물관 여행을 하게 된 것은 100% 저 미술관 책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일본 미술관 여행을 하게 된다면 바로 이 책,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때문이리라. 인상파와 영향을 주고 받은 일본의 미술과 문화만 알던 내게, 그 나라에 가득한 서양 미술의 컬렉션을 차곡차곡 담은 이 책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저자의 “부러움을 넘어 배가 아팠다”는 일본의 미술 문화에의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미술관과 주요 컬렉션을 골자로 하는 이 책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또한 모든 컬렉션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미술 역시 그렇다. 두 가지가 함께할 때의 이야기는 또 사뭇 다르다. 특히 이 이야기는 욕망이 선화한 이야기임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 이 욕망은 사랑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나 역시 삼성가의 리 컬렉션처럼. 언젠가 나만의 컬렉션을 욕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로스코의 시그램 벽화를 보러 나리타에, DIC 가와무라기념 미술관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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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삶 - 살면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
류대성 지음 / 현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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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삶”


오랫동안 나의 삶을 지배해 온 개념이다. 무얼 시도해도 깡그리 실패하고, 누구에게 다가가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세상은 늘 나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바라던 문제를 모두 ‘노답’으로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가능한 둔감해져야 했다. 어디에도 답하지 않고 어디에도 다가가지 않는 삶이 편했다. 『질문하는 삶』의 저자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적당히 비겁하게, 때때로 흔들리며 주어진 길을 걷는다.” 고백하지만, 흔들린다는 건 고민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몇 번 흔들리지도 않았다. 초지일관 비겁했으니까. 나는, 오래 꾸준히 고민하지 않았다.


『질문하는 삶』은 무엇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인가 하는. 모든 사람이 목숨을 살지만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지는 않는다. 이 비싼 목숨 값을 치르고 하루하루를 사지만 같은 밀도로 하루를 살지 않는다. 제대로 산다는 건 무엇인가? 『질문하는 삶』을 읽으며 내가 물은 것은 내내 그것이었다.


삶은 그 삶을 살아내는 주체로 인해 결정된다. 누가 주인이냐에 따라 삶의 밀도나 성격이 달라진다. 제대로 된 주인은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가 ‘인간다움’으로 제시한 것은 ‘질문’이다.


『질문하는 삶』에서 제시하는 열두 개의 질문은 지극히도 간결하다. 돈, 소유, 놀이, 사랑, 학교, 리더, 정치, 인권, 편견, 관점, 죽음, 행복을 주제로, 《행복은 얼마면 살 수 있을까?》 묻기 시작해 《나만의 길을 걷는 행복》으로 다시 의문을 갖게 한다.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책을 덮은 순간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질문을 연쇄하는 방식이 세련되기 그지없다.


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질문하는 삶』의 완성도가 높다는 데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열두 개의 질문을 풀어가는 방식이 모두 비슷한 밀도와 무게를 지녔다. 그러나 텍스트의 무게는 읽는 각자에게 다른 법이다. 내게 특히 묵직했던 챕터는《죽으면 고통도 사라질까?》였다. “죽음에 대한 관심은 삶에 대한 열정이다."라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저자가 제시한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죽음을 합리적으로 대면하기에 인간의 심장은 너무 조그맣다. 이 질문에 ‘훌륭하게’보다 ‘소소하고 따뜻하게’로 대답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피를 가진 책 친구들이리라 믿는다.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자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의 질서다. 이 질서에 순응하면서 ‘죽으면 정말 모든 게 끝날까?’라는 질문을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바꿔보자. 그래도 아버지를 여읜 윤수에게 죽음은 여전히 불편하고 두려운 대상이다.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질문하며 살아가는 윤수에게 뚜렷한 목표, 세속적 성공을 향해 달리기보다 따뜻하고 작은 행복이 더 소중해 보인다. 아버지가 그립지만 자신도 언젠가 아버지 곁으로 간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그때까지는 후회 없이 살 생각이다.”(류대성,『질문하는 삶』, P.283)


내 ‘노답 인생’은 삶에 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질문하는 삶’은 삶에 답이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 이 개념의 차이, 삶의 태도가 나와 저자와의 머나먼 차이를 만든다. 이 책의 부제는 ‘살면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 삶의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내가 딛는 길이 어떤 풍경인지, 어떤 방향인지, 어떤 각도인지 때때로 멈춰 점검해야 한다는 걸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곁에 갈 때까지 천천히, 후회 없이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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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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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장점이자 단점은 저자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알려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는 것. 인생의 삼원색이 책, 술, 축구라는 저자와의 공통색은 ‘책’하나밖에 없는 내가 저자 김혼비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는 건, “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 같은 마음의 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내 성정을 지닌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내가 잘 모르는 주제여도 즐겁기 그지없을 것이므로. 김혼비의 두 번째 책은 그렇게 선선히, 내게 왔다.


김혼비 글의 장점은 내숭이 없다는 것. 요조숙녀인 척하는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술처럼 술술 풀리는 솔직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적절한 비유법의 사용은 ‘이건 뭐지?’할 정도의 황당함과 빵터짐을 안겨준다. 전작 『우호여축』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람을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 대화들이 콩알탄 터지듯 등장한다. 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잘 익은 김치 못 익은 김치 배추김치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이건 『우호여축』의 ‘빤스’ 에피소드랑 또 다른 의미로 못 잊을 웃김이다.


『아무튼, 술』을 넘기며 깔깔 웃었던 것은 상상못할 사건들을 맛깔스레 풀어내는 저자의 유머감각 때문이었지만,『아무튼, 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내게 온 기쁨은 ‘술이라는 언어’였다. 내가 이제껏 잘 배우지 못하고 쓰지 못한 알코홀 랭귀지의 능력!


김혼비 글의 장점은 내숭이 없다는 것. 요조숙녀인 척하는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술처럼 술술 풀리는 솔직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적절한 비유법의 사용은 ‘이건 뭐지?’할 정도의 황당함과 빵터짐을 안겨준다. 전작 『우호여축』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람을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 대화들이 콩알탄 터지듯 등장한다. 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잘 익은 김치 못 익은 김치 배추김치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이건 『우호여축』의 ‘빤스’ 에피소드랑 또 다른 의미로 못 잊을 웃김이다.

『아무튼, 술』을 넘기며 깔깔 웃었던 것은 상상못할 사건들을 맛깔스레 풀어내는 저자의 유머감각 때문이었지만,『아무튼, 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내게 온 기쁨은 ‘술이라는 언어’였다. 내가 이제껏 잘 배우지 못하고 쓰지 못한 알코홀 랭귀지의 능력!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중략) 쉽게 꺼낼 수 없는 말들,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영원히 속에서 맴도며 나도 상대도 까맣게 태워버렸을지 모를 말들. 꺼내놓고 보면 별것 아닌데 혼자 가슴에 품어서 괜한 몸집을 불리는 말들.” (P.168)




“계산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 그러다 보면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도 생긴다. 그저 술잔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P.169)


사람의 언어에 음성 언어뿐 아니라 또 다른 언어들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는 그동안 ‘술이라는 언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이 작은 책에 가득한 즐거운 시간과 장소와 맛과 멋은 ‘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쌓고, 잇고, 지은 그들의 삶이었다. 아아 정말이지, 밥이나 커피나 술이나 함께 먹고 마시면서 맛대로 멋대로 깔깔거릴 수 있는 게 최고의 친구고 애인이고 배우자고, 그 시간이 최고의 자연스런 행복이다. 한편, 적절한 음주는 인간의 매력을 맛깔스레 끌어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진지해진다. 병백한 답을 아는 질문을 묻는다. ‘술이라는 언어’를 성실히 배우면 나도, 김혼비처럼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렇게.


덧 1) 《앱솔루트》보드카를 마시면 저자 김혼비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까요?!


사람의 언어에 음성 언어뿐 아니라 또 다른 언어들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는 그동안 ‘술이라는 언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이 작은 책에 가득한 즐거운 시간과 장소와 맛과 멋은 ‘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쌓고, 잇고, 지은 그들의 삶이었다. 아아 정말이지, 밥이나 커피나 술이나 함께 먹고 마시면서 맛대로 멋대로 깔깔거릴 수 있는 게 최고의 친구고 애인이고 배우자고, 그 시간이 최고의 자연스런 행복이다. 한편, 적절한 음주는 인간의 매력을 맛깔스레 끌어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진지해진다. 병백한 답을 아는 질문을 묻는다. ‘술이라는 언어’를 성실히 배우면 나도, 김혼비처럼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렇게.


덧 1) 《앱솔루트》보드카를 마시면 저자 김혼비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까요?!

덧 2) 직장에서 어린 누군가가 “18” 이라고 외치면 “어머나, 욕은 삼가 주세요.”대신에 “당신은 사는 게 ㅆㅣㅂㅏㄹ스러우시군요.”라고 대답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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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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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황당... ‘술‘ 키워드 때문인가? 마이리뷰 쓰기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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