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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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장점이자 단점은 저자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알려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는 것. 인생의 삼원색이 책, 술, 축구라는 저자와의 공통색은 ‘책’하나밖에 없는 내가 저자 김혼비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는 건, “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 같은 마음의 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내 성정을 지닌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내가 잘 모르는 주제여도 즐겁기 그지없을 것이므로. 김혼비의 두 번째 책은 그렇게 선선히, 내게 왔다.


김혼비 글의 장점은 내숭이 없다는 것. 요조숙녀인 척하는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술처럼 술술 풀리는 솔직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적절한 비유법의 사용은 ‘이건 뭐지?’할 정도의 황당함과 빵터짐을 안겨준다. 전작 『우호여축』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람을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 대화들이 콩알탄 터지듯 등장한다. 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잘 익은 김치 못 익은 김치 배추김치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이건 『우호여축』의 ‘빤스’ 에피소드랑 또 다른 의미로 못 잊을 웃김이다.


『아무튼, 술』을 넘기며 깔깔 웃었던 것은 상상못할 사건들을 맛깔스레 풀어내는 저자의 유머감각 때문이었지만,『아무튼, 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내게 온 기쁨은 ‘술이라는 언어’였다. 내가 이제껏 잘 배우지 못하고 쓰지 못한 알코홀 랭귀지의 능력!


김혼비 글의 장점은 내숭이 없다는 것. 요조숙녀인 척하는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술처럼 술술 풀리는 솔직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적절한 비유법의 사용은 ‘이건 뭐지?’할 정도의 황당함과 빵터짐을 안겨준다. 전작 『우호여축』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람을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 대화들이 콩알탄 터지듯 등장한다. 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잘 익은 김치 못 익은 김치 배추김치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이건 『우호여축』의 ‘빤스’ 에피소드랑 또 다른 의미로 못 잊을 웃김이다.

『아무튼, 술』을 넘기며 깔깔 웃었던 것은 상상못할 사건들을 맛깔스레 풀어내는 저자의 유머감각 때문이었지만,『아무튼, 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내게 온 기쁨은 ‘술이라는 언어’였다. 내가 이제껏 잘 배우지 못하고 쓰지 못한 알코홀 랭귀지의 능력!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중략) 쉽게 꺼낼 수 없는 말들,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영원히 속에서 맴도며 나도 상대도 까맣게 태워버렸을지 모를 말들. 꺼내놓고 보면 별것 아닌데 혼자 가슴에 품어서 괜한 몸집을 불리는 말들.” (P.168)




“계산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 그러다 보면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도 생긴다. 그저 술잔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P.169)


사람의 언어에 음성 언어뿐 아니라 또 다른 언어들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는 그동안 ‘술이라는 언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이 작은 책에 가득한 즐거운 시간과 장소와 맛과 멋은 ‘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쌓고, 잇고, 지은 그들의 삶이었다. 아아 정말이지, 밥이나 커피나 술이나 함께 먹고 마시면서 맛대로 멋대로 깔깔거릴 수 있는 게 최고의 친구고 애인이고 배우자고, 그 시간이 최고의 자연스런 행복이다. 한편, 적절한 음주는 인간의 매력을 맛깔스레 끌어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진지해진다. 병백한 답을 아는 질문을 묻는다. ‘술이라는 언어’를 성실히 배우면 나도, 김혼비처럼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렇게.


덧 1) 《앱솔루트》보드카를 마시면 저자 김혼비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까요?!


사람의 언어에 음성 언어뿐 아니라 또 다른 언어들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는 그동안 ‘술이라는 언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이 작은 책에 가득한 즐거운 시간과 장소와 맛과 멋은 ‘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쌓고, 잇고, 지은 그들의 삶이었다. 아아 정말이지, 밥이나 커피나 술이나 함께 먹고 마시면서 맛대로 멋대로 깔깔거릴 수 있는 게 최고의 친구고 애인이고 배우자고, 그 시간이 최고의 자연스런 행복이다. 한편, 적절한 음주는 인간의 매력을 맛깔스레 끌어내주는 게 아닐까 싶어 진지해진다. 병백한 답을 아는 질문을 묻는다. ‘술이라는 언어’를 성실히 배우면 나도, 김혼비처럼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렇게.


덧 1) 《앱솔루트》보드카를 마시면 저자 김혼비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까요?!

덧 2) 직장에서 어린 누군가가 “18” 이라고 외치면 “어머나, 욕은 삼가 주세요.”대신에 “당신은 사는 게 ㅆㅣㅂㅏㄹ스러우시군요.”라고 대답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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