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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 기획노트 - 정민영의 ㅣ 출판기획 시리즈 4
정민영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0년 4월
평점 :
언제나처럼 책 읽는 토요일 오후, 『정민영의 미술책 기획노트』라는 선물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온 선물은 임팩트 있다. 어제까지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강남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광역버스 안에서 책장을 넘기면서 탄식했다. “이걸 좀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독자 중심의 미술 보기는 대중의 입장에서, 그들이 가장 잘 아는 시각과 방식으로 미술을 이야기한다. 즉 대중의 용어로 미술에 접근할 때 독자는 미술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미술인 중심에서 독자(관람객) 중심으로 시각을 전환하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비로소 입으로만 하는 미술의 대중화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대중화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결국 독자의 입장에서 기획하고 실천하기, 또는 독자의입장에서 원고를 검토하고 보완하기로 요약할 수 있다.” (P.11)
책은 모두 세 파트로 구성된다. 1부 《저자의 발견》, 2부 《시리즈의 발견》, 3부 《아이디어의 발견》. ‘저자의 발견’에서 깜짝 놀란 건, 확실한 전문 출판사가 신진 저자를 찾았다는 일이었다. 이처럼 네임 밸류가 확실한 출판사라면 실력이 인증된 저자가 줄을 섰을 텐데 굳이 새로운 중간 필자를 발굴하려고 찾았다는 데 놀랐다. ‘조정육 동양미술 에세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이 절반인 ‘시리즈의 발견’에서는 글줄 하나하나가 가슴을 치는 데가 많았다. 양 팔로 책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자판을 두드렸다. 아직 조정육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았다. 기회는 있었지만 취향 따라 서양 회화만 읽어온 데다가 동양 회화 지식이 워낙 미천하여 우선순위를 두지 못했다. 온라인 중고서점을 뒤져 절판된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주문했다. 언제나 좋은 책은 (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발견’은 색다른 포맷의 기획서다. 요즘 우리가 인터넷 서핑하듯 저자가 시중 잡지나 투고 가운데 발견한 원고와 절판 도서를 부활한 책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1,2,3부 사이사이 ‘책의 몸’인 표지, 책의 뒤표지, 제목, 소제목, 들어가는 말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이 내용들은 저자의 책, 『편집자를 위한 북 디자인』에서 더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만 알아도 ‘아무것도 모르는’ 작가 지망생에게는 단비 같다.
한편 미술책 지망생에게 어마 무시 중요한 정보가 여기 있다. 무엇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미술저작권 사용료》. 53년 사망 작가까지만 이미지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 한 권의 단행본을 위해 원고지 분량이 최소 650매는 되어야 한다는 정보 등은 어디서 얻을 수도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진솔’하다는 것. 세월은 흐르고 책의 ‘바깥 모습’은 변하지만 ‘속 모습’ 즉 알맹이는 변하지 않는다. 2010년 책이지만 2018년 현재에도 ‘미술책 기획노트’의 핵심은 명확하다. 혹시 미술책을 쓰고 싶은 예비 저자라면, 미술책을 원하는 편집자라면 이만큼 도움이 될 ‘노트’는 없을 것. 이번에도 중요한 내용들을 많이 필사(筆寫) 했지만 이번 리뷰에는 첨부하지 않는다. 이건 그야말로 ‘진솔한 기획자-저자의 고백창고’이며, ‘출판기획의 핵심 노하우’므로. 혹시 미술책을 쓰거나 꿰매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어서 읽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