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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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를 쓰는 출장이라도 쉴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회의 마치고 대기시간집중업무 마치고 또 대기시간식사 마치고 또 대기시간이 있다들고간 책도 다 읽고나면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내 사랑 이북 리더기이천권이 넘게 들어있는 페이퍼 프로’(사실 이천권은 못 들어가고 백 권 정도다용량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다.)를 훑다가 오래전 다운로드 받아둔 책 뭉텅이를 발견했다공통점은 저자 채사장’. 서사가 중요한 책이 아니라 개념과 정보가 돋보이는 책이라 자투리 시간에 읽기에 딱이다. (나는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처음 읽는 책처럼 새로운데 역시 온동네 정확한 핵심 줄긋기가 내가 이 책을 분명 열심히 읽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두 권과 시민의 교양을 연이어 읽느라 주말을 투자했다정말 그러면 안 되지만 이런 참고서형 요약노트 정말 속시원하다어쩜 이렇게 구조화를 할 수 있나완전 매트릭스(분석도구)의 책이다세 책은 모두 교양을 위한 책이고이 교양은 세상의 구조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이다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두 권은 각각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와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를 정보개념 위주(?) 간결히 정리했다면시민의 교양은 시민’, 즉 나 자신이라는 키워드에 맞추어 실생활 피부에 와닿도록 쓴 책이다. ‘시민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세상의 구조화라고 하는데무엇이 더 좋다 하기는 어렵지만 후자의 책이 좀더 쉽다(?)고 해야 할까뭐 하나 멀리할 개념이 없으니
 
시민은 사회와 개인의 근본적 대립을 모순 없이 내포하는 단어세금국가자유직업교육정의미래를 각 꼭지로 하여 시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좀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흐름은 부드럽다내게 크게 새로울 정보는 없었지만 직업과 교육의 이야기를 눈여겨보았고, ‘학교의 형식 이야기를 매트릭스 아니라 여러 각도로 보려 했다수업중에 이야기해 주려고 그랬다이 표를 사용해서 진로지도도 하고 아는 척을 좀 해보려고
 
다른 건 모르겠지만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에서 ‘예술’을 설명하는 방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예술을 구조화할 수 있다니! 물론 이 구조화가 절대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설명할 때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편 신비부분은 내게 좀 어려웠다채사장이 타 인문학-자기계발 저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꼭 신비를 고집한다는 점인데, (이것 때문에 꼭 타 저자독자에게 안티를 몰고 오지만그 부분이 내게는 강점으로 느껴진다나도 신비에 관심이 있으니답 없는 인생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종교에 매달리고 신비를 갈구하는 게 아닐까그런 면에서 채사장은 내게 호감형 저자인 게 분명하다
 
일 년에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칠판에 판서할 일 많은 교사에게 유용할 책. 중고등학교 참고서를 좋아했던 사람들, 비교적 초보독서러에게 추천한다. 프로독서러라면 너무 ‘당연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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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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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쉽게 잊지 못한다작가 역시 그렇다책을 읽다가 너무나 나다운 이야기를 읽으면 얼어붙는다. ‘그녀의 기질, ‘그녀의 에피소드, ‘그녀가 사랑한 책들 모두가 나와 같았다그래서였다 그녀의 신간을 읽어야만 했던 이유
 
나는 여간해서 놀 줄 모르는 모범생이다아침 7시 반까지 실기실에 가서 성실하게 그림을 그렸고시험 때마다 하루걸러 밤을 꼴딱꼴딱 새우며 4.0이 훌쩍 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며, 130여 명 가까이 되는 학생 중에 4등으로 교직이수를 했다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고생고생을 하긴 했지만 취업 후에는 단 한 번의 결근 없이 직장을 다녔다아무리 아픈 날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수업에 들어가 꾸역꾸역 일정을 마치다 쓰러지기도 했다미련할 정도로 모범적으로 산다성실하게 산다이게 나다운 삶이다
 
그러나 모범적으로 살지 않아도 나다운 삶이다저자 곽아람은 모범적으로 살던 자기 삶을 잠시 스톱하고 뉴욕에서 연수를 받기로 한다어학연수를 하는 것도심각한 공부를 하는 것도박사논문을 쓰는 것도 아닌그저 뉴요커로서의 을 살아보기로 한다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일거기에서 그녀는 나다움을 찾아낸다. 특별히 새로운 일을 해낸 게 아니다. 그녀답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오가며그림을 공부하고그림 이야기를 하고배우고 성장하는… 이전의 그녀답고 지금의 그녀다운 일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의 주제는 뚜렷하게 나다움이지만 내가 이 책에서 느낀 단 하나의 감정은 새로움보다는 부러움이었다.
 소련의 한 미학자가 아는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가는 건 그리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했어. 책이나 음악과 달리 그림은 복사본을 소유하는 게 의미가 없잖아. 장소 특정적이라 그 도식의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림과 관람자 간의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는 거지. 어떤 그림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런 관계 때문이라는 거야.” (P.60) 뉴욕 맨하튼에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제 집 드나들듯 오가며 지낼 수 있다니, 호퍼의 그림을 안팎으로 살아볼 수 있다니. 뒤러의 그림을 파고들 수 있다니. 플로린 스테트하이머의 그림을 실물로 볼 수 있다니. 이건 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다. 나와 너무도 닮은 기질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범생 인생이 성실하게 놀듯 살아본 1’, 영화처럼 그림과 함께 노닐며 살았던 1년, 미국그것도 뉴욕에서 1년을 노는 듯(?) 보낼 수 있다니 부럽기 그지없다
 
나는 아직 그녀처럼 놀아볼(?)’ 생각이 없다. 여전히 아등바등하고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 덕에 사회경제적 기반을 잡지 못해서라는 핑계를 대지만, ‘하고 싶은 것이 새로이 불타오르지 않았기 때문이 더 크다얼마 전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내가 한 대답이란 고작 프로독서러가 되는 것’ 정도였으니그마저도 며칠을 골머리를 썩어카프카처럼 밤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뭐였는지 헤아리고 헤아려 찾아낸 열망이었다지금은 다른 것보다 책 읽는 게 가장 재미있다물론 이마저도 언제나 자리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나도 푹 빠진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생길 수도신나게 놀고 싶을 때가 올지도 모르니. (지금으로썬 BTOB가 될 확률이 가장 크다.) 어찌되었건 저자는 대단한 사람이다. 자기 욕망을 확실히 인지하고 실제 그렇게 살아보았으니. 

가끔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얘들아미술쌤이 많이 특이하긴 하지그런데 말야늬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사람들은 다 특이해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사람들은 자꾸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만들어서 사람들을 한 모양에 끼워맞추거든그런데 기준이 되는 사람이란 건 존재할 수 없어그건 불가능한 거야그러니까 너희들이 조금 다른 친구들을 욕하고 왕따 시키고 그러다 싸우고 그러는 거 아냐근데늬들이 나를 보고 저 선생 진짜 특이해, 근데 저러고도 꿋꿋이 잘 사네. 저 성질 가지고도 안 꿀리네. 좀 멋지네.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제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걸 좀더 알게 되지 않을까? 나는 늬들이 나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 이걸 자뻑이라고 욕해도 나는 상관없어.” 기실 나는 그리 일반적인 교사다운 데가 하나도 없는 교사다. 선배교사들은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승진 못 한다고) 하시지만 이건 내가 타고난 기질이라 어쩔 수 없다. 처음부터 그랬고 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공감 못 받으면 어때, 제대로 일하고 월급만 받으면 된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의 부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황색 잉크로 살포시 인쇄된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라는. 나도, 나도, 나도,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내 발이 재빨리 가닿았으면 좋겠다. 다시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다. 자지러지게 웃고 크게 소리 지를 수 있으면 좋겠다. 눈치 보지 않고 애교 뿜뿜을 퍼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내 마음은 열여덟 싱싱한 자신만만한 그대로이니, 내가 바라는 어떤 모습이어도 좋겠지만, 지금 나 그대로 에너제틱하게 무어라도 할 수 있다. 요즘 이것이 내 관심이고 내 확신이다. 
“지금 무엇이어도 나는 나다.”  그저 사는 일에 충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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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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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건 순간이란 게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비투비의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가냘픈 슬픔이 휘청거릴 때 빛나는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다가도 이 가사를 떠올렸다이 연약함이 숨막히게 아름다워서모든 아름다운 것이 아프기 그지없어서

내게 무해한 사람은 일곱 개의 단편 모음이다사실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특히 한국 현대 단편소설은 내게 난해하다고나 할까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매년 사 읽지만 분절된 이야기와 낯선 분위기에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그럼에도 이 최은영의 소설을 집어든 이유는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의 신뢰다비교적 이 작가의 단편은 현실적이다역시 나는 현실에 뿌리박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한편 이 현실에는 무엇이 피어나는가내가 발견한 이 소설의 꽃은 사랑과 상처다당연하다사랑이 있는 곳에는 상처가 남는다그럼에도 다시 살아가는 인간이 남는다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중략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고백에서의 이 독백은 미주의 깨달음이지만 틀린 깨달음이기도 하다그 누구도 상처를 주지 않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시간이 상처를 무디게 해준다는 사람들의 말은 많은 경우 옳았다하지만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그 진상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아마 미주는 자신을 안타까이 보는 무당의 그 슬픈 눈빛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단편도 고백이었다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단순한 플롯누군가에게 주었던 상처를 외면하다가 직면하고 누군가를 찾아 쏟아내는 이야기

신의 현존에는 분명 그가 말한 위안이 존재했다그런데도그런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고백

이 연약하고 쓸쓸한 인간이라니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비참한 인간이 소설에서 감각되는 민감함따뜻한 온도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과 함께 무너지는 독자나에게 연민을 느끼고 귀하다 아름답다 바라보는 그 따뜻한 품에 뛰어들고 싶다그게 이 순간 누구더라도나의 마음을 기대고 싶다

이렇게 살포시 기댄 우리는 알고 있다무너져내린 마음이 흩어진 마음을 부여잡고 부끄러운 얼굴을 감출 때멋쩍게 웃으며 다시 일어날 거라는 것모른척 담담한 척 지내다가 다시마음을 열어 보여주러 찾아올 거라는 걸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입힐 수 있는” 사람에게 다시 달려올 거라는 걸설령 곧 그렇더라도지금 이 따뜻함 때문에

사람이란 신기하지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모래로 지은 집

최은영의 글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내 마음 같다먹먹해서 내가 차마 표현하지 못하던 내 마음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다니얼마나 여러 번 독서노트를 펴봤는지얼마나 여러 번 되뇌었는지그리고 얼마나 여러 번 눈물을 흘렸는지. 잠시 안심하고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소설그게 나에게는 내게 무해한 사람이었다

아름답고도 아픈 이여, 지금 당신은 내게 무해한 사람’, 나는 지금 당신에게 무해한 사람인가요? 괜찮다면, 정말 그렇다면 부끄러워 도망칠 때까지 안아줄게요. 

… 나도 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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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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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삐딱하다하루이틀 사는 일도 그렇지만 책을 보는 데에서도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미술책 방구석 미술관순식간에 10쇄를 후루룩 넘겼다기에 완전 시선집중 관심이 갔다엄청난 인기의 이유를 꼭 알아보고 싶었다일단 책표지는 ‘so so’ 합격노란 바탕에 파랑과 검정 글자가 명시성이 뛰어나고 글자 자체도 판독성이 뛰어난 제목체다표지 안쪽으로 공간이 있는 듯 소용돌이쳐 화가들의 그림과 얼굴이 나온다글도 잘 썼다술술술 잘 읽힌다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이란 책소개는 아쉽게도 내게 실감나지 않았다책표지와 목차를 열고 훑어본 꼭지들은 모두 열 네 개첫 번째 에드바르트 뭉크로부터 시작되어 드가고흐클림트실레고갱마네모네세잔피카소샤갈칸딘스키뒤샹으로 마무리되는 나열식 목차에 좀 황당했다테마별로 주제를 갖추어 묶어둔 꼭지를 기대한 건 내 욕심이었을까그뿐인가이 미술관은 온동네 남자투성이다아무리 두 번째 꼭지 주인공이 프리다 칼로였다 해도 그녀와 거의 동등한 무게로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가 등장했는 걸칸딘스키의 찌질한’ 연애사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가브리엘레 뮌터 역시 화가로서의 예술성이나 청기사파에서의 역할보다는 단순 스캔들의 보조역으로만 머물렀다

원래 야사라는 것이 비밀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뒷담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것들이 나오기 쉬울 터자연스레 책 안에는 온동네 나쁜 남자들이 우글우글하다요즘이 어떤 시댄데여자 화가가 딱 하나뿐이란 말인가하다못해 케테 콜비츠나 아르테미지아 젠틸레스키 정도는 넣어줘야 할 것 아닌가삐딱하기 그지없는 나란 인간의 특성상 이 책에 A+는 줄 수 없겠지만미술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명 (남자미술가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뒷담화 삼매경은 흥미를 끌기 적당하다. 개인적으로는 고갱의 쓰레기 같은 행태가 안 드러난 게 불만이다. 공부도 많이 해 내용도 충실하고 내지 편집이 시원하고 <더 알아보기>가 일목요연했으며 참고문헌이 알차다팟캐스트는 들어본 적 없지만 저자의 입담도 분명 대단했으리라여튼, ‘다 되는’ 능력자 저자가그저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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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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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듯 책과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다책벌레 친구들의 소개, SNS 카드 뉴스, 이메일 소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고르는 나이지만공통점은 하나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책을 고르기보다 온라인 방식으로 책과 만난다어디 나뿐일까그러다 보니 책 제목은 가장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 심쿵하는 제목이 나를 끌어당긴 것은 당연지사언젠가 읽어야지 다운로드한 이북은 새벽 출근길부터 나를 사로잡았다우리는 이렇게 꼭 만나야 했나 보다. 
 
채사장이 쓴 책의 장점은 쉽다는 것『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나 시민의 교양에서 드러난 지식은 책이 말하는 대로 얕아서’ 여러 불만도 받았지만우리나라처럼 참고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사실 지식-뼈대에 접근성 좋기로 이만한 책도 잘 없다중간중간 글을 끊어주는 졸라맨(?) 드로잉도 뛰어난 가독성에 일조한다생활에 밑줄 긋는 예시도 적절하다열한 계단에서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던 채사장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는 자기 생의 관점을 이야기한다이런저런 세상 지식 다 공부해 보았지만 관계가 가장 어려웁다고이 관계를 이렇게 고민해 왔다고조심스레 주저리주저리자기의 관계설()’을 설파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분야다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내가 외부의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지를 의심한다이 책은 가장 어려운 분야에 대한 탐구 결과이고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 보내는 유리병 속의 편지다이것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는 40편의 이야기가 있다어떤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것이기도 하고어떤 무엇은 저자가 지은 것이기도 하다목차는 크게 네 가지, ‘타인’, ‘세계’, ‘도구’, ‘의미로 구분되어 있으며특히 마지막 다섯 꼭지를 할애해 나는 누구인가?’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를 묻는다내 생각에 저자는 많이 아팠고 많이 포기한 것 같다무엇도 감히 가지려고 하지 못한 한 인간의 삼가 두려움이 내내 드러난다모든 것을 놓았을 때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것말미에는 종교관 아닌 종교관이 드러나 반(反) 종교주의 독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의외의 발견은 저자의 문체가 아름다웠다는 것저자의 고등학생 시절 시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꽤 많은 밑줄을 그으며 문장의 예쁨을 만끽했다역시 전작처럼 술술 읽혀 순식간에 마지막 꼭지에 다다랐다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읽은 삶을 위한 철학수업 주제들과 교차되기도 하고 대조하기도 하면서 다름의 묘미를 즐긴 것 같다고통생활사랑 등의 주제들이 같은 의미와 다른 논리또 다른 방향의 깊이로 오가고 있으니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주제를 관계라 말하지만 나는 이것이 곧 만남이라 믿는다나와 타인과의 만남도구를 딛고 맺는 관계마지막 맞이할 죽음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나 자신지식도생명도고통도죽음도 모두 관계 안에 있다이 모든 것은 이며 곧 가 되리라윤대녕이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에서 쓴 말이 기억난다처음 사랑한 그녀에게 건네준 편지에 기록한나는 너를 알고 모든 사람을 알게 되리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이 만남에의 의지는 곧 사랑이다무엇보다 나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이 생을 사랑하는 투쟁의 방법이다나는 너를 기어이 만날 것이다나는 그 순간을 위해서 끝내 살리라참으로 살리라.” 이 흔들리는 믿음을 굳건한 믿음으로 만드는 여정이 내 마음에 흡족한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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