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담그는 아버지 - 한국사 속 두 사람 이야기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윤희진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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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평등한 부부


시대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네 가정에는 부인은 남편을 존경해야 하고 남편은 부인의 존경을 받으려고만 하는 불평등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또 한편에서 남편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치기도 한다. 밖에서는 명퇴 명단에 끼지 않으려고 노심초사 하다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면 집안일을 소위 내 일처럼 진심으로 하여야만 이웃집 남자와 비교당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나갈 수 있다.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무엇을 더해야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까. 갈팡질팡하는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되는 부부가 있다. ‘고추장 담그는 아버지’(윤희진 글, 이강훈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펴냄)에 두 번 째 로 소개된 유희춘과 송덕봉이다.

유희춘과 송덕봉은 ‘여필종부 남존여비’라는 생각이 만연한 조선시대를 살았던 부부이다. 어떻게 평등할 수 있었을까. 유희춘과 송덕봉은 부부 사이에 진정한 평등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그들은 가부장제가 기둥이었던 유교 사회에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았고 사회분위기를 바꾸고자 그 어떤 애도 쓰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서로 사랑하며 열심히 살았다.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일에는 적극 애쓰면서 말이다. 유희춘은 며칠째 숙직을 하기도 하는 바깥일을 해내며 책을 즐겨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송덕봉 또한 집안의 대소사를 돌보는 일에 학문이 깊은 특기를 발휘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그들은 편지글에 애정을 담았고 소소한 일상을 다정하게 나누었다. 유희춘은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의 상봉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미리 다과를 준비해 놓고 새로이 마련하는 보금자리를 미리 손 봐 놓는 센스를 발휘한다. 세심하지 못한 남자의 손길에 송덕봉이 투정을 부렸더니 유희춘은 금세 잘못을 시인하고 고쳐 행동했다. 주변을 정리하지 못하는 유희춘에게 송덕봉의 꼼꼼함은 큰 도움이 되었고, 그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일을 유희춘은 놓치지 않는다. 55세 때부터 매일같이 쓴 일기에 아내 송덕봉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적어놓았으니, 마음은 기록으로 증명해야 마땅하다. 그 기록의 힘은 다른 시대를 사는 오늘날까지 전해져 우리의 귀감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부인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 없이 그런 기록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부부지간의 평등은 힘든 집안일 따위를 도와주는 것을 넘어 진정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이 책의 작가 윤희진은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보며 끊을 수 없는 중요한 관계를 맺은, 어찌 보면 하늘이 맺어준 ‘인연’에 초점을 두었다. 부모 자식 관계, 부부 관계, 친구 관계, 군신 관계 등으로 맺어진 역사 속의 인연은 세상 그 어떤 잘난 인물도 혼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중요한 본보기가 되었다. 인물의 일대기나 업적을 나열하는데 치우친 기존의 전기문과는 다르게 관계 속에 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어 특별하고도 신선한 위인전이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관계맺음을 잘 해야 하는 인연은 부부사이가 아닐까? 남녀가 만나 가정이라는 일차적인 집단이 생기고 사회가 이루어지니 평등한 부부 사이에 경쟁력 있는 자식이 나올 것이며 건전한 나라가 이루지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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