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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블로그에 들어갔었다. 정말 우연찮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맑은 눈빛의 여자아이 사진. 조곤조곤 말하듯이 쓰인 그 아이와의 인연담은 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가 궁금해졌다. 프로필에는 '에세이스트 테오' 라고 쓰여있다. 대체 에세이스트가 뭐야. 사진을 주욱 둘러보던 중 이 사람은 지금 볼리비아를 여행중인 것을 알았다. 아, 이 사람은 지금 여행을 하면서 글을 올리고 있구나. 사진이 가득한 그 블로그에서 사람 냄새가 났다. 이 사람은 사람 냄새나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점차적으로 들어가던 이 블로그에 포스팅이 뜸해질 무렵 나는 이 블로그를 찾지 않게 되었고 곧 책이 한 권 나왔다.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참으로 이 사람스럽다는 제목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진 않았다. 나는 간간히 이 사람의 여행을 지켜보았을 뿐 테오라는 사람이 사람 냄새나는 책을 쓰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테오' 라는 이름이 잊혀져갈 무렵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가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음? 헤에. 볼리비아 여행기가 첫 책이 아니었단 말이야. 좋아. 그럼 내가 읽어볼께. 이 책 역시도 당신스러운 제목이네. 이 책을 읽고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읽어야 할지 결정할꺼야. 내 앞에 둔 작은 책 한권을 놓고 나는 혼자 몇 분을 중얼 거렸다. 많은 책을 꾸역꾸역 소화시키는 나지만 여행기는 부담이 된다. 여행하는 책을 읽으면 꼭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장소가 아니라도 내가 좋아하는 어디라도. 아니면 내가 가보지 못한 그곳이라도. 꼭 가야 할 것 같은 그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해야 했던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여행기를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에는 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남아프리카에는 온통 푸른 하늘만 가득한 것일까.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정신이 뺏긴다. 그 밑에 자리잡은 마른 흙과 펭귄. 음...응?? 펭귄? 아프리카에 펭귄이 있다는 말이야? 제목을 보고 눈치를 채도 좋으련만 무더운 아프리카에 펭귄이 진짜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중해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치는 펭귄들. 아프리카에도 진짜 펭귄이 산다는 충격에 조금 벗어날 무렵 귀여운 펭귄의 겉모습에 다가갔다가 커다란 펭귄과 펭귄떼에 쫓기게된 사연에 배시시 웃고만다.
에세이스트 테오가 여행한 남아공은 좋은 사람이 많고 정감가는 사연이 가득한 곳이다. 아......맛있는 것도 많고. 신선한 참치를 사진으로만 봤는데도 어띠나 침이 고이는지 흐흣; 한비야가 말했었다. 동양인에 여자라서 할 수 있는 여행이 있다고. 테오역시 동양인이라 백인들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흑인들의 무법지대. 하라레에서 그냥 하라레 스럽게 걸으며 하라레를 느꼈다. 하라레 안의 교회에서 불법(?) 사진사가 되고 사진값으로 더 많은 것을 받게 되는 여행을 한다. 이 사람 참 태평하구나.
사람 냄새가 나는 여행을 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에세이를 쓰는 에세이스트 테오. 그의 다음 여행기도 기대 된다. 과연 어떤 사람 냄새가 나려나. 남아공 여행 처럼 바다의 짠 내음과 아릿한 풀 내음이 날까. 소금 사막이라 했으니 마른 모래의 건조한 냄새가 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