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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푸시 ㅣ 작가정신 소설향 20
이명랑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10월
평점 :
요즘의 여성은 조금 다르려나? 집에서 부모님께 많은 간섭과 억압을 받아온 여성들은 '결혼' 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자신의 집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여성들에게 '결혼' 이란 일종의 도피처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들을 더욱 억압하는 남편이라는 억압의 굴레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함께 살다가 마음이 맞지 않아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도 많지만 그 경우에 여성에게 '이혼녀' 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여성을 더욱 가볍게 보는 남성들이 더 많다고 한다. 결국 이혼을 한 여성에겐 또 다시 '이혼녀' 라는 이름이 붙은 억압의 굴레가 하나 더 생겨버린다.
이명랑 작가의 <슈거푸시> 를 읽었다. 시종일관 답답한 27살의 애엄마인 주인공에게서 조금은 더 답답하게 가정생활을 하는 리얼 프로그램의 그녀들이 겹쳐보인다. 주인공 소희는 한달에 정해진 액수만큼의 생활을 해야 하고 남편과의 섹스는 답답하다. 소희의 어머니는 소희의 모든 것이 못마땅 합니다. 열 네살이라는 나이에 생리를 하는 것부터 그녀의 도드라진 엉덩이까지 부도덕하다고 한다. 삼일 간의 가출 후엔 산부인과에 데려가 임신검사를 받게 한다.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연애마저 방해를 하는 어머니는 결국 자기의 입맛에 맞는 남자와 소희를 강제로 결혼시키까지 한다.
어렸을 때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냉대와 구박들에 익숙해진 그녀가 아주 작은 탈출을 시도한다. 문화센터에서의 라틴댄스 교습. 육만 오천원의 강습료를 소위 말해 질러버린 그녀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생활비로 메꿔야 하나. 남편에게는 말 못하겠네. 라틴 댄스를 배우며 만나는 사람들에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다시 생각한다.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가 아닌 인간이자 여자인 소희. 그녀를 말이다. 자기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여자는 스스로를 빛으로 생각해서 아름다워져야 한다. 라틴 댄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지만 곧 그녀의 아름다움음 집에선 무력해진다.
소설 속에서 시종일관 답답한 그녀가 과연 마지막엔 이 현실들을 어떻게 뛰쳐나갈 것인가. 그게 궁금했다. 한장 한장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녀는 아주 조금씩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콰쾅! 하는 무엇인가가 없었다. 결국 라틴댄스의 마지막 시간. 그녀는 어설픈 프로가 되지 않겠다 결심한다.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육각형의 방에서 버텨본다. 진짜 프로가 될 때까지 삶의 베이직에 충실하면서.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아직 그녀의 힘이 약하다. 그녀가 사랑스러운 것은 그녀 또한 자신의 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억압을 조금씩 인지하면서 기회를 엿본다. 자신이 여왕벌이 될 기회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