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가끔 아주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가 나누어진다. 7년 전 그때 여고생이었던 우리는 모여서 이런 이야길 했었다. "만약 임신을 했는데 임신한 상태에서 그 아이가 장애아인것을 알면 낙태를 해야 할까?" 대부분의 아이들의 대답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장애아이를 책임지고 키울 자신이 없어' 였다. 그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웃으면서 가끔은 심각하게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가족구성원에게는 큰 책임이 따른다. '사랑' 이라는 이름 안에 많은 희생을 해야 하며 그것으로 인해 다른 가족구성원은 고통받기 마련이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에서도 주인공 숀의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아빠는 괴로워 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식이 한없이 안쓰럽고 신을 원망할 뿐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생각한다. '내 아이가 나보다 일찍 죽어야 할 텐데.' 아마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의 숀의 아빠도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나중에 내가 죽어 내 아이를 보살필 사람이 없다면 내 아이는 계속 고통속에서 살겠지. 그럴바엔 죽는게 낫지 않을까. 

  숀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한다. 어릴 적 누나의 학교놀이로 글자를 깨치고 한번 본 그림은 잊지 않는다. 누나의 미인친구를 보며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숀은 움직이지 못하는 몸 때문에 몸 안에 갇힌 숨겨진 천재인 것이다. 그런 숀이 아빠가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숀은 살고 싶다. 죽고싶지 않다. 그런데 아빠는 몰라주고 고민한다.  



  장애아동의 시간은 일반적인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가지 않을까. 같은 공간 속에 있지만 다른 시간의 흐름에 있기에 서로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의 숀의 이야길 들으면서 우습게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단지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서로가 잘 모르는 걸꺼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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