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나 자신에게 삶의 짧은 휴식입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느순간 부려놓고 싶을 때 난 겨울 바다로 갑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래서 텅 빈 바다에 내 수많은 삶을 풀어 놓을 수 있어서 일 겁니다. 수 없이 이어지는 파도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 그런 시간이 나 자신에게 삶의 짧은 휴식입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엔 바다와 나의 외로움도 있지만,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들이 있어 겨울 따뜻한 웃목같은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거기서 삶을 낚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쩐지 낭만적이기보다는 가시박힌 고통이 있는 이야기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팥죽을 만드는 김준임 아주머니 이야기나 조공례 할머니의 소리꾼인생은 포구에서 만난 또다른 우리가 사는사람들의 삶 그 자체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포구 한켠에 마음 한 구석 도려내고 돌아오고, 누군가는 그런 포구에서 몸을 뉘고 살아갑니다.

인상깊은 구절 '포구에서 기분 좋은 일의 하나는 이리저리 걷다 마주치는 배들의 이름을 읽는 것입니다. 배들의 이름에는 선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