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말 사전
조재수 엮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해방처녀'가 무언지 아시나요? 해방처녀는 미혼모를 뜻하는 북한말이다. 꼬부랑국수(라면), 건건이(반찬), 따라난 병(합병증), 가시어머니(장모), 눈썹먹(마스카라), 가슴띠(브래지어), 곽밥(도시락),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가시집(처가), 문화일(토요일) 등의 북한말은 남한 사람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북한은 외래어는 물론 한자말까지도 거의 우리말로 바꿔 쓰고 있다. 그만큼 우리 남북한의 분단은 언어에서도 많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 민족은 분단의 장벽을 헐어내고, 통일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통일을 위한 노력은 정치, 사회적인 쪽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문화의 통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조재수 님이 펴낸 <남북한말 사전>은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편찬자 조재수님은 다음과 같이 편찬의 동기를 밝힌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의 언어현실을 비교 검토하여 다룬 사전 하나를 갖지 못하였다. <남북한말 사전>은 바로 이런 아쉬움을 덜어보기 위한 시도이다. 이 책에서는 남북 및 중국, 옛 소련지역 동포들의 우리말 기본 어휘 가운데 서로 차이나는 것을 비교하고, 새 어휘를 사전 형식으로 풀이해 보았다. 이 사전이 우리 언어문화의 분단 극복을 위한 연구에 이바지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말과 글은 1930년대에 비로소 통일된 언어 체계로 닦아져서 광복을 맞게 되었으나, 나라의 분단으로 말미암은 민족의 분열은 또한 민족 언어의 분단을 가져왔다.

그 결과 남한과 북한의 언어는 그동안 적지 않은 차이로 발전되었다. 그 차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어휘면이다. 서울 말씨를 바탕으로 한 남한의 '표준어'와 평양 등지의 북부 지역 말씨를 바탕으로 한 북한의 문화어, 또 이를 적는 맞춤법과 발음의 차이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어휘면의 차이는 서로 다른 새 낱말과 같은 낱말끼리라도 그 쓰임이나 뜻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현대 우리 언어에는 남한의 '한국어', 북한의 '조선말', 중국 땅에 사는 200만 동포의 '조선말', 중앙아시아·러시아 등지에 사는 40만 동포의 '고려말'있다. 같은 민족인데도 오랫동안 분단되거나 떨어져있어 다르게 변화된 이 말들은 통일이 되었을 때 많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이를 비교 종합해주는 <남북한말 사전>이야말로 이 이질화된 말의 통일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문화의 통일이 중요할진대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어뿐이 아니라 먹을거리, 입을거리, 살림살이, 굿거리문화 등 문화의 모든 분야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노력으로 한층 다가갔으면 하는 것이다. 치마가 짧은 한복을 입으면 평양여자 같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이러한 문화통일의 시도가 주는 큰 이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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