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망설이다가 주저앉는 사람들을 위한 강박 심리학
팬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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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재밌었다. 자기 전에 잠깐 읽어볼까 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졸린데도 계속 읽고 싶어서 눈을 부릅뜨며 읽었다. 읽으면서 웃겨 죽는 줄. 내 얘기라서 재미난 것 뿐 아니라 저자가 워낙 글을 웃기게 잘 쓴다.

 너무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완벽주의를 얘기하는 첫 부분부터 이 책에 바로 꽂혔다. 나는 스스로 완벽주의와 수집성향이 있다고 생각해서 책의 처음 부분에 공감의 최고점을 찍고, 점점 갈수록 공감그래프가 하향세를 그렸다. 사람마다 공감 그래프 모양은 다 다를 테지만 공감이 제로에 수렴해서 그래프 그릴 게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확신핟다.

 내가 생각하는 '강박'이란 '이렇게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것'이다. 더불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나는 안 괜찮은 것'이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을 강박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놀란 건, 강박의 범주가 내 생각보다 훨씬 넓고, 또 이 강박으로 인해 발현되는 양상이 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왜 그럴까' 싶었던 행동의 원인엔 생각지 못한 강박이 있었다.  

 으레 강박과 연관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완벽주의, 수집, 집착, 결벽(도덕적/청결) 말고도 의존을 싫어하는 성향, 우유부단, 감정숨김, 의구심 등도 강박으로 비롯된 특성이란다. 이런 특성들을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 혹은 사회적 현상을 들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데 그 예가 적확하고 표현이 신랄해 읽으면서 웃겨 죽는다.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강박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다며 생각의 흐름을 얘기하는데, 읽으면서 사람 참 다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고의 발단- 전개-결말 흐름이 똑같아! 심지어는 이런 걸 칭하는 전문용어가 다 있어!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건 너무 딱 들어맞아서 내가 너무 전형적인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표본이구나. 근데 또 역으로 어떤 건 너무 아니어서 내가 아직 정신병원 찾아갈 정도는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신과 의사의 책을 읽을 때면, 사람에 대해 줄줄 꿰고 있고, 그에 따른 개선 방향도 너무나도 명쾌해서 일반인들이 겪는 마음의 갈등은 없는 것 같이 생각된다. 그치만 그들도 의사 이전에 사람이다. 

 책에는 그가 치료하기 힘들어했던 환자의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얘기를 동료 의사에게 털어놓자, 동료는 저자가 생각지 못했던 말을 한다. 그건 네가 환자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라고. 근데, 그 사실을 본인도 정신과 의사면서 다른 정신과 의사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자각을 못했다. 그렇게 많이 공부를 하고, 다양한 환자를 만나 분석하고 연습했음에도, 자기 자신이 연관된 문제에서는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게 나는 참 인상깊었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나만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 정작 나는 그 부분을 보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 보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괴로움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걸 수도 있다. 그럴 때 심리학 책을 찾아 읽는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나의 문제에 대한 근원을 찾아보고자. 그래도 잘 파악이 되지 않고, 알게 되더라도 개선이 쉽지 않았었기에 위 얘기에서 나는 위안을 얻었다. 


+) 나는 이 책이 『우리가 끌어안고 사는 강박』의 개정증보판인 줄 모르고 샀다.
(하나는 종이책이고 하나는 e-book이니 망정이지 엄청 억울했을 뻔)

처음에 읽는데 중학교 시험 얘기가 똑같아서 응? 하고 찾아 비교해보니,
part3과 에필로그는 동일하고, 이번에 part4만 추가되었다.
고로, 전작을 읽은 사람은 part4만 골라 읽어도 무방할 듯.


++) 내가 초공감했던 챕터는, 
 완벽함, 애매함, 멘붕, 관계, 시간강박, 리더십   


+++) 영화속 주인공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게 많기 때문에 스포일러 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 <박쥐>와 <미스트> 아직 안보신 분은 읽는데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미스트>보려고 했던 분은, [에필로그] 절대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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