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이재삼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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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기에 제목은 낚시에 가깝다. 부제인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이 원제인데 그걸로는 임팩트가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제목을 이렇게 바꿔놨는데 이 제목은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근데 잘 짓긴 했어)

 가토 다이조는『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로 처음 접했다. 이 책이 좋았기에 그의 책은 전부 읽으리라 해서 신간을 바로 샀던 것인데 저자 이름 가리고 읽어도 누군지 짐작 가능할 만큼 설명 방식이 똑같아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었다.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에서는 '지금 내가 왜 이런지'에 대해 '어머니다운 어머니 밑에서 크지 못했기 때문'으로 만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마음의 지주가 세워지지 않아서'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러면 이 '마음의 지주'는 어떻게 세워지느냐, 그건 '어머니다운 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세워지는 것이다. 결국 같은 얘기다.

 그러나 저자는 같은 얘기를 결코 같지 않게 얘기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중복 서술을 매우 싫어해서 그런 게 있으면 반드시 걸러낸다. 특히 이렇게 비슷한 얘기를 한 권 내내 하는 책의 경우에는 아예 찾아내려고 벼르면서 읽게 되는데 전작도 그랬고, 이 책도 그렇고 찾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데 다르면서도 항상 결론은 같다. 어머니다운 어머니 밑에서 크지 못했기 때문인 거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어머니 때문' 인 건가. 나를 잘 보살펴 주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거라면 이미 다 커버리고 시기를 지나버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이미 망했는데 역시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런 독자의 마음을 저자는 이미 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 초반엔 어머니다운 어머니 밑에서 자랄 수 있어 마음의 지주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계속 얘기해주어 인지하게 만들고, 다음엔 그냥 차이를 인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너는 그런 상황에서도 지금 얼마나 잘 큰 것이냐며 그걸 토대로 자신의 마음의 지주를 세우라고 한다. 어머니를 잘 만난 아이는 그가 노력해서 마음의 지주를 세운 것이 아니지만 너는 안 좋은 환경을 딛고 스스로 노력해서 극복했으니 자신이 마음의 지주를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렇게 생각하며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라고 한다. 

 말이야 쉽지 적용은 어렵다. 그렇지만 차이를 알고 있으면 이해할 수는 있다. 나한테는 당연한데 너한테는 당연하지 않아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던 것들. 서로의 마음이 상상조차 안 가기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저러나 싶던 상대의 행동이나 이상한 나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다운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것인가 아닌가 생각하며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려고 애쓰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 저자가 남자여서 그런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적용 가능한 얘기가 많다. 특히 '엄마 같은 애인'을 찾는 남자들에게. 그러니 역으로 '아들 같은 애인' 때문에 고민인 사람에게도 아주 유익할 것이다.  

++)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에 사랑받는 경험이 왜 중요한지를 알았다. 그때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느냐/ 받지 못했느냐에 따라 매우 많은 것이 갈리는구나.

+++) 그리고 그것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 몸만 어른으로 컸을 때 어떤 어른이 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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