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고등학교 때, 문/이과를 정하기 위해 친구들이 나름의 고민을 할 때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회과목이 너무나도 재미없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 역사를 배울 때나 등고선을 그리는 지리를 배울때나 가끔 재미가 있었고, '사회' 분야를 배울 때에는 (드럽게) 재미가 없었다. 내가 10대시절 느낀 사회과목은 도무지 생각하는 재미가 없는 과목이었다. 그냥 '뭐는 뭐다' 하는식으로 정의만 외우면 그만이었고 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로 별로 푸는 재미가 없었다. 해야 하니까 했는데 하면서도 '참 재미가 없다. 난 이쪽에 안 맞나보다.' 하고 늘 생각했다. 반면에 수학/과학은 (안풀려서 짜증은 날지언정) 생각하는 재미가 충분했으니까.

 과목만 지루해한 게 아니고 실제 사회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더 과목도 지루해하는 악순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사회탐구의 선택과목을 배웠으면 흥미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과를 선택한 나는 그런 기회조차 박탈당해서 주구장창 과학만 배워야했다(2학년 때부터는 교과과정에 아예 사회과목이 없었다). 그 때 책이라도 인문학 책을 즐겨 읽었으면 모르겠는데, 나는 스무살 이전까지는 소설만 봤다. 그것도 굳이 수능에 나오지 않을만한 소설만 골라서 읽고 소설이 아닌 책은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 같아서 흥미가 없었다. (어차피 문제집으로 맨날 만나는데 내가 그걸 왜 또 읽어? 책은 공부 안할 때 재미로 보는건데?) 

 수능이 끝나고 공대로 진학하자 읽을 거리가 없어졌다. 그랬더니 이제서야 비문학 책도 재밌어 보였다. 그렇게 스무살 이후부터는 전공보다는 문과쪽 책만 주구장창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전공은 이미 매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책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이 청개구리 심보 때문에 늘 비효율적인 삶을 산다)  

 그렇게 이제는 소설보다 인문학쪽을 더 즐겨 읽으면서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10대 때 이런 재미를 알았더라면 문과를 가서 사회과학대로 진학했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러나 다시 생각한다. 그 때는 사회나 사람에 대해 흥미가 없었고 아는 것도 없어서 그 때 읽었어도 이만큼 재밌어 하지는 않았을 거야.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와 진짜 재밌다. 사회학이란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하는 학문이었구나. 왜 이제서야 알았지. 이렇게 재미난걸. 이렇게 재미난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근데 진작에 알았더라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여서 이렇게 와닿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찾아 읽고 싶은 게 아닐까. 이 책은 2년 전 이맘 때 나왔다. 그 때 나오자마자 사놓고선 이제야 읽는데 지금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2년 사이에 우리 사회엔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혼자 생각 했던 의문점들, 더 알고 싶은데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들, 이 책에 들어있었다.

 키워드 별로 두, 세권의 책을 들어 사회현상을 설명해준다. 그 책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알지 못하는 고전들도 있고 지금의 책도 있다. 책 자체의 면면보다 중요한 건, 그 이론을 우리 사회에 접목시키는 저자의 해설이 맛깔나다는 것이다. 예시도 그렇고, 말투도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상스러운 비유도 재밌고, 강약조절도 좋다.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고 수긍했다. 이런 현상들이 이미 예전에 다 이론으로 나와있었던 알고있는 사실이구나. 이미 다 학문으로 정립된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런데 왜 사회는 아직도 이럴까?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미 모든 것이 설명가능하고 너무나 자명한데 왜 개선되지 않고 계속 요모양 요꼴인건가 싶은.

 그게 '사회학'과 진짜 '사회'의 간극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사회학자'와 '사회인'의 간극과도 비슷할 것이다. [에필로그]는 그 간극을 마주하는 사회학자의 심정을 말한다.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 앞에서 사회에 관해 얘기해야 하는 사회학자의 당혹감에 대해. 그 간극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회학의 역할과 고민에 대해. [에필로그]가 나는 너무나 좋았다.



+) 책의 마지막에는 앞서 키워드별로 명시했던 책에 대해 다시 친절히 설명해준다. 
사회학 책 읽어보고 싶은데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아주아주 유용하다. 
재밌어보이는 책들이 무진장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